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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지리산 다녀와서

2012.05.04 12:54

김창현#70 Views:5814

  지리산 다녀와서

 

 여행은 산 보러가는 것이다. 강 보러 가는 것이다. 홍진의 때 씻으러 가는 것이다.

 인삼랜드에서 인삼 새싹 구경하고, 연못의 비단잉어 헤엄치는 것 보니, 도시에서 흐리던 눈이 맑아진다. 하얀 토끼, 하얀 오골계 오랜만에 구경하였다. 칠면조 호로새도 보았다. 육십령터널 지나니 지리산이 나온다. 지리산은 항상 마음 속에 그리던 애인 같고, 어머니 같다. 산청 지나니, 봄꽃 피는 산과 강 아름답다. 중산리 계곡 길은 바위 옆으로 내려오는 물이 비단이다. 골짝골짝은 연분홍 진달래다. 진달래 새악시가 날더러 무릉도원 들어가 같이 살자고 꼬신다.

 두류동 친구 오두막은 허룸하다. 그러나 나는 허룸해서 좋다. 그래야 청산에 눈길이 더 가기 때문이다. 밥상은 조촐해서 좋다. 菜根의 담박한 맛에 길들어야 명리에서 멀기 때문이다. 마침 산에서 캐온 취나물이 향기로웠다. 그래 산채로 배 채우고, 손님 온다고 준비한 엄나무 넣은 오리고기는 딱 한 점 먹었다. 식사 후 집 뒤로 돌아가니, 땅 좋고 물 좋은 곳이 이곳이다. 작년에 심은 오가피나무 싱싱하게 자랐다. 한잎 입에 씹으니, 쌉싸롬하다. 전에 심은 복숭아나무는 꽃이 진 후다. 머루 다래 우거진 골에 심었던 삼은 철이 일러 싹이 하나만 올라와 있다. 천왕봉 빤히 올려다 보이는 넓적 바위에  앉아 동동주 한잔씩 했다. 진주 오교장이 옥종 가서 사온 것이다.

                             사진 우측부터 최상호상무 이정수장군 김두진교수 이종규장군 거사 

 

서울서 가져간 꾸지뽕 묘목과 가죽나무 묘목은 가식해놓고, 산속을 걷다가 밤엔 국악판을 벌였다. 산이 고요하니 시조 창이 격조 있다. '두류산 양단수를 예 듣고 이제 보니, 桃花 뜬 맑은 물에 山影조차 잠겨세라.....' 시조 하는 오교장이 부럽다. 최상무는 단소로 '淸聲曲'을 불었다. 단소 소리는 푸른 산마루에 백학이 날라가는 것 같다. 명창 안숙선씨 남편답다. 우리는 그를 '本草선생'이라 부른다. 그는 산에 있는 온갖 약초의 성능을 안다. 밤 늦어 등불을 끄니, 새벽 1시였다.

 새벽에 산 속을 혼자 거닐다 오니, 이 사람들이 안마가 한창이다. 안마는 오교장이 실시했다. '엎드려 뻣쳐!' 육군소장 육군준장 두사람이 언제 뻣쳐 해봤을까. 방바닥에 눕혀놓고, 등에 올라타고 군기 잡는다. 엉치뼈 척추 뒷골 사정없이 주무른다. '아이고 진짜 시원하네!' 두사람은 좋아서 죽는다. 장 중에 교장이 제일 쎄다.

 아침 식사도 흥겨웠다. 중산리 매표소 옆 해장국집 여주인 화통하다.  미모라고 칭찬하자,  비아그라 효력 난다는 약초술 한 병 무상 제공한다. 일하는 할머니도 순박하다. 평소 어느 손님이 허리 굽은 그분을 아는 체라도 해주겠는가. 갑장이라며 장군이 술 한잔 권하자, 부얶 속 죽순요리 있는대로 다 내온다. 맘껒 웃어제치고 덕산 약초시장 들러, 신토불이 토종 영약 구경하였다. 흰민들레와 꾸지뽕 뿌리였다. 하우스나 밭 재배 약초가 아닌 것들이 약성이 강하단다. 향긋한 한약냄새 나는 산청 한약단지도 구경했다.

 여행 마무리는 합천 초야에 묻힌 이석영 친구 집에서 했다. 남명선생 외갓댁이 그의 집안이다. 선생이 공부하던 건물과 생가를 한옥으로 잘 보존해놓았다.

 동네 둘러보니,아담한 강도 있고, 산세는 부드럽다. 풍수 좋다. 대숲과 들판은 기름지고, 교통도 진주서 20분 거리니 地利도 좋다. 인심 푸근하다. 택리지서 말한대로 풍수, 지리, 인심 다 갖췄다. 

 

두보는 '강촌'이란 시에서 이렇게 읊었다.  

 

<맑은 강 한 굽이 마을을 안아 흐르나니

긴 여름 강촌의 일마다 그윽하도다

절로 가며 절로 오는 것은 집 위의 제비요,

서로 친하며 서로 가까운 것은 물 가운데의 갈매기로다.

늙은 아내는 종이에 그려 장기판을 만들거늘

어린 아들을 바늘을 두드려 고기 낚을 낚시를 만든다.

많은 병에 얻고자 하는 것은 오직 약물이니,

미천한 이 몸이 이것 밖에 다시 무엇을 구하리오>

 

 동네는 두보가 그린 강촌 그대로 모습이다. 이의원 집은 작은 다리 건너에 있었다. 강에는 일급수에 사는 다슬기가 많단다. 그는 매실과 밤 감 심은 골짜기 두개 차지한 성주였다. 다리는 그 혼자 사용하는 자가용 다리였다. 여름에 가족들 데리고 와서 다슬기 잡고, 밤낚시 하고 가란다. 붕어도 메기도 낚싯대도 있단다. 월척 붕어찜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다. 한번 와서 밤낚시도 하고, 다리 위에 자리 깔고 누워, 개똥벌레 날으는 밤하늘 구경 하는 것도 운치있겠다 싶었다. 초야도 이런 곳은 좋다 싶었다.(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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