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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대 산악반 시산제


2010 년 1월 10일, 북한산성에


기능성 내의를 상하로 입고 방한복 차림으로 방수이중 장갑과 여벌장갑, 동계 등산용 모자와 아이젠까지 積雪期 산행 준비를 단단히 하고서 일요일 7 시 30분 집을 나선다. 원주에서 환자가 갖고 온 더덕 막걸리 두통도 같이 들고서. 오늘은 그동안의 酷寒이 누그러져 최저 기온이 영하 섭씨 5.3도, 하늘은 잿빛이나 낮이 되면 해가 뜬다는 예보. 그러나 100%는 믿지를 않고 산의 일기는 또 지상의 일기와 다르고, 해발 500미터이니 4도 가량은 낮을 것이고 바람이 불면 體感온도는 더 떨어질 것을 예상하여야 한다. 우이동행 버스를 기다리는 사이 참새들이 “짹짹” 하고, 까치가 “꽉꽉”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침에 우는 새는 배가 고파 울고요, 저녁에 우는 새는 님이 그리워 운다.”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지금 저 새들은 왜 울까? 하는 사이 버스가 와서 타니까 승객이 탈 때마다 인사하는 예의 바른 운전기사를 만나 아침부터 기분이 좋다.


지하철과 버스의 승차 시 다른 점은 버스는 바깥구경을 할 수 있다는 것. 내가 직접 운전을 하면 오로지 앞만 보고 가야지 한 눈을 팔수는 없지만. 타고 얼마 되지 않아 테헤란路로 접어드는데 맥주 집 간판이 “팡세”이고 건너편에는 “블루 블루”라는 것도 보이네. 두 군데 다 이름으로는 술이 취하지 않을 듯. 버스 안에 TV에는 비 보이들의 신나는 공연들이 펼쳐지는데, 저러고 나중에 나이가 들면 관절이상이 오지 않을 까 걱정이 된다. 이윽고 강남의 소위 피. 안. 성 병원 들(요즈음 애들이 일컫는 말인데 돈이 잘 벌리는 피부과, 안과 및 성형외과를 지칭하는 것이지요), 저 중에는 의료사고로 나의 심사 대상(제가 대한의학 공제회 전문위원, 삼성화재 배상공제보험 심사위원장 및 서울민사고법 조정부위원장이니까요)이 되었던 병원들도 보인다. 주초에 내린 눈 폭탄도 제설이 되어 차들은 그럭저럭 운행이 되고 있고, 나도 다음 주부터는 차를 가지고 출퇴근을 해야지.


약수동교차로 부근에는 돌아가신지 몇 년 동안 그대로 있던 고 영우 산부인과가 그 사이에 철거되고 토목공사 중이다. 완도군 노화도출신의 마라톤과 철인 경기를 좋아하셨던 선배님은 두통으로 모 대학병원에 가셨다가 두부 CT나 MRI를 하였더라면 발견할 수도 있었던 동맥류를 놓쳐 애석하게도 운동 중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고 있다. 장충동 족발 집 촌을 지나 서울 운동장이 새로이 개발되고 있고 버스는 신설동 로터리의 동화 커피숍, 우리가 66년도에 처음 이화여대 약대생들과 미팅을 한 곳. 그 때 만나 결혼한 커플도 있는 것을 보면 오로지 신기할 뿐이다. 이름만 다방이 커피숍으로 바뀌었네. 나의 생가가 있는 보문동을 끼고 돌아 눈 속의 고려대 교정이 보인다. 9시 10분전에 도착하니까 박 찬웅선생님이 먼저 와 계신다. 거의 종점에서 종점까지가 탑승시간이 한 시간 20분가량이 단돈 천원으로 해결되고 차를 타고 오며 여러 구경과 想念에 빠질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오비 8명(박 찬웅, 고 재경선배 포함)과 학생 6명이 그린파크호텔 옆 개천을 끼고 눈 쌓인 길로 출발한다. 진달래능선에 올라붙는 산행 들머리가 가장 힘이 든다. 바람하나 불지 않고 해가 비추이는 눈길을 발아래 “뽀드득” 소리 들으며 산행을 해 본지는 몇 년 만인가? 잠깐 쉬면서 커피 한잔씩을 마시고 아이젠을 착용한다. 등산로는 아이젠을 하고, 또 스틱을 짚어도 미끄러운데 총무 진 태훈은 아이젠도 하지 않고 잘도 올라간다. 진달래능선의 진달래는 꽃눈을 솜털로 가리고 봄을 기다리고. 지난번 새들 먹이를 받아먹던 곳에는 오늘도 예쁜 새들이 있는데 잣을 손위에 얹고 기다려도 날아 금방 올 것 같다가 날아가 버린다. 할 수 없어 눈에 잘 뜨이는 곳에 뿌려 놓는다. 마지막 이정표, 대동문 0.3km부터는 슬슬 진이 빠져 엉기다가 대동문에서 치성 가는 길은 통행금지 푯말이 있어 돌아가서 간신히 시산제 장소인 치성에 다다랐다.








오늘의 명예회원, 초청은 않했지만 하여간 참가했다. 분명히 OB member 같지는 않은데..

이 친구야 말로 제사보다 제삿밥에 더 흥미가 있는 모양이라.












시산제는 열리는 치성에는 주위의 나무들이 눈꽃을 피우고 있었고, 옅은 안개 속에 동장대가 간신히 보이더니 갑자기 저 멀리의 삼각산의 연봉들이 잠시 보였다가 사라진다. 중천에는 해가 마치 달처럼 떠있어 추워지고 있고. 학생들이 제수를 배설하는데 과일과 약과, 돼지고기는 족발로 대신하였고,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시루떡, 내가 갖고 온 육포 등을 놓고 박 찬웅선배가 재촉을 하여 약식으로 산악부장이 술을 받고 재배, 그리고 모두가 재배를 하며 금년의 무사한 산행을 빌었다. 즐거운 음복시간에는 모두 둘러 앉아 막걸리와 족발 안주삼아 끝내었다. 아까 번에 대동문에서 본 개 세 마리 중 한 마리 암캐가 먼저 달려와 족발을 얻어먹고 파묻어 놓고는 다시 달라고 해서 다시 주었더니 뒤따라 온 수캐가 파서 뜯고 있다. 아마 저 개들은 부근의 암자 “봉성암”에서 본 것 같은데. 먹이가 있는 것을 알고 까치와 까마귀가 찾아 와서 뜯다 흘린 부스러기를 주워 먹고 있다.








한 겨울 동장대의 모습



잠시 걷히는 구름 사이로 보이는 삼각산 연봉들



이제는 하산 길. 사실 나는 하산이 더 겁이 난다. 경사가 급한 길을 미끄러지며 내려오기를 여러 차례, 벌써 일행들은 한참이나 앞서서 가고 있으나 이 길은 내가 좋아하는 길이라 코스를 잘 아니까 문제가 아니다. 눈이 덮인 구천폭포 옆을 지나니 얼어붙은 계곡물아래  웅얼대는 물소리가 봄을 재촉하는 것 같아. 아카데미하우스를 지나 4.19국립묘지 입구의 단골 개성 해장국에 들렸다. 주인이 오랜만에 와서 반갑다고 악수를 청하며 “새해에도 복 많이 받으세요.”하며 덕담을 한다. 시원한 선지 해장국이 나오고 코다리 찜이 오늘 따라 왜 이리 매운지. 서비스로 붉은 뚜껑의 참이슬 세병과 누룽지를 내어 온다.








터덜터덜 걸어서 버스를 타러 오는데 휴대폰이 울려 받으니 “형님”이라 한다. “응, 누구고”  친구동생이 형수가 아파서 전화를 했다고. 친구는 외국에 놀러가고 없고. 북한산 계곡구간에는 전화가 통하지 않으니 나를 애타게 찾았던 모양이다. 병원에 연락을 하고는 밤과 대추를 듬뿍 넣은 찹쌀떡 한 뭉치를 사서 버스를 탔다. 이 때는 반드시 집에 전화를 하고는 한 시간 후에 깨워 달라고 처에게 부탁한다. 잠자다가 내려야 할 정류장을 지나쳐 내리는 경우가 非一非再하였으니까요.


집에 들어오니 다섯 시 반.

비록 눈밭에 뒹굴었으나 오늘같이 기분 좋은 날은 드물다. 


글: 유석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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