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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한글은 이렇게 어렵지 않았다 / 김진규

김진규 공주대 교수

지난 학기 교환교수로 6개월 동안 호주에 다녀왔다. 그곳에서 한국어와 한글을 가르치는 자원 봉사 한국인 교사들을 보고 많은 감동을 받았다. 시간이 되는 대로 한국어 교사 연수 모임에 가서 특강도 하고, 상담도 했다. 그러면서 새삼 절감하게 된 것은 우리 한글맞춤법이 너무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곳 한국어 교사들의 대부분은 한국어를 전공한 분들이 아니었다. 그분들이 하나같이 한글맞춤법을 왜 그렇게 어렵게 만들었느냐는 것이다. 호주의 시드니에도 한류의 열풍으로 교포 2세·3세 어린이들이나 상당수의 호주 사람들까지도 한국어와 한글을 배우고 있는데, 교사 자신들도 어려운 한글 적기를 어떻게 문화가 다른 그들에게 가르칠 수 있겠느냐고 호소하였다.

'훨씬'과 '몹시'의 뒷소리는 왜 같이 된소리로 나는데 다르게 쓰는지, '숟가락'과 '젓가락'은 왜 받침이 다른지, '웬일'과 '왠지'에서 '왜'와 '웨'의 차이는 무엇이냐, '예, 아니요'에서 '아니오'가 아닌 이유는 무엇인지, 왜 '닐리리'가 아니고 '늴리리'라고 적어야 하며, '냇가, 횟수'와 '위층, 초점'에서 사이시옷을 붙이는 문제 등, 그들의 질문은 끝없이 계속되었다.

나는 그 이유들을 책에서 배운 대로 열심히 설명해 주었다. '훨씬'은 유성음인 ㄹ 받침 아래이므로 된소리로 적고, '몹시'는 무성음 받침이므로 예사소리로 적은 것이다. 그리고 '저의 가락'이어서 '젓가락'이지만, '숟'은 '술(匙)'이라는 형태에서 온 것이므로 ㄹ이 ㄷ으로 바뀐 것 등으로 열심히 설명해도 그들의 표정은 굳어 있기만 하였다. 설명이 더 어렵다는 눈치다. 아마도 우리 국민 모두의 생각도 비슷할 것이다.

세종 임금은 한글을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도록 간단하면서도 과학적이고 편리하게 만드셨는데, 지금 우리는 쉬운 글을 어렵게 사용하고 있다고 본다. 세종은 가급적 형태를 살리는 표기법을 좋아하였다. 세종이 관여한 '용비어천가'나 '월인천강지곡'의 표기에 잘 나타난다. 그러나 세종 이후 500년 동안 한글은 핍박받으며, 큰 원칙도 없이 발음되는 대로 적어 왔다.

일제 강점기 조선어학회(현 한글학회)가 만든 '한글맞춤법 통일안'(1933년)은 55년 동안 우리말 표기의 좋은 그릇으로서의 역할을 다했다고 본다. 그러나 이를 부분적으로 수정 보완한 현행 '한글맞춤법'도 공표한 지 벌써 22년이나 되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어제가 다르게 변화를 계속하고 있다. 1988년 올림픽이 열렸고, 경제 성장과 함께 국력이 향상되고, 특히 한류의 열풍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우리 사회도 다문화사회의 문턱에 있다.

세계에는 약 5000종류의 언어가 있다고 한다. 우리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이 8000만명 이상으로 세계 12위의 언어대국이다. 어느 통계에 의하면, 중국에는 80여 대학, 일본에는 45개 대학에 한국어과가 있고, 미국에는 주말 한국어 학교만도 1000곳이 넘고 특히 미국대학입시(SATⅡ)에 한국어가 채택되었다.

이제 한국어와 한글은 한반도에만 갇혀 있는 말과 글이 아니라 알파벳처럼 국제화를 꿈꾼다면, 지금까지의 발음을 지나치게 따르는 표기 그릇으로는 안 된다. 뜻있는 학술연구단체나 국가 기관에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한글맞춤법'으로 개정하는 논의를 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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