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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마른 굴비 정식

2010.02.26 16:57

유석희*72 Views:7219

 어제 저녁 동네 친구부부와 저녁을 먹었다.
이 부부는 같은 동네에서 30여년을 같이 산 친구,
남편은 나보다 2년정도 위로 고려대를 나오고 부인은 처와 이화여대 동기이니 같은 시대를 살아 온 사람들이라 화제가 풍부하다.

 저녁을 집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는 교대역 부근의 한우향기나 동백길 둘중 하나로 정하려고 했으나
처가 원체 고기를 좋아하지 않고 또 그 분위기가 약간 시끄러워 동백길(536-3607)의 방으로 예약을 하였다.

 이 집은 이번에 세번째이다.
법원의 뒤에 위치하고 발레 파킹은 가능하나 어차피 술을 한잔 마실터 이고
2차도 갈 예정이라 마침 도착한 마을버스를 타고(골목길으로 다니니까 혼잡한 길을 피할 수 있다) 예약된 시간에 정시 도착.

 벌써 열 몇가지의 반찬이 배설되어 있고
미리 술 한병을 가져 간다하였으니 소주잔으로 아에마루(八重丸),
딸이 지난번 동경 출장에서 사온, 이 술은 가고시마의 오오스미주조에서 양조한 보리소주로 주정도수 42도로 720ml.
제대로 된 소주가 없어진 우리나라에 비하면 확실한 소주 이지요. 양과 도수만으로는 싱거운 우리 소주 다섯병에 해당.

어럅쇼. 바로 앞에 앉아 있는 친구가 이 술을 보더니 경계를 한다.
그렇지 지난번 만났을 때 흑석동 병원 앞 "황토정"에서 조 옥화 안동소주 한병을 마시고
2차로 나의 단골 맥주집인 "오르세이 미술관"에 갔다 만취하여 넘어져 얼굴을 다친 적도 있었으니까.
냉수를 청해 미즈와리로 마시겠다고.

 음식은 구절판, 잡채, 청포묵, 고추장떡구이, 야채 샐러드, 갓 만든 계란찜, 그리고 미역국,
굴전, 생선전과 호박전, 삼합, 차돌배기 구이 등등,
서비스로 연 잎으로 찐 찹쌀밥이 나오고 생선 매운탕, 굴비 구이와 마지막으로 마른 굴비 찢어 나오고,
굴비 알구이를 잘 먹으니까 알만 구어 다시 한접시 가져다 준다.
식사는 레몬을 띄운 연한 녹차물에 밥을 말아 나왔다.
 또 누룽지, 차와 귤까지.

 서해안 고속도로가 개통된 첫해,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10여년전이었군요.
무인속도 측정기가 비봉과 또 한군데 겨우 설치되어 있을 때.
고속도로를 150에서 180km로 밟아 가을철 일요일 오전 10시 집을 출발하여 영광의 굴비정식을 먹으러 갔는데.

당시에도 보리굴비 정식이 5만원, 정식이 1만 5천원, 1만원 짜리가 있어
중간치를 시켰더니 여러가지 찬과 굴비가 기가 막히게 나왔습니다.
그 중 최고는 열무김치였지요. 현지의 밭에서 뜯은 열무에, 천일염의 얼간에,
그 동네의 젓갈로 담은, 그래서 local food가 아니겠습니까.

 다른 이야기 하나는 조기 알젓.
불이 귀했던 예전에는 밥을 할 때 주발에 넣어 찐 음식이 흔했지요.
계란찜, 호박이파리도 찌고, 감자나 가지도 쪄서 무쳐먹고, 마른 오징어도 찌고, 심지어 뚝배기에 된장찌개까지.
밥물이 넘쳐 흐르면 파란밥, 노랑밥도 되지요. 여기에다 조기 알젓을 작은 사기 그릇에 넣어 찌면 그 맛을 누가 알리오.
아무리 시장과 백화점을 찾아 보아도 조기알젓을 구 할 수가 없네요.

 그런데 먹다 보니까 그 맛있는 마른 굴비와 알구이, 그리고 연밥까지 남아
그냥두면 음식쓰레기, 집에 가져가면 한끼의 식사, 친구부부의 식사도 남아서
눈치 볼 필요없이 같이 당연히 싸왔지요.

 이 모든 것이 일인당 3만 5천원, 팀 포함하여 15만원을 현금으로 주고 나오다 보니까 친구가 따로 또 팁을 준다.
아! 그러면 다음 번에 대접이 더 후해지는 건 명약관화.

 길 건너 2차로 맥주집 도이취로 가서 과일 안주와 소시지로 2천 cc 짜리 카스 생맥주를 피쳐로 둘을 마시고,
나는 피쳐가 좋더라. 술을 마셔도 많이 마신 표가 나지 않으니. 모범택시를 같이 타고 후일을 기약하며 돌아왔다.
엘리베이터식 아파트의 우리 옆줄에 사니까.

 이래도 제가 체중조절에 성공할 수 있을까?
나는 왜 이럴 때 항상 카메라는 두고 다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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