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1.16 11:25
몇년전 여름.
친한 후배와 제약회사의 부장과 뜻을 같이하여 지리산 산행을 나섰다. 금요일 저녁 우등 고속으로 남원에 도착하여 택시로 산행기점인 반선으로 향하였다. 과거에는 이런 밤 늦게 매표소에는 사람이 없어 국립공원 입장료는 생략되어 좋았다. 뱀사골에서 첫날밤. 별빛아래 평상 밑에 기어 나온 두꺼비와 함께 남자 셋이서 맥주 다섯병, 산사춘 2병, 이마저 떨어져 백세주 2병, 즉 작은 구멍가게 냉장고를 다 비우고 취침. 자다가 들린 빗소리는 깨어 나보니 계곡 물소리이었다.
시골 된장찌게 3인분을 먹고 7시 산행 시작. 물이 넉넉히 흐르는 작은 폭포, 탁룡소, 병풍소, 간장소 등의 담과 소를 이루어지는 계곡을 따라 아름다운 경치를 보며 올라가다 뱀사골 산장(지금은 철거 되었다고 하던데)을 얼마 두지 않고 전번에 보아둔 숨은 골짜기로 살짝 내려간다. 이 곳 물가에서 세가지의 주먹밥(내용물이 다진 쇠고기, 우엉조림, 멸치조림)과 오이장아찌와 김무침을 찬으로 삼아 이른 점심 식사 후, 해서는 절대로 안되지만 예순을 바라보는 노인네(나 밑에 56세, 44세임)들의 일사병 예방을 위하여 홀랑 벗고 목욕하고 뱀사골 산장에 도착하니 정각 12시.
지난번 2년전에 생태계를 복구하던 것이 끝나 능선에는 비비추, 동자꽃, 원추리 등이 만발하여 반긴다.삼도봉 오르는 지겨운 계단을 지나, 드디어 도착한 삼각형(전남, 전북, 경남이 만나는 것을 의미)의 조형물이 있는 삼도봉 정상에서 한숨을 돌리고. 지리산 팔경의 "반야낙조"인 반야봉은 이번 산행에서 빼고 임걸령 샘터에서 준비해 간 미숫가루를 타 마신다. 다행히 개스가 끼이기 시작하여 해를 정면으로 보고 가야하는 고달품은 면하고, 노고단에 오후 5시 30분에 다다른다.
이 산행코스는 반야봉 포함하면 약 20km, 반선이 표고 약 400여 미터이고, 반야봉이 해발 1723미터. 능선에 샘터가 임걸령, 돼지평전, 노고단 등에 있어 좋으나 서쪽의 해를 보고 산행하므로 선글라스와 모자가 필수입니다. 때 맞침 준비된 택시를 타고 온천 랜드의 지리산 가족호텔 (교원공제회 소속이므로 우리는15만원짜리가 7만 5천원으로 할인).
미리 갖고간 연태고량주로 하산주. 갈치조림 2인분과 된장찌게로 포만감이 드는 식사. 호텔로 돌아와 일행의 꼬임을 뿌리치지 못해(?) 단란주점에서 11시까지 양주 한병, 얼씨구 2차까지 갔잖아. 그걸로 끝날 산사나이들이 절대 아니지요. 슈퍼에 들러 사포로 실버 왕창 사서 새벽 2시반까지 취하도록 마시고 취침. 이거 산에 온거야? 술마시러 온거야?
해장술은 물론 전라도 산 잎새주. 남원으로 택시를 타고 가서 무궁화호를 타고 맥주 한두캔 마시고 잠시 잔 후에 서울 도착 12시 25분에 귀가 12시 50분.
맛있는 국수로 산행을 종료하였습니다.
김밥은 상하기 쉽지요. 우리처럼 그 전날 출발하면. 물은 페트병을 기우려 2/3쯤 물을 넣어 얼려 잘 싸가면 하산 시까지 시원한 물을 마실 수 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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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그때 우리 구릅에서는 음식에 까다로웠던 사람이나 식도락가는 없었고
여기 글에 나오는 음식이나 음료는 꿈에도 꾸지못한것이였고,
가끔가다가 재수 좋은 날은 길에서 만난 불쌍한 뱀을 잡아 국끄려 먹으며 다녔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