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03 02:48
울음 우는 아이들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정원 한편 구석에서 발견된 작은 새의 시체 위에 초추(初秋)의 양광(陽光)이 떨어져 있을 때, 대체로 가을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그래서, 가을날 비는 처량히 내리고, 그리운 이의 인적(人跡)은 끊어져 거의 일 주일이나 혼자 있게 될 때. 아무도 살지 않는 옛 궁성, 그래서, 벽은 헐어서 흙이 떨어지고, 어느 문설주의 삭은 나무 위에 거의 판독(判讀)하기 어려운 문자를 볼 때. 숱한 세월이 흐른 후에, 문득 돌아가신 아버지의 편지가 발견될 때. 그 곳에 씌었으되, "나의 사랑하는 아들이여, 너의 소행(所行)이 내게 얼마나 많은 불면(不眠)의 밤을 가져오게 했는가……. " 대체 나의 소행이란 무엇이었던가? 혹은 하나의 허언(虛言),혹은 하나의 치희(稚戱), 이제는 벌써 그 많은 죄상을 기억 속에 찾을 수가 없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 때문에 애를 태우신 것이다. 동물원에 잡힌 범의 불안, 초조가 또한 우리를 슬프게 한다. 철책(鐵柵) 가를 그는 언제 보아도 왔다갔다 한다. 그의 빛나는 눈, 그의 무서운 분노(憤怒), 그의 괴로움에 찬 포효, 그의 앞발의 한없는 절망, 그 미친 듯한 순환(循環), 이것이 우리를 말할 수 없이 슬프게 한다. 횔덜린의 시, 아이헨도르프의 가곡(歌曲). 옛 친구를 만났을 때, 학창 시대의 동무 집을 방문하였을 때, 그리하여 그가 이제는 우러러볼 만한 사람의 고관 대작(高官大爵)이요, 혹은 돈이 많은 공장주의 몸으로서, 우리가 몽롱하고 우울한 언어를 조종(操縱)하는 한 시인(詩人)밖에 못되었다는 이유에서, 우리에게 손을 주기는 하나, 그러나 벌써 우리를 알아보려 하지 않는 듯한 태도를 취할 때. 포수의 총부리 앞에 죽어 가는 사슴의 눈초리. 재스민의 향기,이것은 항상 나에게 창 앞에 한 그루의 늙은 나무가 선 내 고향을 생각하게 한다. 공원에서 흘러오는 고요한 음악. 그것은 꿈같이 아름다운 여름밤에,모래자갈을 고요히 밟고 지나가는 사람 사람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고,한 곡절의 쾌활한 소성(笑聲)은 귀를 간질이는데, 그러나 당신은 벌써 근 열흘이나 침울한 병실에 누어 있는 몸이 되었을 때. 달리는 기차가 또한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그것은 황혼의 밤이 되려 하는 즈음에, 불을 밝힌 창들이 유령의 무리같이 시끄럽게 지나가고, 어떤 예쁜 여자의 얼굴이 창가에서 은은히 웃고 있을 때.찬란하고도 은성(殷盛)한 가면 무도회에서 돌아왔을 때. 대의원 제씨(諸氏)의 강연집을 읽을 때. 부드러운 아침 공기가 가을고 소리 없는 비를 희롱할 때. 공동묘지를 지나갈 때, 그리하여 문득 "여기 십 오 세의 약년으로 세상을 떠난 소녀 클라라는 잠들다."라고 쓴 묘지명을 읽을 때, 아, 그는 어렸을 적의 단짝 동무의 한 사람. 날이면 날마다 언제나 도회의 집과 집의 흥미 없는 등걸만 보고 사는 시꺼먼 냇물. 숱한 선생님들에 대한 추억. 수학 교과서.오랫동안 사랑하는 이의 편지가 오지 않을 때. 그녀는 병석에 있는 것이 아닐까? 아니면 그녀의 편지가 다른 사나이의 손에 잘못 들어가, 애정과 동경에 넘치는 사연이 웃음으로 읽혀지는 것이 아닐까? 아니면 그녀의 마음이 돌처럼 차게 굳어버린 게 아닐까?아니면 이런 봄밤, 그녀는 어느 다른 사나이와 산책을 즐기는 것이나 아닐까? 첫길인 어느 촌 주막에서의 외로운 하룻밤. 시냇물의 졸졸거리는 소리. 곁방 문이 열리고 속살거리는 음성이 들리며, 낡아빠진 헌 시계가 새벽 한 시를 둔탁하게 칠 때, 그 때 당신은 난데없는 애수를 느낄 것이다. 날아가는 한 마리의 창로(蒼鷺). 추수 후의 텅 빈 밭과 밭. 어렸을 적에 산 일이 있던 조그만 지방에, 많은 세월을 경과한 후에 다시 들렀을 때. 아무도 이제는 당신을 아는 이 없고, 일찍이 놀던 자리에는 붉고 거만한 가옥들이 늘어 있으며, 당신의 본가이던 집 속에는 알 수 없는 사람의 얼굴이 보이는데, 왕자같이 놀랍던 아카시아 수풀은 베어지고 말았다. 이 모든 것은 우리의 마음을 슬프게 한다. 그러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 어찌 이뿐이랴? 오뉴월의 장의 행렬(葬儀行列). 가난한 노파의 눈물. 거만한 인간. 보랏빛과 흑색과 회색의 빛깔들. 둔한 종소리. 바이올린의 G현. 가을 밭에 보이는 연기. 산길에 흩어진 비둘기의 털. 자동차에 앉은 출세한 부녀자의 좁은 어깨. 흘러 다니는 가극단의 여배우들. 줄에서 세 번째 덜어진 광대. 지붕 위에 떨어지는 빗소리.휴가의 마지막 날. 사무실에서 처녀의 가는 손가락이 때묻은 서류 속에 움직이고 있는 것을 보게 될 때. 만월의 밤 개 짖는 소리. 크누트 함순의 이삼절. 어린아이의 배고픈 모양. 철창 안에 보이는 죄수의 창백한 얼굴. 무성한 나무 위에 떨어지는 백설(白雪) - 이 모든 것이 또한 우리의 마음을 슬프게 한다. |
2012.03.03 03:02
2012.03.03 04:33
2012.03.03 10:59
2012.03.03 12:42
좋은 말씀들에 감사드립니다.
독일어로된 원본수필을 어떤분이 번역했는지 마치한국수필가가
쓴것같은 느낌을 받게 잘번역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규정
2012.03.07 16:36
이분 간단한 일생기를 위키페디아서 여기 전재.
일차대전때, 히트러와같이 참전도 햇고, 패전에 화가 낫든지, 1933 년 문인 88 인과 나치운동에 가담,
늙은 나이 52 세에 군대에 가담해 이차대전 때, 싸우다가 미군한테 포로가됏다니, 이런 시인도, 별수없이 광기에 몰려가면 엉뚱한 짓도 하게되는 모양.
어디서 읽은 바에의하면 우리를 '슬프게하는 하는 것"을 쓴 다음에, 유명해져서, "우리를 즐겁게 하는 것"을 썻는데, 나치에 가담해서 그랫든지, 큰 환영은 못받엇든 모양.
한국 교과서에서 이분 글 제거한 이유도 이런 사상적인 이유가 아닌가함.
김일성 좋아 자진 월북한사람들 글 노래 남한에서 큰 환영 못받는 이유도 비슷?
Anton Schnack (21 July 1892 – 26 September 1973)
Early life
Schnack was born in Rieneck, Lower Franconia, Bavaria. He was the third child of a station commander of the German gendarmerie. His older brother Friedrich Schnack (1888–1977) also became a writer, known for his works on natural history and children's literature.[2]
Schack followed his father's official postings around Bavaria, to Dettelbach, Kronach and Hammelburg. He attended the Progymnasium in Hammelburg (predecessor of the Frobenius-Gymnasium Hammelburg). He became a journalist, and worked in Halberstadt and Bolzano.[2]
Schnack served in the German Army in the First World War. He was wounded in 1916. He began to publish poetry in Die Aktion in 1915, but only published poetry on war subjects from 1917. His first war poem was "Schwester Maria" ("Sister Maria"), published in Die Aktion in January 1917.[1] He continued to publish war poems in three collections that he published in 1919, Strophen der Gier ("Verses of greed"), Der Abenteurer ("The adventurer") and Die tausend Gelächter ("The thousand laughs").
His published his most significant collection of war poetry, Tier rang gewaltig mit Tier ("Beast strove mightily with beast") in 1920, in a limited edition of 1,000 copies.[2] This short work of around 80 pages contains 60 poems based on the sonnet form, on themes of night and death.[3] In his 1985 book in German war poetry, Patrick Bridgwater, Emeritus Professor of German at the University of Durham, described Schnack's book as "the best single collection produced by a German war poet in 1914-1918",[4] and one work, "Nächtliche Landschaft", as the "best poem of the war written in German".
His poem "Verdun" was published in 1919 in the first edition of the socialist journal Das Tribunal. He also wrote a remarkable poem about desertion, entitled Der Überlaufer ("The deserter").[5]
After the end of the First World War, he became an editor in Darmstadt. From 1920 to 1925, he was an literary editor and theatre critic for the Neuen Badischen Landes-Zeitung in Mannheim. He married Maria Glöckler on 24 October 1924. He travelled in France, Italy and Dalmatia before returning to Mannheim and then settled in Berchtesgaden. He was one of the 88 writers who pledged their allegiance to Adolf Hitler in October 1933 in a Vow of Most Faithful Allegiance (Gelöbnis treuester Gefolgschaft).[6] He published lighter popular works in the 1930s and 1940s, including his 1935 work Kleines Lesebuch.[2] In addition to his poetry, he also wrote some short plays, a few novellas and two novels, Zugvögel der Liebe (1936) and Der finstere Franz (1937). His later works have less literary merit, and are overshadowed by his support for the Nazis.
He moved to Frankfurt am Main in 1937, and joined the Wehrmacht (German Army) in 1944. He was captured by US forces. After the Second World War, he settled to Kahl am Main, where he later died in 1973.[2]
2012.03.08 00:40
Thanks for your inputs regarding Anton Schnack,Dr. Minn!
Sure his life had been controversial as well, but we all love
and will love his writings! Thanks. K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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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중 동문의 시인 채희문의 수필,'우리를 슬프게 하는것들'을 읽어 내려가며
문득 우리 다 고등학교 시절 교과서 에서 읽었던 안톤 슈낙의 명수필 '우리를
슬프게 하는것들'이 생각나서 여기에 옮겨봅니다.
이수필은 1981년 교과서 개정시 교과서에서 제외되었다는데 그또한 우리들을
슬프게 하는것이 아닐까요.
안톤 슈나크(Anton Schnack, 1892년 7월 21일 ~ 1973년 9월 26일)는 독일의
시인으로 프레드리히 슈나크의 동생이다.
시대의 조류에 초연하여 고아한 정적의 경지를 지켰다. 1919년 〈욕망의 노래〉
로 문단에 데뷔했고, 오랫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1936년 〈조우자로부터의 소식〉
에서 새로운 낭만풍의 시경을 개척하였다.
그 밖에 소설로는 장편 《사랑의 후조》가 있다. 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