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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오세윤 수필집 - 등받이] 2. 금메달

2011.10.12 08:18

오세윤*65 Views:4042

  오세윤 수필집 "등받이"


                금메달

                                                           


 금메달을 받았다. 보령제약에서 시행하는 ‘보령 의사수필 문학상’에 응모해 대상을 받았다. 대한민국 의사면 누구에게나 응모 자격이 주어지는 수필문학상이기에 한번쯤 도전할 의미가 있겠다싶어 글 한편을 보냈었다. 영예롭게도 대상으로 선정되고 부상으로 금메달도 받았다. 11월 24일 원남동 보령빌딩 17층 대강당에서 수상을 했다. 공교롭게도 우리의 결혼기념일이었다.
 

 호명에 따라 단상에 올라 상패와 메달을 받는 중에 문득 쑥스러워졌다. 담당자로부터 당선소식을 듣던 처음의 기쁨과는 달리 함께 수상하는 40대의 옆 사람들을 보자니 갑자기 노추老醜의 탐심을 들킨 듯싶어 얼굴이 달아올랐다. 고희를 넘기고도 여전히 널리 이름을 알리고 상을 탐하는 듯 보여 떳떳치가 않았다. 나를 돌아다보았다.
 

 다른 장르와 달리 수필가는 더더욱 그 글이 곧 그 사람이어야 한다고 곧잘 말들을 한다. 나는 어떤가. 고백문학이요 체험문학이라는 정의에 부합되게 내 글들은 진실했던가. 나는 내 글과 어느만큼 일치할까. 부끄러웠다. 아직도 아니 점점 더 글과 나 자신이 따로따로가 아닌가하는 자괴감에 심기가 불편했다.
 

 처음엔 글이 되는 게 신기했다. 제멋에 취해 썼다. 속에는 할 말들이 참 많기도 했다. 글이 활자화되어 공감을 얻고 칭찬을 받자 기분이 구름을 탔다. 쓰고 또 썼다. 등단하여 몇 개 문예지에 글이 실리면서는 어깨가 우쭐우쭐 춤을 추었다. 자부심이 생기면서는 더욱 몰두하게 되었다. 떠오르는 대로 쓰고 쓰는 대로 발표했다. 상도 받았다. 2004년 등단한 이래 해마다 상을 받았다. 주는 대로 덥석덥석 마다 않고 받았다.
 

 상을 받고 온 날 밤, ‘가보’로 삼기 제격이라며 거푸 거푸 메달을 쓰다듬는 아내의 이어지는 감격이 고희의 과욕을 더한층 쑥스럽게 했다. 늦도록 뒤척이며 나는 이제까지 써온 글들을 다시 돌아보고 나의 내면을 차분히 되살펴 보았다.
 

 나의 글을 읽은 친구나 이웃들은 웬 걸 그리 다방면으로 아냐, 한문과 고전은 물론 음악과 미술에서조차 어찌 그리 박학다식하냐며 한결같게 감탄했다. 그런 감탄을 받을 때마다 애매하게 웃거나 얼버무려 넘기고는 했지만 뒤가 영 개운치가 않았다. 정말 내가 그렇게 무불통지로 유식한 건가? 가꾸고 꾸민 모습으로 남들 앞에 선건 혹 아닌가.
 

 경험과 기억하는 것들이 남들보다 조금 많다고는 해도 책과 인터넷이 아니었다면 아마 그렇게 유식한 듯 글을 짓지는 못했을 것이다. 차용하여 꾸미고 남의 생각을 빌려 지은 글이 수삼 편임에도 차마 들어내어 밝히지 못했다. 그뿐인가. 정성을 들여 쓴 글일수록 그 속에 담겨있는 혼은 저 먼 곳, 실제의 나와는 거리가 한참 먼 저 높은 곳에 따로 떨어져 있었다. 너는 너의 글답게 살고 있느냐고 나의 글들이 비웃듯 나를 노려보았다.
 

 어느 외국 작가가 말했다. “글을 읽고 작가를 만나는 것은 거위의 간을 먼저 먹고 나서 거위를 마주하는 것과 같다”고 -. 글과 사람이 일치해야 한다는 평소의 지론도 거짓이었던 것만 같아 잠자리가 괴로웠다.
 

 지나침은 미치지 못하는 것만 같지 못하다는 옛말은 역시 옳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는 창작지원금에 이어 한국수필문학상을 받고 난 뒤 나는 이제 더는 상을 탐하지 않는 게 도리라고 과욕을 경계했었다. 그러다 보령제약 문화부의 응모권유를 받자 별 망설임 없이 바로 원고를 보냈다. 그런데 - ,
 

 대상으로 선정되고 나서 통보된 사안은 은연 나를 곤혹스럽게 했다. 대상 수상자는 협약에 따라 심사한 잡지사에 신인으로 등단한다는 규정이었다. 이미 등단하여 활기차게(?) 활동하는 기성인 나에게 신인등단이란 어딘가 어폐가 있는 처사로 여겨졌다. 과하여 드디어 욕이 되는 건가. 하지만 물러서기도 어려웠다. 한참을 망설인 끝에 그 자리에 섰다.
 

 이 저런 수필지의 월평에 대해 수필쓰기가 일천한 이름도 별로 없는 사람들이 무얼 안다고 남의 글을 왈가왈부 하느냐고 서슴없는 탓하는 권위의식에 사로잡힌 사람들을 떠올리며 나는 다시 신인이기로 마음을 다졌다. 경력과 권위만으로 과연 참된 글, 진실하게 가슴에 다가서는 ‘참 수필’을 쓸 수 있을까. 구상 시인의 말마따나 “남을 속여먹는” “꾸미고 지어먹는” 글 이상을 과연 그분들이 쓰고 있는가. 경삽한 글로 권위를 돋고자하고 우맹의관으로 경력을 꾸미려한 경우는 혹 없을까.
 

 다시 쓰기로 했다. 신인이 되었으니 더 진실하게 더 열심히 쓰기로 했다. 이름을 얻고 수많은 상을 받아도 글을 지을 때마다 초심일 수 있다면 얼마나 신선하랴. 자신이 쓴 글에 한참 못미처 부끄럽기는 하더라도 그래도 글을 써오면서 나는 덕지덕지 붙어있던 허물들을 그런대로 제법 털어내지 아니했던가. 남 미워하는 것 덜하고 노여움도 덜타고 옳지 않은 일 않은 곳엔 기웃거리지 않고, 고마워하는 것은 더하고 이익보다는 마음이 평온한 것을 우선으로 여기게 되지 않았던가. 한결 간결해지고 느긋해지지 않았는가.
 

 고맙게도 금메달은 나에게 초심으로 돌아가는 복이 되었다. 신인이 되어, 쓴 글에 근접하는 나를 이루기 위해 주저 없이 다시 책상에 앉는다. 귀한 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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