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쓰고 싶은 마음/이한중

2015년 5 월 8 일, 저녁 8 시, 미시간
소낙비가 시원스럽게 주룩주룩
봄은 늦게 왔지만 몹씨 서두르는 양,
풍성하게 주룩주룩 소나기 보내고 보내서
하루가 다르게 며칠사이에
뒷뜰 초록은 어느새 짙어졌구나.

겨울을 남가주에서 보내고
지난주에 귀향하니
친구들 말이 이곳 늦게 찾는 봄과 같이 왔노라고.
반년 못본 친구 둘 그리고 부인들과
항상 만나는 푸근한 음식점에서 오랜만에
여유있는 점심과 대화를 나누고 귀가하니
어느새 날은 저물어 가고 봄비는 처마를 흥건히 적시더니
제법 소나기가 되어 주룩주룩, 어느새 천둥 번개도 찾아와
일찍 침대에 누우려는 이 늙어가는 몸과 마음을 일깨워 주는구나.

암, 반세기를 이 고장에서 살아 왔지.
내가 이와같은 봄 맞이를 수없이 했지.
내가 기나긴 미시간 겨울을 보내면서 목이 빠지라 기다리던 봄들 이었지.
그리고 참다 참다 못해서 시도 많이 썼었지.
어느새 나는 시 쓰는것도 싫증이 나
오랫동안을 마음의 창을 닫고 물결에 실려 방황 하고 있었던가.

옛날 집에 오랜만에 돌아와보니
미시간 옛날 친구들 오랜만에 만나보니
미시간의 화창한 봄 날씨, 짙은 초록 오래간만에 접해 보니
주룩주룩 봄비, 소나기 맞고
이 계절에 귀에 익숙한 천둥 번개에 깨어 나보니
사라졌던 시를 쓰고 싶은 마음, 시상,
어디선가 어느새 솔솔 나오고
나도 모르게 이같은 즉흥시를 쓰게 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