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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연재수필] 갑자기 눈물 한줄기가 뺨을 타고 ...

2011.03.25 11:08

이기우*71문리대 Views:7699

모모짱님의 연재수필 <자아를 찾아서...>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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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어제는 출판사와의 미팅이 있어서 강남에 나갔다.
글에 살을 더 붙여달라는 요구에 그러마고 했지만 작업이 장난이 아님을 안다.

시간과 체력을 요하는 일이다.
나만의 공간이 필요함도 모르는 바가 이니다.
사실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글에만 몰두 하고 싶다.
돌아오니 끓여 놓았던 콩나물 북어국이 비어있다.

동생이 다녀갔어.
양주댁의 남동생은 장애인도 아니면서 누나한테 요구사항이 많다.
돈을 주던가 방을 주던가...뭐 그런 요구인것 같다.

내 방은 원래 동생의 방이었다고 한다.
그 동생이 다시 들어오기를 원하니 내가 비켜줄수 밖엔 없다는 이야기는
며칠전부터 들어서 각오 하고 있다.
자기랑 오래 오래 살고 싶었는데...
양주댁은 그리 말한다.

얼마전 찾아온 그 동생은 나를 사나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내가 끓여준 오뎅도 먹지 않겠다고 했다.
짬뽕 먹을래..
누나는 짬뽕을 시켜주었다.
따라온 유부녀는 내 눈치를 본다.
유부녀는 늙은 백수 총각을 왜 따라다닐까..
그것이 궁금했다.
나는 그 상황에서 그것이 왜 궁금한지...

조직의 거시기 였다는 말이 맞긴 한가보다.
그 눈초리에서 나는 느낄수 있었다.
나를 원망하는구나...
갑자기 배째라 하고 싶어진다.

봄까지의 여유를 잡아보면서 인터넷으로 원룸을 알아본다.
설마 엄동설한에야...
그리 생각해본다.

그애가 갑자기 소파에서라도 자겠다고 밀고 들어오면 어쩌겠어.
걔가 이렇게 자주 오는건 물 밑 작업인거 같어...
소파는 내 방앞에 있다.
남자가 내 방앞 소파에서 잔다면 아마 밤중에라도 나는 나가겠지...
어디로 갈까..
헤매겠지..

나박김치를 맛있게 먹으며 양주댁이 내게 하소연을 한다.
나박김치 정말 맛있다..
자기한테는 뭘 먹고 싶다는 말을 못해..
금방 만들어주니 누가 길 들였는지 길 하나는 정말 끝내주게 들였네..
보내기 얼마나 아까웠을까...

아까운 나는 그래도 그 시절보다는 지금이 낫다.

오십이 넘어도 누나에게 동생은 그애인 모양이다.
양주댁은 매일 방 이야기를 한다.
평생 속 썩이는 동생을 원망하면서도 동생인데 어쩌겠어 말한다.
양주댁의 동생 사랑앞에 할 말이 없다.

그럼 내가 비켜주지머...
대답은 쉽게도 나간다.

엄동설한에 양주를 떠날 생각에 심란하다.

출판사에서 전화가 온다.
시작 하십시다. 대박 한번 내 보자구요.

내 인생에 대박이 가능하긴 한지...
내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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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어제는 종일 강남을 돌아다녔다.
서초동 오피스텔 세입자에게 내 오피스텔을 팔기 위해 전화를 하고는 집을 나섰다.

집 사람하고 의논해보고 전화 드릴게요.
하루만 시간을 주세요.
그 말이 반가웠다.
서초동 부동산에 가서 시세를 알아보기도 했다.
좀 싸게 팔테니까 팔아줘요.

미국 아들네 집에 가기때문에 빠른 시일에 정리를 해야 한다는 거짓말을 했다.
소설을 쓰다보니 거짓말이 늘어간다.
미국 아들네 집에 간다는것은 늘 내게 꿈에 불과한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꿈도 못꾸냔 말이지..

다시 강남역으로 가기위해서 지하철을 탔다.
교대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고 강남 문화센타에 가서
다음달에 필요한 일지랑 영수증 용지를 받고 새로운 교육을 받았다.
앞으로 강남에서 새로운 일거리를 받을수 있나요?
그럴수 있단다.
직업전선에 접선 가능함을 확인했다.

나오니 밖에는 눈이 쏟아지고 있었다.
파카에 모자를 둘러 쓰고 걷다보니 친구 생각이 났다.

강남역에 사는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친구가 차를 가지고 나왔다.
친구가 이쁘게 포장한 화장품을 내밀며 새해 선물이라고 한다.
놀랄만큼 이뻐질거야..

압구정동으로 가서 윈제과 친구와 합세를 했다.
셋이서 이른 저녁을 먹기로 했다.

너 고기 고프겠구나..
나 고기 고파..
점심은 몇시에 먹었니?
굶었어.
잘 됐다.
절대로 고기를 먹지 않는 양주댁때문에 국에 한자락 고기도 못넣는 형편이다.

친구가 갈비집으로 안내를 했다.
맛있군...
많이 먹어.
오랜 친구앞에서 내놓고 궁상을 떠는 내가 우습다.
손이 그렇게 곱더니 손이 거칠어졌네..
친구들은 내 손을 잡고 들여다 본다.
양주 지하수가 내 손을 이렇게 만드네...
고무장갑 꼭 끼도록 해.
알았어.

산업디자인 교수인 친구는 이 달에 박사학위를 땄단다.
우아...축하 한다. 대단해. 노력은 역시 성공을 가져오는군.
맥주로 건배를 했다.

2010년이 내 인생에 최악인지 최고인지 두고 보자구.
넌 반드시 치고 올라 갈거야.
친구에게서 위로 한자락을 받는다.

윈제과 친구가 양주댁에게 줄 먹거리를 챙겼다.
이건 빵이고 이건 부추전이야..가서 부쳐 주면 좋아할거야.
양손에 짐을 든 내게 친구는 걱정을 한다.
지하철에서 앉을수 있을까?

청담역까지 친구가 데려다 주었다.
7호선을 타고 도봉산역에서 다시 1호선으로...

눈이 비로 변해서 내리고 있었다.
비를 맞으며 마을버스를 기다린다.

그런데 이건 왠 일인가...
갑자기 눈물 한줄기가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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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

더 내려갈 곳이 있는가.
막막한 현실 앞에 서 있다.

벼랑에 몰리면 날개를 펼수 있다고 누군가 말했다.
여기는 벼랑이다.
가족을 잃어버린 이곳이 마지막 벼랑임을 안다.

남아있는 피붙이가 없다.
가장 어려운 시기에 남아있는 사람은 피붙이뿐이라는 말도 거짓말이다.
무엇을 기대하는가.
부부라는 이름의 허망함.
그 이름앞에 통곡했었다.

이제 철저하게 혼자가 되자.
아무런 기대도 없고 누구에게도 마음 한자락을 남기지 않기로 한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당당해지자.

기다리는 기획사가 많습니다.
술술술 쓰시지요.
과연 술술 쓸수 있을것인가.

쭉쭉 나갈수 있잖아요.
과연 글이 쭉쭉 나갈수 있을것인가.
밤새 책상앞에 앉아 시작 부분부터 고쳤다.

건너간 400매의 원고가 얼마나 더 추가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옛날 원고들을 뒤적거리며 외로운 씨름을 한다.
고독을 사랑하리라.
고독의 자유는 얼마나 귀한것인가.

쓸쓸해하지도 말고 아파하지도 말자.
한 인간으로 대접받지 못한 세월들을 보상 받기위해서
나는 강해져야만 한다.

날개를 펴자.
나는 비상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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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

주일 미사에 참석하기 위해서 시간보다 좀 일찍 성당에 갔다.
십자가를 진 예수님의 그림 앞에서 기도를 했다.
십자가의 길은 험난하고 고통의 길이었다.

그곳에서 나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인생은 결국 십자가를 지고 걸어가는것이다.

많은 핍박과 힐책을 들으며 돌팔매질에 쓰러지며 일어나는 모습은>
우리네 삶을 연상하게 했다.
쓰러지고 일어나서 묵묵히 자기의 길을 가야함을 깨달았다.

예전엔 자식이 십자가인줄 알았고 남편이 십자가인줄 알았었다.
이제는 나자신이 내 십자가임을 안다.
내가 나를 어께에 매고 나는 쓰러질듯 걸어가고 있다.

그리고 십자가에 매달려 죽을것이고 부활할것이다.
끊임없이 부활을 꿈꾸는것은 살아가는 단하나의 힘이다.
아팠던 지난날들의 고통도 내려놓지 못했던 내 탓이었음을 안다.

며칠전 그사람의 생일이었다.
술을 마시지 않고는 견딜수 없다던 사람..
이제 그 사람의 심정을 이해한다.
나도 순간 순간 그런 심정이니까...
해서 그날 나도 술을 마셨다.
매취순에 막걸리에 맥주..
잘 살아달라고 염원하며 술을 마셨다.
나때문에 고통을 안았다면 미안하다며 술을 마셨다.

이제 다시 일어선다.
다시 쓰러지더라도 일어선다.
내 십자가는 내가 책임지기로 한다.
이 길의 끝은 어디일까...


 [퍼온이의 코너]

이번 주말도 즐겁게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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