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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훈 컬럼


‘속물교수’ 전성시대


 

임 춘 훈

언론인, 전 한국방송공사 미주지사 사장

 


뉴스의 속도경쟁에서 인터넷이 전통매체를 누르더니 이제는 위성방송입니다. 위성방송은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에 카메라와 마이크를 직접들이대 사건소식을 있는그대로 전해줍니다. 이곳 엘에이에서도 미국위성방송으로 한국뉴스를 실시간 라이브로 볼 수 있습니다.

 

보도전문채널인 ytn은 24시간 생방송 뉴스를 보내고있고, 역시 보도중심 케이블 채널인 mbn도 주요뉴스는 라이브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한국날짜로 9월27일낮, 엘에이시각으로 26일 늦은 밤, ytn과 mbn에 뉴스속보 자막이 떴습니다. 잠시후 한국시간으로 27일 낮 세시쯤 안철수후보의 ‘중대발표’가 있을 예정인데 이 소식을 생중계로 보도하겠다는 예고방송이었지요. 그전날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안철수 부인의 다운계약서-탈세의혹과 관련해, 안후보가 직접 해명기자회견을 한다는 예고였습니다. 곧 ytn과 mbn의 화면은 현장을 비쳤습니다.

 

안철수의 얼굴이 나와 회견이 시작되는줄 알았는데, 그는 금새 빠지고 웬 낯선사내가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이날 안철수캠프에 영입된 고려대교수 장하성이었지요. 장하성은 안철수와 손잡게 된 저간의사정을 설명하면서 무슨 곡절에선지 눈물까지 흘렸습니다.

 

현장에 카메라를 들이댄 뉴스채널들은 엉겁결에, 안철수의 다운계약 사과방송대신, 뉴스꺼리가 안되는 정치교수 장하성의 정치선언 장면을 생중계한 꼴이 됐습니다.

일부방송은 서둘러 생중계를 마쳤지만 불청객 장하성의 얼굴이 5-6분이나 전파를 타고나간 뒤였습니다. 장하성의 긴 연설에 이어 안철수의 짧은 사과멘트가 나왔습니다. 32초짜리의 건성사과였습니다. 안철수캠프는 다운계약서 사과 기자회견을 한다며 뉴스채널의 생중계 팀까지 불러놓고는, 그 자리를 장하성교수 영입 기자회견장으로 둔갑시켜버렸습니다. 영악한 안철수식 상황조작 솜씨입니다.

 

 

교수의 정치참여와 곽노현의 비극

 

한국의 대통령선거는 대학교수들이 살판나는 정치행사입니다. 각급대학의 ‘어중이 교수’와 ‘떠중이 학자’들이 이후보 저후보 진영에 모여듭니다. 현재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후보진영에서 공식 비공식 직함을 갖고 일하는 교수는 최하 100여명에서 최대 300여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의 공화 민주 양당은 대학교수를 비롯한 전문가 집단과 일상적인 유대를 맺고 있습니다. 같은 당원인 이들은 소속당의 정책자문에 응하고, 집권을 하면 국정에 직접 참여하기도 합니다. 이와는 달리 한국의 대학교수들은 오직 한 가지, 감투와 입신출세를 위해 선거판에 뛰어듭니다. 후보가 교수를 캠프에 끌어들이는 목적도 딴 데 있습니다.

 

전문성을 활용하기보다는 이름이 알려진 소위 스타교수를 영입해 자신의 이미지와 인기를 업그레이드시키려 합니다. 염불보다는 잿밥에만 마음이 있는 이들 교수는 대체로 본업인 연구와 강의에 소홀하며, 트위터등 sns 놀음을 즐겨, 실력이 쳐집니다. 능력이 모자라는데다 현실경험이나 감각도 없는 교수들의 정치참여는, 국정을 그르치고 자신의 삶까지 피폐시키기 일쑤입니다.

 

지난주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이 대법원의 확정판결로 교육감직을 잃고 구속수감됐습니다. 곽노현의 비극은 결코 정치를 해서는 안될, 현실감각과 전문능력이 떨어지는 학자가 정치에 뛰어들 어, 국정을 망치고 자신의 삶까지 파탄낸 눈여겨볼 사례입니다. 방송통신대 법학과교수로 초중고교 교육에 문외한이던 그는, 전교조등 진보좌파 진영에 등 떠밀려 교육감 선거에 나섰습니다. 당선은 됐지만 2억원에 상대후보를 매수한 혐의가 유죄로 확정돼 모든 것을 잃고 영어의 몸까지 됐습니다.

 

 

사육신의 실패한 정치참여

 

성삼문과 박팽년은 단종복위 쿠데타를 획책하다 참형된 조선초기 집현전 학자입니다. 삼대가 끊어지는 멸문지화를 당했고, 박팽년의 아내 옥금은 계유정난의 공신 정인지에게, 그리고 성삼문의 아내 차산과 딸 효옥은 역시 공신 박종우에게 종으로 보내졌습니다.

 

역사는 성삼문과 박팽년을 만고의 충절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가문과 가정에 멸문의 화를 입히고, 사랑하는 딸과 아내를 옛 친구의 종이되게 해 죽음보다 모진 삶을 살게한 이 두 집현전 학자의 실패한 정치참여가, 정치과잉시대를 사는 오늘의 후대들에게 시사해 주는 것은 무엇일까요.

 

곽노현이 감옥에 들어가자마자 서울시교육청에 칼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곽노현계 실세간부들이 보수계 교육감 권한대행에 의해 모조리 쫓겨나고, 교육현장을 황폐화시킨 논쟁적인 학생인권조례도 폐기수순에 들어갔습니다. 곽노현은 8개월 복역후 석방돼도 공직이나 교단복귀는 어렵습니다.

 

선거때 지원받아 쓴 선거자금 35억원을, 집을 팔아서라도 정부에 갚고 알거지가될 판입니다. 현대판 ‘멸문지화’를 당한 꼴이지요.

 

안철수진영은 경제학교수 장하성의 영입으로 천군만마를 얻었다고 환호작약입니다. 그의 영입소식을 띄우기위해 안철수 부인의 다운계약서 이슈를 연계시켜 tv 생방송까지 유치하는 꼼수까지썼습니다. 장하성은 과연 그만한 몸값을 할까요. 아닐 것 같습니다. 장하성도 one of them, 국민의 눈높이에서는 그저 권력주변에 모여든 여름밤 부나방같은 속물 정치교수중의 하나일 뿐입니다.

 

다음주부터 국회의 국정감사가 시작됩니다. 올해의 국정감사는 때가 때인만큼 대선후보 검증청문회 형식으로 진행될겁니다. 지지도 1-2위를 다투는 박근혜와 안철수-그중에서도 특히 안철수가 엄혹한 검증공세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

검증탄’에 쓰러지든지, 선방을해 현재의 지지율이 유지되든지, 아니면 역풍이 불어 지지율이 오히려 오르든지 셋중의 하나입니다.

 

국회의 검증에서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보다 구체적인 증거와 정교한 정황논리가 동원되는 격전장이 될겁니다. 무소속으로, 방어막이 되어줄 소속정당이 없는 안철수로서는, 더욱 괴롭고 외로운 싸움을 해야겠지요. 지금 느긋한 후보는 지지율이 오를일만 남은 문재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느긋한 문재인, 대통령될까

 

문재인이 대통령 출마를 선언하고 나섰을 때 솔직히 딱해보였습니다. tv에 특전사복장으로 나와 격파시범 보이며 표 달라고 보챌때도 딱했습니다.

“대통령 비서실장 노릇도 제대로 못한 ‘깜냥’이 웬 대통령?” 하는 심사였지요. 헌데 요즘, 어쩌면 의외로 쉽게, 문재인이 대한민국의 제18대 대통령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까닭모를 예감이 듭니다.

 

안철수가 검증과정에서 낙마하면 문재인은 청와대행의 8부능선은 넘은셈이 됩니다. 안철수가 약간의 내상을 입은채 오차범위내의 지지율 격차로 문재인과 단일화 경선을 해도 문재인이 다소 유리합니다.

 

문재인으로도 정권교체가 가능하다고 믿어지면 지금 안철수쪽에 몰려있는 호남표가 문재인한테 결집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박근혜의 지지표 40%는 견고하지만 국민의 절반이상이 정권교체를 바라는 상황에서 그가 10%이상의 중도표와 무당파표를 끌어오기는 쉽지 않을겁니다.

그러고보니 걱정꺼리가 또하나 생겼습니다. 문재인이 대통령이되면 집권당이될 콩가루집안 민주당을 제대로 추스르고 원내 제일당인 새누리당의 집요한 국정 딴지걸기를 버텨낼수 있을지, 그런 정치력과 리더십을 과연 발휘할 수 있을지, 그게 걱정입니다.


<2012년 10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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