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태우면서 벽난로에 나무를 태우다 보니 나무마다 특징이 있다. 가장 화끈한 소리를 내며 타는 나무는 회양목이다. 회양목은 나무 줄기가 단단해서 도장 재료로 쓰는 나무다. 나무에 불이 붙으면 속에서 따발총 쏘는 소리가 난다. 콩알처럼 작은 잎 속에 무슨 성분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타타타타 하는 소리 그 참 한번 시원하다. 화력이 강한 것은 백송이다. 중국 사람들은 백송을 아주 아낀다. 정원에 아무리 귀한 나무들이 있어도 백송이 없으면 쳐주지를 않는다. 년전에 조계사 뜰의 천년기념물 백송이 병들었다고 매스컴에서 난리가 난 적 있다. 어렵게 구해 심은 백송이 너무 무성해서 전지한 것이다. 백송은 소나무 계통이라 송진이 많아서 그럴 것이다. 싸르륵 싸르륵 탁탁 소릴 내고 불똥을 튀기면서 윙윙 뜨거운 열기를 밖으로 내품는다. 향기를 풍기는 것은 향나무다. 향나무는 향수를 몸에 바른 여인처럼 곁에 가면 좋은 냄새가 난다. 일단 불 붙어 타들어가는 기세는 정열적인 여인이다. 마른 섶에 불 붙인 것 같다. 화르르 화르르 빨간 불꽃이 숨가쁘게 타들어가서는 이윽고 재로 변한다. 정원에서 나온 땔감들이라, 장미, 매화, 감나무, 자두, 앵두, 왕보리수, 목련, 철쭉같은 것 들이다. 이들을 태우면서 묘한 느낌을 받았다. 사람도 이런 것이었다 싶다. 장미와 매화는 얼마나 그 용모가 곱고 향기롭던가. 시인묵객이 가장 사랑하던 것이다. 그러나 화목으로는 완전 낙제다. 매화는 그런대로 속이라도 단단해서 불이라도 오래 간다. 하지만 장미줄기는 속 빈 강정이다. 종이처럼 금방 훨훨 쉽게 타버리고 만다. 장미 줄기가 타서 재가 되는 것을 보면 살아생전 화려하고 농염한 향기 풍기던 모습은 어디로 가버렸나 싶다. 화려함도 일장춘몽, 남긴 것은 미인처럼 가시로 사람을 찌르는 그 성질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감나무 자두나무는 타는 모습이 듬직하다. 평범하지만 불길은 오래 간다. 먹감나무로 만든 장농은 장농으론 최고품으로 친다. 아름다운 초겨울 운치를 보여주는 홍시는 한 편의 시였다. 자두도 그렇다. 7월의 붉은 자두 한 알은 소녀의 입에 물렸을 때, 그냥 한 폭 그림이다. 앵두나무와 왕보리수는 어떤가. 빨간 앵두는 홍보석이다. 비온 뒤 떨어지는 앵두꽃은 차마 애초로워 볼 수 없다. 왕보리수 열매는 남쪽 바다 외로운 섬을 생각나게 한다. 아무도 모르는 섬에서 혼자 익는 붉은 열매다. 목련과 철쭉도 그렇다. 나무에 피는 연꽃같다는 목련이다. 봄에 만산첩첩 비단옷 입히는 산속 미인이 철쭉이다. 한결같이 꽃과 열매 아름답던 나무들이고, 나의 사랑을 받던 친구였다. 그래 그런지 나무를 불구덩이에 던져넣고, 타서 재가 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한다. 인간도 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이다. 사람도 벽제 화장터 불구덩이에 들어가면 마찬가지 아닌가 싶다. 장미처럼 요염한 용모의 여인도, 매화처럼 고결한 지조를 지닌 고사(高士)도 마찬가지다. 홍시처럼 달콤한 성품도, 자두처럼 새콤달콤한 성품도 마찬가지다. 앵두의 입술, 왕보리수의 외로움도 마찬가지고, 목련의 순결, 철쭉의 순박함도 마찬가지였다. 우리가 사랑하고 가치를 매기던 이 세상 모든 것이 한결같이 마찬가지였다. 나무와 섞어 같이 태워버린 반쯤 썩은 하얀 페인트칠 된 판자쪽이 있었다. 그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것은 불속에서는 동일하였다. 재와 연기였던 것이다. 모닥불은 뭔가 사람을 빨아드리고, 사색을 하게하는 마력이 있다. 나는 불을 숭배한 배화교(拜火敎)가 어떤 종교인지 자세히 모른다. 그러나 불을 응시하면서, 배화교를 생각해보았다. 배화교의 창시자 <짜라투스트라>를 본인 저서의 제목으로 채택했던 니체를 생각해보았다. <불이 만물의 근원이다>고 주장한 헤라클레이토스를 생각해보았다. 나무를 태우면서, 나는 적어도 하나의 교훈은 얻는다. 세상의 학식이나 지조, 용모나 성품, 외로움, 순결, 순박함같은, 그 모든 가치가 전부가 아니란 것을. 그 모두가 우리 곁을 지나간 바람이었다는 것을. 그 모두가 집착이었다는 것을. |
2012.02.20 13:04
2012.02.20 13:06
김창현 선생님,
여러 나무에 대해 관찰도 많이 하시고 식견이 많으십니다.
생생하였던 모습과 불구덩이에 들어가서 타는 소리들, 그리고 향기를 뿜는 나무.
각기 다양한 모습으로 살았던 우리들 사람도 화장터에서 깨끗이 타버리면 남는 것은
추려낸 뼈, 그리고 갈아낸 가루. 한 단지 속, 광물적인 존재로 변하지요.
그러나 영혼은 육신에서 해방되어 훨훨 허공을 날아 하느님 품에 안길 것이니, 그날이 세상 싸움터에서의 승리의 날이라 생각합니다.
평소에 그래도 뭔가 선을 추구하며 사랑으로 살려고 노력했던 삶의 완성의 날이 될 것입니다.
그 시간을 모르고 덤덤한 생활 속에, 바로 닥칠 수도 있는 죽음에 대하여 마음을 정리하여 봅니다.
선생님, 감사드립니다.
2012.02.20 20:37
2012.02.21 00:08
2012.02.21 01:02
우리 방선생께서 우리웹에 많은 일을 하셨지만 그중에서도 김창현선생을
우리 웹에 모셔온것은 으뜸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나무를 태우면서'를 읽어가노라니 물론 수필의 내용은 다를지라도
이효석의 명수필,'낙엽을 태우면서'가 생각나서 답글로 옮겨 봅니다.
글 잘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규정
2012.02.21 10:31
2012.02.21 17:53
칼리 포니아에도 나무가 많고 낙엽도 많은데,
그거 밖에서 태우면, 소방서에서 차가 들어 닥치고 벌금도 냄니다.
산불이 크게 날수가 있어서 지요.
처음 여기 이사와서 낙엽태우는데, 동네 사람이 신고해서 소방차가 들이 닥치고 혼 줄이 낫엇지요.
요새는 그것 긁어 모아 퇴비만들어 씀니다.
조금 시골로 들어가면, 소방서에 신고하고,
대기 오염도를 매일 측정해서, 발표한 방송듣고, 낙엽 태우는날을 골라 태웁니다.
여기선 낙엽이라기 보단, 커다란 나무 가지 등 집채 많큼 나무 싸놓고 태우지요.
도시에선 낙엽 쓰레기 주머니에 담어 길가에 놓으면, 시청에서 수거해서 비료롤 만들어 다시 주민에세 팔으니,
공동 퇴비 사업하는겁니다.
그러니 낙엽을 태우면서
공상을 즐기는 로맨스는 없읍니다.
2012.02.21 18:57
2012.02.21 20:04
2012.02.22 11:01
2012.02.22 20:07
김 형:
Tree removal service:
미국에 오니 동네 마다, 나무 제거해주고 먹고 사는 사람이 많어요.
특히 전기줄 근처는 전기회사에서 돈 내고
이렇게 자른 후에, 분쇄기로 3-5 센티 정도로 떡국할때 끌일때 넣는 떡 크기로 분쇄기애 넣어 짤라 한트럭에 100 불씩 주고
쓰레기 장에 버리는데, 우리집 마당에 공짜로 버려달라면, 얼마든지 갔다주는데,
그걸 wood chip 이라고 하고, 그 위에다 흙을 시루떡같이 싸서 1-2 년 두면 좋은 퇴비가 무료로 생기고
근 1000ㅡ 여평되는 대지에, 잡초 나오는 곳 그 걸로 더 덮어 버리지요.
우리집에 지금 까지 한 대여섯 트럭분으로 다 덮엇고 과일 나무근처는 더 수북히 싸놧지요.
한국에선 옛날에 그거 한트럭 가져다 말리면 일년 내내 군불때고, 밥해먹고도 남을텐데, ..
한국이 옛날에 얼마나 자원이 빈곤한 나라엿는지, 알겟드군요.
인도에 갓드니, 거기는 한국보더 더 가난합디다.
소 똥을 수거해 집 마당에서 말려 그걸로 풍로에 불때서 음식을 장만합디다.
,
2012.02.23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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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프로의 경지에 들어가신분이 쓰는 글은 차원이 다릅니다.
아낙네가 야무진 손으로 송편을 빚어내듯,
마술사가 빈손에서 하얀 비들기를 만들어 날려 보내듯,
수려하고 세련된 달필로 짜임새있게 쓰신글에 감탄이 절로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