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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열전

강판권 저

글항아리/ 2007.6 / 375p./ 18,000원

“나무에 숨겨진 비밀, 역사와 한자”

지난 한 해는 능력 없는 내가 47동기회 회장을 한답시고 허둥대다보니 독후감 쓰는 이 칼럼도 정기적으로 쓰지 못하고 때로는 건너뛰곤 했다. 여러 친구들의 물심양면의 큰 도움으로 1년의 회장 임무를 무난히 마쳤기에 그 고마움을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표하고자 한다.

2010년 경인년 백호해의 신년을 맞아 우리 동기생들 모두의 가내에 두루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빌어보면서, 금년에도 좋은 책을 읽으면서 한해를 보냈으면 좋겠다. 책 읽는 것보다 더 즐거운 일이 어디 있으랴!

경인년 새해의 첫 번째 읽을 책으로『나무열전』이란 책을 집어보았다. 
앞표지 날개에 있는 저자 강판권 교수의 이력을 보면 다음과 같다.

1961년 경남 창녕의 명산 화왕산 북쪽 기슭에서 농군의 아들로 태어나 고등학교 때까지 농사일을 거들며 살았다. 1981년 계명대 사학과에 입학해 역사학도의 길로 들어선 뒤 대학원에서는 중국사를 공부해 석사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1999년 여름, 농사일에 대한 애정과 자신의 전공분야를 접목시킨 중국의 농업경제사를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계명대 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금은 자신만의 학문세계를 만들기 위해 나무 공부에 미쳐있으며, 나무로 역사를 해석하는 데 필요한 건축, 조경, 미술, 사진 분야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나무 관련 책으로『어느 인문학자의 나무세기』『공자가 사랑한 나무, 장자가 사랑한 나무』『차 한 잔에 담은 중국의 역사』가 있으며, 전공서적으로『청대 강남의 농업경제』가 있다.


한자 이야기와 나무 이야기의 혼합

이 책은 나무 이야기인 듯하면서도 한자 이야기이고, 한자 이야기인 듯하면서도 나무이야기다. 저자는 스스로가 “모든 것을 나무로 생각하는 ‘나무 병’에 걸린 환자”라고 자처하고 있다. 그는 나무로 소통하고자 했으며, 그가 한자와 소통하는 방법으로 나무를 택한 것은 나무환자라서 그러기도 하지만, ‘나무는 한자의 어머니이기 때문’이라는 특이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
 
 
책의 서두에서 그는 나무 목(木)과 나무 수(樹)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나무 목은 대표적인 한자로서 모양을 본 떠 만든 것이다. .............
 나무와 풀을 구분하는 기준은 ‘리그린’입니다. 리그린은 나무의 세포를 단단하게 해주는 물질이지요. 풀은 시간이 지나면서 나무처럼 몸집을 크게 하거나 단단하게 하지 않지요.
 나무는 근본입니다. 나무 밑동 부리에 표시를 한 게 바로 근본을 뜻하는 한자 본(本)이기 때문입니다. ........
 나무를 의미하는 또 다른 한자는 수(樹)입니다. 갑골문에 등장하는 수는 나무나 곡물을 세워 심는 데서 유래했습니다. 요즘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수목원처럼 수와 목을 묶어서 사용하기도 하지만 나무의 나이를 표현할 때는 수령이라고만 하고 목령이라고는 하지 않습니다.......이처럼 나무 목과 나무 수는 약간 차이가 있는 듯합니다. 나무 목은 어원상 땅에서 막 올라오거나 관목의 성격을 띠고 있는 반면, 나무 수는 상당히 자란 정도를 의미할지도 모릅니다.  
 
이런 식이다. 이 책을 읽으면 한자와 우리의 고대 생활 역사를 함께 읽을 수 있어서 재미있다. 이를테면, 수풀 림(林)과 수풀 삼(森)은 어떻게 다른가를 보면 재미있다. 
 
“임(林)보다 한층 포괄적인 한자가 삼(森)입니다. 이는 나무 목이 하나 더 있는 것 이상입니다. 나무가 한없이 늘어서 있는 모습이 삼입니다. 우주 간의 모든 현상을 의미하는 삼라만상(森羅萬象)도 삼에서 유래했습니다. 그러니 한자로 볼 경우 삼은 곧 우주이고, 우주는 곧 나무입니다. 이처럼 나무가 울창한 곳에 가면 그 누구도 쉽게 근접할 수 없습니다. 이런 모습이 바로 삼엄(森嚴)입니다....”
 
 
소나무 이야기도 들어보면 참 재미있다. 
 
“소나무의 한자는 송(松)입니다. 이 한자는 나무 목과 공변될 공(公)을 합한 형성문자입니다. ... 그래서 소나무 송자는 나무의 공작(公爵)이라는 뜻입니다.......
 소나무 송자를 만든 사람은 중국 진시황입니다. 그가 현재 산동성에 위치한 태산(泰山)에서 어떤 나무에게 공작의 벼슬을 내렸습니다. 왜냐하면 진시황제가 갑자기 비를 만났을 때 비를 피하게 해준 고마운 나무였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는 사마천이 쓴『사기(史記)』에 나옵니다.” 
 
“솔방울은 소나무를 줄인 솔과 열매 모양이 방울을 닮아 붙인 합성어입니다. 한자로는 송자(松子)라 합니다. 나무 열매에 ‘자’를 붙이는 것은 아주 흔합니다. 열매에 아들 자(子)를 붙이는 것은 아들, 즉 남자 혹은 수컷이 자식을 낳는 ‘씨’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식물의 씨앗을 의미한 한자에는 ‘인(仁)’이 있습니다. 살구 씨를 행인(杏仁)이라 부르지요. 공자 사상의 핵심인 인도 같은 이치입니다. 나무의 씨앗처럼 사람이 살아야 할 도리도 인이라 생각했던 것이지요.”
 
 
다음으로 열매로 점을 친 복숭아 도(桃)와 관련된 이야기도 재미있다. 
 
“장미과에 속하는 복사나무의 한자는 도(桃)입니다. .... 복사나무의 한자가 점과 관련한 것은 바로 이 나무의 열매인 복숭아 때문입니다. 복숭아는 반으로 쪼갤 수 있는 열매입니다. 복숭아를 쪼개서 갈라지는 모습으로 점을 쳤습니다. 한자 조는 바로 점칠 때 갈라지는 모습을 말합니다. 복숭이의 육질 안에 들어 있는 씨는 도인(桃仁)이라 합니다. .....
 복숭아가 익을 무렵 열매를 따먹으러 오는 사람이 많아 자연스럽게 길이 생기는 법입니다. 그래서 생긴 한자성어가 바로 ‘도리불언 하자성혜(桃李不言 下自成蹊)’입니다. 복사나무와 자두나무는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길을 만든다는 뜻이지요. 이는 덕이 있는 사람은 무언중에 다른 사람을 감복시킨다는 의미입니다.”
 
 
이 책의 끝 부분에 ‘나무 이치’를 나타내는 ‘목리(木理)’라는 말을 들면서
의미 있는 마무리를 하고 있다.
 
 
“한 존재가 자연스럽게 천성대로 살다 죽는 것만큼 행복한 삶도 없을 것입니다. 나이 드신 어른들이 늘 ‘잘 죽어야 할 텐데’를 노래처럼 부르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
 모든 나무는 자신만의 결과 무늬를 지니고 있습니다. 나무의 결과 무늬를 보면 나무의 삶을 알 수 있습니다. 잘라진 나무의 결과 무늬를 보고 있노라면 눈물 날 만큼 아름답습니다. 나무의 결과 무늬는 나무가 살았던 흔적입니다. 나무의 흔적이 아름다운 것은 결대로 살았기 때문입니다. 사람도 결이 있습니다. 사람도 결대로 살 때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이 땅의 사람들은 얼마나 결대로 살까요? 결대로 살 수는 있을까요? 각자 타고난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도와주는 일이야말로 한 생명체가 행복할 수 있는 지름길입니다. 나무는 나에게 결대로 살라고 가르칩니다. 나무는 결대로 살도록 가르치는 것이 가장 훌륭한 교육임을 일깨웁니다. 나무의 이치인 목리(木理)는 곧 사람의 이치인 인리(人理)이자 교육의 이치인 교리(敎理)입니다.”
 
 
겨울의 들판이나 산 비탈 또는 한적한 정원에서 때로는 눈을 맞으며 시시 때때로 부는 차가운 바람을 맞으면서 묵묵히 견디며 봄을 기다리는 한 그루의 나무를 닮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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