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경을 읽으면서 아침엔 금강경을 읽는다. 정원에서 향 피우고 경을 읽노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금강경은 마음을 고요하게 해주는 경이다. 책 읽다 눈 피로하면 나무를 본다. 명상에 잠겨보기도 한다. 감나무와 목련은 녹음이 한창이다. 목련은 과거 시점이다. 흐드러진 꽃이 화단을 낙화로 어지럽히다가 갔다. 지금은 잎만 무성하다. 감꽃 떨구는 감나무는 미래 시점이다. 감은 여름 지내고 가을이라야 붉은 홍시가 되기 때문이다. 비스듬히 고목이 된 살구나무는 현재 시점이다. 연분홍 꽃빛은 갔고, 파란 살구를 달고있다. 노랗게 익기 전이라, 과거와 미래 중간 시점이다. 나무 셋이 과거와 현재와 미래 시점을 보여준다. 조계종이 의존하는 경전은 반야심경과 금강경이다. 둘 다 불교 핵심 사상을 담고 있다. 불교 사상이 대체로 어렵다는 평을 받지만, 금강경은 그렇지 않다. 몇번 되풀이해서 읽고있다. 여기서 <마음>도 없고 나도 없다는 요지만 잘 터덕하면 팔만사천 그 많고 복잡한 대장경 볼 필요없다. <마음>이란 놈은 알 수도, 붙잡을 수도, 얻을 수도 없는 놈이라고 한다. 그냥 空이라 한다. 놈은 어디 있는가. 신체의 속에 있는가. 그렇지 않으면 신체의 안과 밖에 같이 있는가. 다 아니다. 따지고 보면 어디에 있지도 않다. 마치 불과 같다. 불이 돌 속에 있는가. 쇠 속에 있는가. 공기 속에 있는가. 돌과 쇠가 부딪쳐서 불이 나는 것은 사실이지마는 불의 정체를 알 수 없다. 돌이나 쇠를 가루로 만들어본들 불이 나오겠는가. 인연이 만들었을 뿐이다. 어제 생각 오늘 다르고 오늘 생각 내일 다르니 계속 변하는 생각 중 어느 것이 내 마음인가. 과거의 마음은 이미 지나가 없어진 것이니 알 수가 없다. 현재심이라는 것은 따지고보면 없다. 현재란 과거와 미래가 갈라지는 점(순간)에 지나지 않는 것, 현재라고 생각할 때에 벌써 그 현재는 이미 지나가버리고 미래가 현재가 된다.그러므로 지나간 현재가 과거요, 오지않은 현재가 미래라고 말할 수 있다. 과거니 현재니 미래니 하는 것은 결국 그것들의 갈림점을 가정해서 말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와같이 <마음>의 위치도 없는데 <나>란 것이 있겠는가. 금강경은 한걸음 더 나아가 <마음>과 <내>가 없을뿐 아니라, <세상>도 없다고 한다. 세계를 부수면 먼지(티끌)이 되고, 먼지가 모이면 세계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먼지나 세계나 따로 제 實相이 없다. 오직 끊임없는 변화만 있을 뿐이다. 제행무상이라는 것이다. 고착된 <세상>은 없고 있는 것은 오직 끊임없이 변화하는 무상만 있다고 한다. 그 변화는 무어라고 이름 정할 수도 없는 것이라 한다. 고정할 수 없으니, 이름도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부처님의 法은 말과 글자가 아니라고 한다. 생각을 떨쳐버리고 그 어느 것에도 머무르지(집착하지) 않는 것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라 한다. 이것이 불교철학의 핵심이다. <그러나 지구가 돈다>는 말이 생각난다. 나는 조계종단 밥을 축내며 불교신문 기자를 했었다. 사회 첫발을 조계종의 목탁으로 시작했으면서도 현재도 평소에는 <마음>이 있듯이 생각한다. 서당개 삼년에 풍월 읊는다는 말 있다. 그런데도 풍월커녕 아직 짖지도 못하는 강아지다. 뭐가 싫고 뭐가 좋고 시비가 많다. 마음에 끌려다닌다. 희노애락을 글이라고 수필을 쓴다. 하근기의 업보일 것이다. <마음>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 진리 하나만 몸으로 얻으면, 그대로 여래요 부처라고 한다. 그러나 돌아보면 <마음> 공부한 것은 근 40년 세월이 어느새 흘렀다. 중생과 부처가 하나라는데, 어쩌면 길은 이토록 멀고 아득한지 모르겠다. |
2012.06.19 02:22
2012.06.19 03:07
저는 금강경 언해라는책을 오래전에 읽었었는데 부처님께서 수제자 수보리와 대화하는
형식으로된 경전으로 짧고 반복해서 읽어 마치 노래라도 부르는양 암송해 불신자들이
'반아심경'과 더불어 선호하는 경전정도로 알고 있는데 이렇게 금강경의 본뜻을 풀이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空'이라는 무한한 개념을 느끼게 합니다. 김선생님은 의학이 전공인 우리들을 글로서
이렇게 일깨워 주시는것에 늘감사드립니다. 규정
2012.06.19 12:04
수재들이시니 누군가 불교도 깊이 아시는 분이 계시리라 생각했습니다.역시 그렇군요.
세상 살다가 즐거운 일은, 대법관이 시를 쓴다던지, 사회지도층인 의사가 기독교나
불교같은 종교에 깊은 관심을 보이는 것을 보는 일 입니다.
이건일 선배님! 전에 반야심경의 <색즉시공 공즉시색> 논리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과 상통한다고 한 분도 있었지요.상대성 이론을 잘 몰라 저는 그
소상한 관계는 모르지만. 좌우간 동서양이 빈번히 접하다보니 요즘은 종교도 상호간에
닮아가는 쪽으로 이론이 조금씩 변한다고 들었습니다. 기독교에서도 일부가 <신의 외재 절대적>
존재를 <신의 내재성>쪽으로 주장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신의 내재> 는 불교에서
부처가 우리 속에 내재한다는 이론을 닮은 형국이지요. Michael Crichton이 쓴 Time Line
소개 감사합니다.한번 읽어봐야 겠습니다.
황규정선배님! 금강경을 <짧고 반복해서 읽어 마치 노래라도 부르는양 불제자들이 암송한다>는
말씀 놀랍습니다. 요즘 아침에 그걸 읽으며 마음을 정화시키곤 했지만, 이제부턴 정말
<극락의 노래>라고 생각하며 읽겠습니다. 황선배님 감사합니다.
2012.06.20 12:45
마음,
시시각각으로 달라져도 과거로부터의 연속이며 미래로의 시점이 되는 것 같습니다.
늘 스스로 마음가짐의 발전을 지향하고 나가는 것이리라 생각되는군요.
아울러 현재는 과거 시점의 연속이며 과거로의 어느 한 점의 연속이
시계 바늘 똑딱똑딱과 함께 각자, 각 공동체의 역사를 이루겠지요.
법정스님께서 한 時点 한 시점을 충실히 이어나가는데서 좋은 생활이 된다고 하신 것으로 기억합니다.
김창현 선생님 글을 읽고 횡설수설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 한 마디만 묵상해도 평생 생활의 지침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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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나 '마음은 존재 하지 않는다' 는 진리를 터득 하면 누구나 부처님이 되지 않겠습니까?
제 짧은 소견으로는 불교 진리가 요즘 말하는 Quantum Theory 와 비슷 한것 같습니다.
원자의 외곽을 도는 전자는 어는 순간에 어느 곳에 있을 지 모른 다는 것이니까요.
이 이론을 배경으로 Michael Crichton이 쓴 Time Line 이라는 책과 영화 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