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English
                 

Movie 한국영화 : "포화속으로"

2010.07.06 08:34

Rover Views:9680

한국영화 '포화속으로'

주한 외교관과 외신기자들이 박수 보낸 이유
 

입력 : 2010.07.06 15:45

지해범 조선일보 중국전문기자

포화속으로포스트3.jpg

<'포화속으로'의 한 장면> 

영화 '포화속으로'를 본 것은 지난 6월10일, 한 외신기자의 '시사회' 초청 덕분이었다.
별 기대없이 롯데시네마 맨 뒷좌석에 앉았다. 객석은 3분의2 정도가 찼다.
영화가 끝났을 때, 기립 박수가 터져나왔다. 나도 그 박수에 힘을 보탰다.
한국사회의 이념갈등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외신기자와 외교관들이 기립 박수를 쳤다는 것은, 영화 그 자체로서 성공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뒤늦게 영화 감상문을 쓰는 것은 이 영화를 둘러싸고 너무도 어이없는 논란이 우리 사회에 일기 때문이다.)

영화를 같이 본 지인들과 가볍게 맥주를 마시며 "생각보다 괜찮은 영화"라는데 의견을 모았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들의 의견이 틀리지 않았는지, '포화속으로'는 개봉 20일만에, 250만 관객몰이를 하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를 보고난 뒤, 한국전쟁 그 자체에 대한 관심이 생겨, 지인이 보내준 '한국전쟁의 진실(김준봉 지음, 이담 출판사)이란 책을 읽고있다.

국내외 연구자료를 종합하고, 군인으로서의 필자의 경험이 보태진 이 책을 읽으면서, 나 자신이 그동안 6.25 전쟁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는지, 또 우리 사회가 불과 몇십년 전에 일어난 이 땅의 비극을 얼마나 빨리 잊어버렸는지, 다시한번 놀라게 되었다.

이미 공개된 미국,소련,중국 등의 사료가 뒷받침 하듯이, 6.25전쟁은 한반도를 자신의 영향권하게 두고자 한 소련 스탈린이 총 지휘-기획하고, 남한을 무력으로 통일하여 공산정권을 세우고자 했던 김일성이 행동대장으로 나섰으며, 여기에 중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뒤늦게 가담한, '한반도 공산화 전쟁'이었다는 것이 명백하다.

이승만 정권의 북침설이나, 남침유도설 같은 브루스 커밍스류의 '수정주의' 주장은, 스탈린의 전쟁계획을 보여주는 소련의 비밀자료가 공개되면서 엉터리라는 것이 증명되었다.

그럼에도 국내에서는 '북침설'이니 '남침유도설'이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 또 '어느 쪽이 먼저 공격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황당한 주장까지 나돈다. 이는 '국지전'과 '전면전'을 구분하지 못하는 무지의 소치이다. 

'역사로부터 배우지 못하는 민족은 같은 역사를 되풀이 한다'는 어느 역사학자의 경고처럼, 우리 사회가 이같은 역사관의 혼란을 방치한다면, 그 자체가 비극을 부르는 요인이 될 것이다.

포화속으로포스트.jpg

                                                       <영화 포스트> 

국지전과 전면전은 완전히 다르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한 마을에 자주 티격태격하는 이웃집이 있다고 치자. 아이들이 너무 시끄럽게 떠든다거나 쓰레기를 자기집 담벼락에 버렸다는 등의 이유로 자주 다툰다. 이를 국가간 분쟁으로 비유하면 '국지전'이다. 그런데 어느날 새벽 성질 더러운 A집 식구들(북한)이 동네 주먹(소련, 중국)의 힘(무기와 군사자문단, 병력)을 빌어 도끼와 몽둥이를 들고 이웃 B집(한국)을 무단으로 쳐들어가 그 가족을 모두 죽이겠다고 덤빈다고 가정해보자. 이는 '국지전'과 전혀 성격이 다른 '전면전'이며, 그 책임은 명백히 A쪽에 있다. 일반적인 상식이나 법의 기준으로 봐도, 이는 명백히 A의 범죄행위(북한의 남침)인 것이다. 그래서 동네 사람들(유엔)이 나섰고, 엄청난 희생을 치른 끝에 간신히 싸움이 중지(휴전)되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양쪽이 평소 자주 다투었으니, A(북한)의 책임이 아니다"거나, "B(한국)가 공격을 유도했으니 누구 책임도 아니다"고 주장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런 엉터리 주장은 북한이 전쟁책임 회피를 위해 해오던 주장이다. 한국내에서 이런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들은 북한의 앵무새에 불과하며, 자신이 딛고 서있는 한국사회의 바탕을 스스로 허무는 짓이다.

6.25 전사가 말해주듯이, 전방 병력의 3분의1이 휴가를 가고, 군사장비의 3분의1을 정비를 위해 후방에 보낸 이승만 정부가 어떻게 '북침'을 했다는 것인지, 소위 좌파 지식인들의 '사고방식'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해방된지 2년만에 북한이 소련제 T-34 탱크를 비롯, 남한의 몇배에 달하는 압도적인 군사력을 갖추고, 소련 군사고문단의 치밀한 전쟁계획 하에, 스탈린의 승인을 받아 전면남침을 한 것이 명백히 드러났는데도, 좌파 지식인들과 많은 젊은 대학생들은 아직도 '북침설'을 믿고 있다. 

국지전과 전면전도 구분하지 못하는 일부 '외눈박이 영화 비평가들'은 예술의 시각에서가 아니라, 이념의 색안경으로 영화 '포화속으로'를 폄하하고 있다. 그들은 학도병을 포함한 이땅의 수많은 6.25 전사자들의 희생 위에 꽃핀 대한민국의 번영의 '혜택'을 고스란히 누리면서, 희생자들에게 침을 뱉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북한에 살았더라면 '영화비평'이라는 일 자체가 없을 것이다. 

포화속으로포스트2.jpg

또 이들 삐딱한 비평가들과 소위 좌파 지식인들은 입만 열면 '반미'를 떠든다. 

지난 천안함 사건으로 46명이 희생되었을때 우리나라는 온 나라가 큰 슬픔에 빠졌지만, 미국은 갓 태어난 '민주국가 한국'을 지켜주기 위해 3만4000여명의 젊은이들을 한반도에 묻었다. 당시 미국은 한반도를 포기하고 일본까지만 방어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었다. 트루만 대통령이 그때 그런 선택을 했더라면, 지금의 한국은 없다.

6.25 전사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낙동강 전선에서 이들 미군의 희생이 없었더라면, 한국은 지도상에서 영영 사라졌을 것이란 점이다. 그때의 상황은 그만큼 절박했고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수많은 미군들의 목숨이 북한군의 남하속도를 늦추는데 투입됐고, 목숨과 맞바꾸어 번 시간으로 인천상륙작전을 감행해 간신히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었다. 포항 학도병들의 희생도 바로 이 위기상황의 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때 미국이 자국 젊은이들의 희생을 아까워하며 군사력 투입을 주저했더라면 북한군은 부산까지 밀고 내려갔으며,  이승만 정권은 제주도로 피신가거나 일본에 망명정부를 세울수 밖에 없었다. 또 약 30만명의 중공군이 물밀듯 내려왔을 때, 미군이 버텨주지 못했으면 이땅은 중국의 '반(半)식민지'에 김정일 치하의 공산국가가 되고 말았을 것이며, 이런 자유와 풍족함을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 주한미군을 문제삼는 사람이 많지만, 애당초 1948년 한국정부 수립후 철수헀던 미군을 1950년 이땅에 다시 불러들인 것은 한국이 아니라 북한의 남침이었다.

'포화속으로'를 보면서 느꼈던 것은, '내가 만약 고등학생으로서 저 영화속의 현장에 있었더라도 저들과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라는 '일체감' 같은 것이다.

고등학생들에게 무슨 대단한 이념이 있겠는가. 우리 가족을 죽이고 우리의 삶의 터전을 짓밟은 북한 인민군이 싫어서, 혹은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총을 든 것이고, 옆의 동료가 쓰러지면 복수하기 위해 악에 받쳐 총을 갈기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므로 비난해야 할 대상은, 총을 든 고등학생(혹은 군인)들이 아니라, 민족간에 씻을 수 없는 전쟁을 일으킨 북한의 김일성과 그를 도와준 소련과 중국인 것이다.

'포화속으로'가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화는 아니다.

여기저기 구성이 엉성하기도 하고 불만족스런 부분도 보인다.

하지만 이 영화는 6.25의 단면을 사실적으로 보여주었고, 그랬기 때문에 한국의 이념갈등에 물들지 않은 외신기자와 외교관들이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박수를 보냈던 것이라 생각한다.

관객들 스스로 알아준 이 영화에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고 폄하하는 일부 평론가들의 시각은 잘못된 것이다.

아직 '포화속으로'를 보지 못했다면, 자녀들의 손을 잡고 종영되기 전에 어서 영화관으로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hbjee@chosun.com



No. Subject Date Author Last Update Views
Notice How to write your comments onto a webpage [2] 2016.07.06 운영자 2016.11.20 17770
Notice How to Upload Pictures in webpages 2016.07.06 운영자 2018.10.19 31854
Notice How to use Rich Text Editor [3] 2016.06.28 운영자 2018.10.19 5497
Notice How to Write a Webpage 2016.06.28 운영자 2020.12.23 43427
102 [Movie] Roman Holiday [8] 2010.05.09 운영자 2010.05.09 8520
101 [Movie] Shane - The call of the faraway Hills [3] 2010.05.14 운영자 2010.05.14 9065
» 한국영화 : "포화속으로" [7] 2010.07.06 Rover 2010.07.06 9680
99 [Movie Review] 영화 "울지마, 톤즈" - 신잉기 글 [2] 2010.12.26 Rover 2010.12.26 8551
98 이태석 신부의 약력 [2] 2010.12.26 Rover 2010.12.26 10375
97 “하느님은 없다” - 영화 [울지마, 톤즈]를 보고 - [5] 2010.12.26 심영보*61 2010.12.26 7266
96 Top 10 Movies for Grownups of 2010 [6] 2011.01.08 운영자 2011.01.08 6311
95 Oscar Movies [1] 2011.01.25 Rover 2011.01.25 3915
94 2011 Oscar Winners & Losers [5] 2011.02.28 황규정*65 2011.02.28 7231
93 일본 사무라이 대하 드라마 "공명의 갈림길" 49편 [6] 2011.10.02 계기식*72 2011.10.02 6002
92 [Movie] Top 10 Movies of 2011 for Grownups [2] 2012.01.06 Rover 2012.01.06 3597
91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La vita e bella, life is beautiful, 1997) [4] 2012.04.14 황규정*65 2012.04.14 10867
90 [연속극] 新三國誌 大河드라마, 한글자막 [5] 2012.09.06 운영자 2012.09.06 13724
89 한국영화,'피에타' 세계 3대 영화제 첫 최고상 쾌거 [5] 2012.09.09 황규정*65 2012.09.09 5377
88 [Movie] 10 Best Movies of 2012 by AARP [3] 2013.01.07 Rover 2013.01.07 11285
87 무인 도시이에 (일본 대하 드라마 49편) [2] 2013.02.28 계기식*72 2013.02.28 10091
86 [Movie] 21 Must-See Classic Movies for Grownups [1] 2013.10.04 Rover 2013.10.04 2909
85 [Chinese Drama] 손자병법 1편 ~ 41편 [2] 2014.06.25 Rover 2014.06.25 2269
84 [연속극] 신삼국지 95편 동영상 (한국어) [3] 2014.06.29 Rover 2014.06.29 4303
83 옛날 한국영화 모음 [1] 2014.07.30 Rover 2014.07.30 28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