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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 [시해설] 정지용 : 春雪

2010.03.10 05:16

김원호#63 Views:10127




정지용 : 춘설(春雪)


문 열자 선뜻!
먼 산이 이마에 차라. 

우수절(雨水節) 들어
바로 초하루 아침, 

새삼스레 눈이 덮인 멧부리와
서늘옵고 빛난
이마받이하다. 

얼음 금 가고 바람
새로 따르거니
흰 옷고름 절로 향기롭어라. 

옹숭거리고 살아난 양이
아아 꿈 같기에 설어라. 

미나리 파릇한 새 순 돋고
옴짓 아니기던 고기 입이 오물거리는, 

꽃 피기 전 철 아닌 눈에
핫옷 벗고 도로 칩고 싶어라.

 

집필 의도 및 감상

  2월 초순에 ‘입춘’이 오고 ‘우수’, ‘경칩’의 절기가 와도 여전히 겨울의 남은 맵고 추운 날이 2월 한 달 동안 계속된다. 겨울과 봄의 두 계절이 서로 세력 다툼을 하느라고 서로 밀고 당기는 환절기를 절묘하게 표현한 시가 정지용의 <춘설>이다. 어느 날 아침 일어나서 문을 여니 밤 사이에 때 아닌 눈이 와 먼 산봉우리가 하얗게 눈으로 덮여 있다. 겨울이 봄의 세력을 물리치고 잠시 승리를 거둔 듯 이마가 시렵게까지 느껴진다. 그러나 이것은 심정적으로 느낀 것이지 실제로 겨울 추위를 다시 느낀 것은 아니다. 아직 꽃이 피지 않았을 뿐 생명의 계절인 봄은 우리 곁에 와 있는 것이다. 미나리 새순이 돋고 겨우내 꼼짝 하지 않던 고기들도 입을 오물거리는 봄이 움직이는 계절에 때 아닌 봄눈이 더욱 감각적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정지용의 시에는 감각적 표현이 두드러지는데 특히 이 시에는 뛰어난 감각적 표현들이 계절에 대한 현실감과 실재감을 느끼게 한다. 이 시의 마지막 구절인 ‘핫옷 벗고 도로 칩고 싶어라’의 역설적 표현을 통해 다가오는 봄에 대한 설레는 심정을 잘 드러내고 있다. 

기본 이해 항목

주제 : 이른 봄에 내린 ‘춘설’에 대한 감각적 느낌.
성격 : 감각적, 경탄적.
심상 제시 방법 : 묘사적 심상.
심상의 종류 : 시각적, 촉각적 심상.
출전 :  <문장> 3호 (1939. 4.) 

시어 및 구절 풀이

문 열자 선뜻 ㅡ 아침에 문을 여는 순간, 밤 사이에 생각지도 않은 봄눈이 내린 놀라움을 나타내고 있다. 그 놀라움은 아지랑이가 아롱거리고 꽃들이 피어날 계절에 때 아닌 겨울이 역류하고 있다는 놀라움이다.

먼 산이 이마에 차라 ㅡ 촉각적 심상의 표현으로, 철 아닌 눈에 덮인 산은 눈으로 보는 시각적 인식의 산이 아니라 이마에 와 닿는 촉각으로 인식한 산이다.

우수절(雨水節) ㅡ 24절기의 하나로, ‘입춘’과 ‘경칩(驚蟄)’ 사이에 있는 2월 19일 경.

우수절 들어 / 바로 초하루 아침 ㅡ 이 시에 내린 눈이 ‘춘설(春雪)’이라는 계절적 배경의 근거가 된다.

새삼스레 ㅡ ‘봄’이란 시간 속에서 ‘겨울’이란 시간을 환기시켜 주고 있다. 이와 같은 역할을 하는 시어들은 ‘철 아닌’, ‘도로’ 등이 있다.

멧부리 ㅡ 산등성이나 산봉우리의 가장 높은 꼭대기.

서늘옵고 ㅡ 서느렇고.

이마받이 ㅡ 이마로 부딪는 짓.

새삼스레 ~ 이마받이하다 ㅡ 시적 자아와 산과의 거리가 소멸되어 있다. 그러므로 앞의 ‘이마에 차라’와 ‘서늘옵고’의 촉각적 심상은 외적으로 느낀 것이 아니라, 시적 자아의 내적인 감각으로 느낀 차가움이 된다. 여기에서 겨울과는 다른 봄의 미세한 생동감을 감촉할 수 있다.

얼음 금 가고 바람 / 새로 따르거니 ㅡ 겨울이 가고 봄이 찾아오고 있다는 계절의 변화 과정을 시적 자아는 날카롭게 관찰하고 있다. ‘봄’은 겨우내 눈 덮인 멧부리에, 얼음장 틈 사이에 숨어 있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흰 옷고름 절로 향기롭어라 ㅡ 바람에 흔들리는 옷고름[1930년대에는 남자들도 집에서 한복을 입고 있었다.]에서 꽃 피는 봄을 느끼는 상상에 의한 후각적 심상의 표현이다.

웅숭거리고 ㅡ 궁상스럽게 몸을 웅그리고.

웅숭거리고 ~ 꿈 같기에 설어라 ㅡ 모든 생명들이 그 끔찍한 겨울을 견디고 다시 봄을 맞이하여 생명을 되찾게 된 현재 입장에서 그 사이에 살아온 과정을 되돌아보니 서럽다는 것.

아니기던 ㅡ 아니하던.

미나리 파릇한 ~ 고기 입이 오물거리는 ㅡ 다시 생명을 찾은 만물이 움직이는 봄의 생동감을 작은 생명체의 움직임과 변화에서 찾고 있다.

꽃 피기 전 철 아닌 눈 ㅡ 춘설.

핫옷 ㅡ 솜을 두어서 지은 옷.

핫옷 벗고 도로 춥고 싶어라 ㅡ 이미 봄이 왔다는 역설적 표현이다.


Photo from the Internet, Article by Won-Ho Kim,
Composed by SNUMA WM - March 1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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