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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옌따이(煙臺)를 다녀와서(2)

2012.09.05 17:49

김창현#70 Views:5310

옌따이(煙臺)를 다녀와서 

     첫 밤은 향기로운 술에 취하고, 다음 날은 신선이 살던 산을 찾아갔다. 봉래산(蓬萊山)은 영주산(瀛州山), 방장산(方丈山)과 더불어 전설 속 삼신산(三神山)의 하나이다. 신선이 살고, 불사의 영약이 있고, 이곳에 사는 짐승은 모두 빛깔이 희며, 금과 은으로 지은 궁전이 있다고 한다. 중국서 신선이 언급된 첫 고서는 산해경(山海經) 이다. 시황제 이전에 출현한 이 책은, 산과 바다, 약초과 특산물, 그리고 신선, 머리는 동물이고 몸통은 사람인 괴수들을 소개한 일종의 백과전서이다. 나중에 이 책을 재편집한 사람은 유흠(劉歆)이고, 최초의 주석을 단 사람은 진대(晉代)의 곽박(郭璞)인데, 두 사람 다 신선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신선방약(神仙方藥)과 불로장수를 논한 또하나 책은 동진(東晉)의 갈홍(葛洪)이 저술한 <포박자>란 책이다. 여기에는 하늘에 사는 천선(天仙)과 땅에 사는 지선(地仙) 이야기, 선인의 호홉법, 단식법, 방중술, 불로장생의 금단(金丹) 만드는 방법, 먹는 법 등이 소개되어 있다.

 이 신선사상의 원류가 고조선이라는 설도 있다. 고조선 때 하늘에 의식을 행하는 신단(神壇)을 주관하는 제사장을 선인(仙人)이나 신선(神仙)이라고 불렀다는 기록이 있다. 현존하는 기서(奇書)도 있다. 화헌파수록(華軒罷睡錄)과 청학집(靑鶴集)이란 책이다. 그 책엔 금선자(金蟬子) 채하자(彩霞子) 계엽자(桂葉子) 등 우리나라 신선 이름이 보인다. 금강산 지리산 한라산은 각각 봉래산, 방장산, 영주산으로 불린다. 봉래(蓬萊) 양사언은 금강산 만폭동(萬瀑洞) 바위에 ‘봉래풍악원화동천(蓬萊楓嶽元化洞天)’이란 8자를 새겨놓기도 했다. 성삼문이 '이몸이 죽어가서 무엇이 될고하니,  봉래산 제일봉의 낙락장송 되었다가' 라고 읊은  그 봉래산은 단종이 유폐된 영월 동쪽에 있다. 부산에 영주동이 있고, 우리나라 곳곳에 봉래동 칭하는 곳 수두룩하다.

 그 봉래산을 찾아간 것이다. 안내는 하회장의 젊은 여비서가 맡았다. 그는 한국에 유학, 한국어를 배워 우리와 언어소통에 불편이 없었다. 갈홍(葛洪)의 신선전(神仙傳)에 마고(麻姑)에 관한 기록이 있다. 동한(東漢)의 선인(仙人) 왕방평(王方平)이 채경(蔡經)의 집에서 선녀 마고를 만났는데, 마고는 일찍이 고여산(姑余山)에서 수행하여 득도(得道)했고, 천년이 지났으나 모습은 여전히 열아홉 살의 처녀 같았다고 한다. 간밤엔 두강주에 취하고, 이튿날은 두 백발 신선이 선녀와 논 것이다.

 봉래산은 산동반도 끝이고, 승용차로 1시간 반 거리다. 노변에 무궁화가 많고, 대륙의 넓은 평야에는 사과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산은 숭인동 낙산 정도 높이다. 정상까지 30분만에 올라갈 수 있었다. 바다를 향한 가파른 절벽엔 보라빛 해국이 향기로웠고, 절벽에 잔도(栈道)를 매달아놓은 솜씨는 중국인 다웠다. 유방이 항우에 쫒겨 촉으로 들어갈 때도 저런 험한 잔도를 넘어갔다. 창해 위에 합해정(合海亭)이란 정자가 있었다. 북쪽은 발해요 동쪽은 황해다.

바다에 잠든 신선을 깨우려는지, 어디서 은은히 종소리가 들려온다. 동행한 정사장이 발동이 걸렸다. 종각에 올라가, 10위옌 내고 종을 열번 치고 내려온다. 한번 타종에 1위안씩 낸 셈이다. 저멀리 산 중턱에 한 동네가 보였다. 멀리서 보니, 높은 누각과 회랑 모습이 신선도 그림 같다. 케이불카를 타고 피안에 건너가니, 양쪽 겨드랑이에 바람 시원히 닿는 감촉이, 영판 봉래산 선인이 학을 타는 기분이다.

 거기서 두 사람이 산 부채에는 팔선과해(八仙過海)란 글씨가 쓰여있다. 여덟 신선이 바다를 건너간 것이다. 옥피리 부는 여인, 파초선 든 선인, 거문고 타는 선인. 학을 탄 선인 그림이 그려져 있다. 그들은 서해를 건너 어디로 갔을까. 해 뜨는 동쪽으로 간 것이다. 산해경에는 바다 속에 부상(扶桑)이라는 신목(神木)이 있어, 그 가지에는 열 개의 태양이 달려있고, 태양은 함지(咸池)에서 목욕하고 탕곡(暘谷)에서 돋아 부상(扶桑)의 꼭대기 위로 솟아오른다고 한다. 부상(扶桑)의 한자(漢字) 뽕나무 상(桑)자가 재미있다. 뽕나무의 원산지는 지금 중국 북부와 한반도 일대가 아니던가.  동이(東夷)의 강역을 의미하는 것이다

 나는 별칭 방장산, 지리산 아래서 성장한 사람이다. 팔선이 가깝게 느껴져 소라 뿔피리를 하나 샀다. 불어보니, 부드럽고 은은한 소리가 난다. 둘은 100위안씩 주고 옥돌에다 각각 낙관도 새겼다. 새기는 김에 중국에 초청해준 친구 것도 만들었다. 봉래선인(蓬萊仙人)이란 즉석 작호에 정웅지인(正雄之印)이라 새겼으니, 고마움의 표시다.

 

 봉래산 전체가 신선의 터다. 불로문(不老門)과 전각은 정교한 석주와 홍교(虹橋.,무지개 다리)와 돌난간과 돌계단으로 연결되었고, 연꽃을 심었을 법한 연지는 암반과 괴석과  조산(造山)이 운치있다. 수백년 된 소나무가 선 원림(園林)은 세월이 묻어있고, 곳곳의 돌과 현판에 새겨진 글씨는 고풍스럽다.  꽃담에는 해, 산, 구름, 바위, 소나무, 거북, 사슴, 학, 불로초가 그려져 있고, 희미하게 수(壽), 복(福)의 글자도 보인다. 여기 무지개 다리 위에서 달밤이면 머리에 옥비녀 꽂은 선녀가 옷자락 바람에 날리며, 옥피리를 불지 않았을까. 기화요초가 향기 날리는 봄,  신선이 정자 난간에 기대어 거문고 탈 때, 현학이 날라와서  춤 추지 않았을까. 향로와 누대와 오솔길에서 그 흔적을 찾아보기도 했다.

모처럼 정자, 원림, 지당(池塘), 괴석, 담장, 보도, 돌다리들을 감탄하며 보느라 눈을 실컷 호강시켰다. 그리고 밤에는 실컷 발도 호강 시켰다. 발맛사지 하는 곳에서, 둘이 중국담배를 삐딱하게 입에 물고, 침대에 나란히 기대어 앉았다. 그리고 따끈한 약초 물에 발을 씻기고, 발바닥 경락 하나하나까지 미인에게 안마 맡기니, 정신이 쇄락한 것이, 신선의 느낌은 혹시 이런 것이 아닐까 싶었다. 여행의 피로를 말끔히 푼 것이다. 

 이번 여행은 쌍으로 즐거웠다. 하나는 두보가 즐기던 술 마셔본 것이요, 하나는 신선의 산 답사해본 것이다. 마지막 날은 골동품 시장을 찾아갔다. 이건 완전 덤이다. 옥팔찌, 마노목걸이, 연꽃 새겨진 벼루, 고서화, 티이크로 만든 의자 등 하나하나가 흥미로웠다. 물건 사지않아도, 재미나는 것이 중국에서의 흥정이다. 대개 반 값에서 시작해서, 우여곡절 거치다 그 근처서 자른다. 그런데 한가지 애석했던 것은, 나에게 그런 복은 없었던지, 거기서 영국의 여류작가 에밀리부론테 자매가 그렇게 애착을 가지고 수집했던 청화백자나, 옥 중에 최고품으로 치는 초록빛 비취는 보지 못한 점이다.

그러나 세상에 어디 완벽이 있던가. 박물관에서 그림 속되지않은 엄청나게 큰 대형 청화백자 화병을 만났다. 그런 걸 청복(淸福)이라 일컫는다. 그 화병은 키가 내 키보다 크고 그림도 속되지 않았다. 하도 반가워 나는 그 곁에 닥아가 서성대다가, 스르르 그려진 산수화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한참을 그림 속 인물이 되어, 절벽 밑에 매인 조각배를 타고, 청풍을 즐기다 나왔다. 이번 여행에서 마지막 이 대목도, 슆게 경험할 수 없는 멋진 체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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