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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중국이 보는 박근혜 당선인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향후 외교적 성과를 가를 두 축은 한·미, 한·중 관계다. 북한 변수까지 짊어진 상황에서 한국 외교는 주요 2개국(G2) 시대의 두 나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박 당선인을 보는 미·중의 속내가 중요한 이유다. 박 당선인은 역대 지도자 가운데 중국을 잘 아는 편이다. 그래선지 중국 대륙은 호감을 보인다. 반면 워싱턴 정가에선 박 당선인을 환영하는 한편으로 한국 외교의 무게중심이 이동할까 우려하는 기류가 흐른다. 방위비 분담 협상 등 한·미 현안도 적지 않다. 미·중의 시각을 관련 전문가로부터 들어봤다.

미국의 시각

친밀감 느끼지만 속내 몰라 ‘박근혜 수수께끼’로 고민

“점심에 먹을 수 없는 두 가지가 뭔지 아는가?” 박근혜 당선인이 2007년 2월 미국 방문 중 한반도 전문가들과 함께한 오찬 인사말에서 던진 질문이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이 전문가 30여 명을 모은 자리였다. 뜻밖의 질문에 어리둥절해하는 참석자들에게 그는 “아침식사와 저녁식사”라고 말했다. 허를 찌른 ‘썰렁’ 유머였다. 유력 대선 주자로 워싱턴 DC를 방문한 그가 어떤 이야기를 할지 긴장했던 전문가들의 분위기는 한결 부드러워졌다. 이어 박 당선인은 “북한이 가져서는 안 되는 두가지도 있다. 핵무기와 인권 유린이다”고 덧붙였다.

박 당선인은 그동안 대미 관계 구축에 공을 들여왔다. 따라서 미국에서 박 당선인에 대한 호감도는 대체적으로 높다. 12·19 대선 뒤 워싱턴 현지 전문가들의 반응을 종합하면 “안심했다(reassured)” “낙관적이다(optimistic)” “전향적이다(forward-looking)”로 요약된다. “워싱턴 관리들은 자신들이 신뢰하는 인물이 당선돼 안도하고 있다”(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선임연구위원)부터 “박 당선인은 공화·민주당 인사들은 물론 정·관계 인사들과 두루 관계를 잘 쌓았다”(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는 반응까지 보인다.

한·미 간 대북정책 조율이 관건

안도감의 상당 부분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사이의 정책 연속성에 대한 기대에서 나온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담당 국장을 지낸 빅터 차는 “오바마 행정부 관리들도 한국에 진보 정권이 들어섰던 시기에 한·미 관계가 겪었던 악몽을 잘 알고 있기에 박 당선인을 더 환영했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박당선인 당선 축하 성명에서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아태 지역의 평화와 안정의 핵심(linchpin)”이라고 표현한 데서 그런 분위기는 단적으로 드러난다.

그러나 안도·환영의 발언 뒤에선 복잡한 표정이 감지된다. 각론으로 들어가면 미세 조정의 문제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당선인은 워싱턴 관리들에게 ‘신중하면서도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이른바 ‘박근혜 수수께끼(enigma)’가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미국 출장을 다녀온 피터 벡 아시아재단 한국사무소 대표는 “박 당선인에게 친밀감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당선인의) 속마음이 뭔지 모르겠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박 당선인은 2007년 방미 중 컬럼비아대 특강에서 “새로운 한·미 동맹을 위해선 한국도 미국도 상대방의 입장에서 역지사지 할 줄 알아야 한다”며 뼈있는 발언을 던진 바 있다. 당시 박 당선인은 “한국에선 밥상에 밥·국·반찬을 다 올려놓고 먹는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미국이 생각하는 단계적 접근 방법도 좋지만 한국인들에겐 한 상에 해법을 올려놓고 포괄적으로 타결하는 방법이 익숙하다”는 ‘밥상론’으로 온도 차이를 드러냈다(자서전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

미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낸 데이비드 스트로브 미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센터 부소장은 “오바마 행정부가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이명박 정부 때 누렸던 전례 없이 긴밀한 한·미 관계는 한국의 새 정부에서 바뀔수도 있다”고까지 경고했다. 스나이더 연구위원은 “박 당선인과 오바마 대통령은 물론 양국 관리들이 시급히 유대관계를 돈독히 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문했다.

‘박근혜 수수께끼’의 핵심은 한·미 양국이 대북 정책에서 어떻게 보폭을 맞춰 나가느냐로 압축된다.
박 당선인은 조건 없는 인도적 차원의 대북 식량 지원에 유연한 태도를 보이면서 북한 비핵화를 추구하고 있다. 미국과 엇박자가 날 수있는 지점이다. 미국은 지난해 2월 대북 식량 지원을 하려다 4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뒤 취소한바 있다. 스트로브 부소장은 “북한에 창피를 당하고 화가 나 있는 미국은 현재로선 대북 식량지원을 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박 당선인이 한·중 관계에 무게를 두는 모습도 미국으로선 내심 부담이다. 미국 측 전문가들은 “한·중이 가까워진다고 껄끄러울 이유가 없다”고 입을 모았지만 속내는 다르다. 이들이 “미국은 한·일 관계 악화 에 더 신경을 쓴다”고 한데서 행간을 읽을 수 있다. 중국을 견제하는 한·일 공동전선이 붕괴되면 대중견제 전략에 타격이 오기 때문이다. 미국은 올해 타결을 목표로 추진 중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한국·일본을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한·미 간 현안도 산적해 있다. 당장 올해엔 내년 3월 만료될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 또 2014~2018년 방위비 분담 협상 테이블에도 마주 앉아야 한다. 한국은 현재 42%(8125억원)의 분담금을 내고 있는데 미국은 이를 50% 수준까지 증액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수진 기자


중국의 시각

미 국 편중 외교 바로잡을 ‘지화파 얼음공주’로 호감

“대통령이 되십시오.”
2006년 11월 왕자루이(王家瑞)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중국을 방문한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에게 행운의 도자기를 선물하면서 건넨 인사말이었다. 6년 뒤 왕 부장의 ‘덕담’은 현실이 됐다. 박근혜 당선인은 지금까지 네 차례(2001·2005·2006·2008년) 중국을 공식 방문했다. 중국은 매번 ‘초특급 예우’로 대했다. ‘미래 외교’에 대한 선행 투자만으로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 많았다. 왜 그랬을까? 중국이 보는 박 당선인의 이미지 속에 그 답이 있다. 중국의 시각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지화파(知華派) 얼음공주(?公主)라 는 대중적 이미지다. 박 당선인은 2007년 자서전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 에서 “나의 첫사랑은 아마도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가 준 삼국지에 나온 조자룡이었다”고 적었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 서거 이후 펑유란(馮友蘭)의 중국철학사를 읽으며 큰 위안을 얻었다고 한다. 중국의 최대 온라인 서점인 ‘당당왕(當當網)’은 중국철학사를 ‘한국의 첫 여성 대통령에게 영향을 끼친 중국 저작, 가장 어려운 시절에 읽었던 책’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박 당선인은 또 중국어로 대화가 가능하다. 케빈 러드(Kevin Rudd) 전 호주 총리처럼 중국인들이 친구로 여기는 이유다. 여기에 과거사·영토분쟁 문제에 대한 단호한 대일 외교 자세 역시 중국의 반일 분위기와 통한다.

셋째, 태자당 그룹에 속하는 시진핑(習近平) 지도부 역시 박 당선인의 개인적 배경에 호감을 갖고 있다. 맹자(孟子) ‘고자장(告子章)’에는 “하늘이 사람에게 큰 임무를 맡기고자 할 때는 반드시 그 마음과 뜻을 먼저 힘들게 한다(天將降大任於斯人也, 必先勞其心志)”는 구절이 나온다. 덩샤오핑(鄧小平)이 곤경에 처했을 때마다 읽었다는 구절이다. 중국인은 많은 역경을 극복한 입지전적 인물을 존경하는 경향이 있다. 최고 명문가에서 태어나 부모를 모두 흉탄에 잃는 고난을 극복하고 권력의 정상에 선박 당선인의 모습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이미지와 일정 부분 겹친다. 하지만 중국 대중은 ‘관얼다이(官二代·관리의 자녀)’와 ‘푸얼다이(富二代·부유층 2세)’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다.

남북 양측의 새 지도자를 바라보는 중국의 여론도 예전과 다른 흐름을 보인다. 시사평론가 두쥔리(杜君立)는 ‘한국민주진화사(韓國民主進化史)’란 장문의 글을 홍콩 펑황왕(鳳凰網)에 실었다. “동방의 전통적인 남성 우월 사회에서 첫 여성 대통령의 탄생은 인종차별이 여전한 미국에서 흑인 대통령 오바마가 당선된 것과 같다”는 내용이다. 그는 “권력이 국민을 통해 나오지 않는 국가는 소수 음모가의 사적 재산에 불과하다”며 “같은 세습 이지만 박근혜가 계승한 건 능력이요, 김정은이 계승한 건 권력”이라고 평가했다.

“남성우월 사회 첫 여성 대통령”

그렇다면 박 당선인은 중국을 어떻게 볼까. 앞의 자서전 ?절망은…?의제5장 외교 부분에 잘 드러난다. 박당선인은 외교무대의 경험담 16편 가운데 6편을 방중 소감에 할애했다. “나는 중국이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대한 땅, 엄청난 자원과 수많은 인재를 가진 중국이 배울 것이 있다면, 누구에게든 배우고, 성공한 제도가 있다면 그 제도를 거침없이 가져다 쓰고 있었다.…우리는 또 한발 앞서 가서 그들이 배우고싶어 할 21세기형 발전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양자 외교 관계에서 지나친 기대는 실망으로 이어지기 쉽다. 박 당선인의 개인적 매력이 외교 성과로 이어지려면 무엇보다 인사가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손인주 교수는 “박 당선인이 애독했던 중국 고전의 지혜와 덕을 갖춘 숨은 인재들을 두루 발탁해 박근혜의 매력 외교를 보완할 외교팀을 꾸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박 당선인을 보는 중국의 속내는 매우 복잡하다. 중국과 각을 세우는 미국·일본과 달리 한국을 우호적인 국가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주재우(국제정치학) 경희대 교수는 “박근혜 당선인의 트레이드 마크인 원칙과 신뢰가 향후 대중 외교의 강점이 될 수 있다”며 “미국과 중국, 중국과 일본이라는 양자택일 구도를 깰 합리적인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출처/ 중앙일보.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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