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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4월 한국의 한 병장이 일등병을 큰 이유 없이 때려죽였다는 어처구니 없는 뉴스를 읽고 사디즘(sadism, 가학증)에 대하여 생각했다.
 
 프랑스의 미치광이 귀족, 사드 후작(Marquis de Sade: 1740~1814)은 '가학성 변태 성욕'을 실천에 옮긴 인류의 원조로 손꼽힌다.
 
 74년 평생에 29년을 감옥에서 그리고 마지막 13년을 정신병원에서 보낸 '사드'의 이름에서 유래한 사디즘이라는 말은 원래 남에게 성적으로 고통을 주는 쾌감을 뜻했지만 근래에는 남을 육체적이나 정신적으로 학대하는 병적인 즐거움이라는 광범위한 의미로 변했다.
 
 사디즘의 발생원인에 대해서는 많은 학설이 있지만 정신과의사들과 심리학자들이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으는 근본적인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만약 당신이 매사에 쉬운 답을 얻기를 원하는 기질이라면 아마도 기원전 3세기에 저보다 50년 선배인 맹자(孟子)의 성선설에 도전한 순자(荀子)의 성악설을 추종하고 싶어 오금이 저려올지도 모를 일이다.
 
 사디즘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나르시시즘 (narcissism, 자기 도취증)에 대해서도 한참 생각했다.
 
 우리말 사전이 '나르시스'라 부르는 그리스 신화의 미남 'Narcissus' 이야기! 기원전 50년 그리스 시인 파르테니우스(Parthenius)에 의하면 나르시스는 자기를 연모하는 청년 아미니아스(Aminias)를 거절하고 칼을 선물한다. 아미니아스는 그 칼로 자결을 하면서 당시의 숱한 신(神)들에게 나르시스를 혼내 줄 것을 기원한다. 그리고 나르시스는 연못에 비친 자신의 미모에 홀린 후 스스로와의 성취할 수 없는 사랑을 비관하며 저 또한 칼로 자살한다. 그가 죽은 자리에서 수선화(narcissus) 한 송이가 피어난다.
 
 기원후 8년에 로마 시인 오비드(Ovid)가 출간한 시집 '변신(Metamorphoses)'에 등장하는 나르시스의 테마는 동성애가 아닌 남녀의 사랑이다. 숲 속을 거니는 나르시스에 홀딱 반한 요정 에코(Echo)는 그를 미행한다. 그가 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돌려 "누구세요?" 하고 물으면 에코는 "누구세요?"라고 응답한다. 급기야 모습을 들어낸 에코는 나르시스에게 보기 좋게 퇴짜를 당한 후 계곡에 숨어서 늘 상대의 말을 되풀이하는 산울림의 생을 산다.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Nemesis)가 이 뼈아픈 짝사랑 소문을 듣고 깊은 동정심을 품는다. 네메시스는 나르시스를 연못가로 유인하고 그는 물에 비친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 굶어 죽는다.
 
 '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 (자기애적 성격장애)'처럼 인간관계를 손상시키는 정신질환도 드물다. 이 병의 가장 치명적인 결함은 남 생각을 하지 않는데 있고 혹시 하더라도 남을 자신을 위한 도구로 사용할 뿐이다. 
 
 라틴어 'Narcissus'를 희랍어로 'Narkissos'라 하는데 '마비'라는 뜻의 'narkosis'와 말의 뿌리가 같다. 현대영어의 'narcotic(마약)'이라는 단어에 그 의미가 그대로 남아있다.
 
 자기애는 애타심의 마비상태를 지칭한다. 그것은 마약을 복용했을 때의 몽롱한 의식, 그 외부와의 철저한 단절상태가 빚어내는 이기성의 잔혹한 쾌락이다.
 
 'All's fair in love and war. (사랑과 전쟁에는 모든 것이 공정하다.)'라는 격언이 있다. 어쩔 수 없는 사랑의 본능을 허용하고 국가의 안보를 지키기 위한 살상을 두둔하는 말이다. 그러나 자기도취라는 덫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과로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의 존재를 말살하는 행위는 아무래도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의 혹독한 응징을 피하지 못하는 것 같다.
 
© 서 량 2014.08.10
-- 뉴욕중앙일보 2014년 8월 13일 서 량 컬럼 <잠망경>으로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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