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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 연가

2011.10.12 21:34

김창현#70 Views:3491


연가 모음


 
수필을 시작한 후 문인들 만날 일이 많았다.  어떤 여류가 자기는 오직 사랑을 주제로만 시를 쓰겠다고 선언하는 것을 보았다. 
특이한 시도란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감정 중에서 가장 황홀한 감정이 무엇일까. 두말할 것도 없이 사랑의 감정일 것이다. 그래 가만있자 사랑은 시인만 하는 것이냐. 그들만 특허 낸 것이냐. 수필가도 마찬가지 아니냐.
나도 써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시답지 않은 시로 타인의 눈을 좀 번거럽게 해준 적 있다. 그것들을 한번 정리 해보았다.


그리스의 미키스 테오도라키스(Mikis Theodorakis. 75작곡

 

*파도


<파도(1)>

나는 왜 항상 너에게 달려가 부서지고 싶은가
흐느끼며 닥아가 너를 껴안고 싶은가
섬이여
산처럼 높은 해일이 너에 대한 그리움인 걸
너는 아는가


<파도(2)>

떠나간 누구 때문에 너는 그리 몸부림 치느냐
수천의 물방울이 너의 눈물방울이더냐
바위를 쥐고 흔드는 격정이 너의 미련이더냐
섬은 단 하나 작은 점인데
바다 보다 넓은 남자 가슴 속
파도는
어찌 그리도 못잊어 밀리는가.


*가을 


<편지>

그는 수정 방울로
눈물 편지 쓴다.
그의 가을편지는 이슬로 온다

그는 비단 쪽지로
이별 편지 쓴다.
그의 가을편지는 단풍으로 온다.

수많은 사람들이 편지를 받지만
이슬과 단풍
때문에 
우는 사람은
오직 사랑했던 사람 이다

 

<낙엽>

화선지같은 하늘에
누가 落下의 시를 쓰고있다.
짚씨의 애잔한 춤 추며,
달빛에 흔들리며,
낙엽은 말없는 말
손수건인양 흔들며,
이별 엽서로 떨어진다.


< 秋雨>

空山草堂一夜雨   빈 산 초당에 밤새 비 내리니
露蓮濕衣細雨中  이슬 젖은 연꽃 자락 보슬비 속이구나

誰知紅顔何處去   그 누가 붉은 얼굴 어디로 갔는지 아는가 
秋雨彈琴愁心歌   가을비 거문고로 수심곡 타고있네


<가을 엽서>

낙엽이 시를 쓴 뜨락
떠나갈 여인이 
서있다.

연초록 소녀로 와서
初老의 단풍으로 변한 잎.

노란 코트 바람에 날리며
여인은 어디로 떠나가는가.

표표히 허공에 그린 포물선을
여인의 춤사위로 보련다.

단풍은
뒷태 깔끔한 여인

나에게 손 흔들며 보낸

안녕! 가을엽서 같다.  


<가을엔>

가을엔 빨간 고추잠자리처럼
코스모스꽃에
앉고 
싶고
신작로 따라
날고 싶다
여치처럼
한번
밤새도록
풀륫
불고 싶다
가을엔 
사람도 나무처럼
속으로 단풍 드는가. 


*첫사랑 


<첫사랑(1)>

이제는 비 오는 밤거리 희미한 등불이 된
그대
푸른 파도 밀려간 모래밭 소라껍질이 된
그대
꽃 피는 봄철마다 애달픈 낙화가 된
그대
 

<첫사랑 (2)>
 

섬과 섬 사이로 가는 배처럼
그에게로 가고 싶었다.
 
산과 산 사이로 흐르는 물처럼
그에게로 가고 싶었다.
별과 별 사이에 길이 있다면
그 길로 그에게로 가고 싶었다.
그리움의 산 하나 만들어놓고
나 이제 노인이 되었으나,
아직도 청초한 수선화
그 소녀를 잊지못한다.


<첫사랑(3) >

달빛은 예전 그대로지만
그는 아직 오지않았고.
꽃빛은 예전 그대로지만
지는 꽃 더 애처롭네.
누가 세월이 약이라 했는가
행여 그 말은 믿지 마소.

 

<梅花 >

매화 향기로운 밤 달은 방금 돋았는데    梅香良夜月方登

비단 옷 입은 여인 빈 방에 홀로 있어     錦衣幽人在空室

흰 이슬 달빛창에 수정 발 드리웠네.     白露月窓水晶簾

초생달 눈섶 아래 호수같이 맑은 눈       曲眉之下淸眼湖

그대는 이 분이 누구신지 아시겠는가     公知此位是誰呀

50년 전 매화가 부끄러워한 분이네.      五十年前梅花恥 
 

<眞珠에게>

그대가 진주라면 내마음은 바다일가
깊고깊은 파도 속에 그윽히 묻었더니 
어쩌다 오색영롱한 한 알 구슬 되었나.

진주에 어린 빛이 별빛일가 달빛일가
아롱아롱 은구슬 옥구슬로 환생하여 
어쩌다 이내 마음 속 야광주가 되었나


<진주에 갈 때 마다>
 
진주 남강 모래밭에 피어나던 봄아지랑이였나
신안동 보리밭 위로 불어가던 봄바람이였나
생각하면 그 옛날 구슬치기 하던 그리운 동무들이
말띠고개 달빛처럼 아득히 가버린 첫사랑이
깊은 밤 홀로 우는 호국사 종소리처럼
나그네 텅 빈 가슴 속 아프게 울려오네

망진산 절벽 위에  곱게 피던 진달래였나
너우니 버들숲 밑에 헤엄치던 은어였나
생각하면 그 옛날 때기치기 하던 그리운 동무들이
돌아오지못할 세월 저쪽 교복 차림 그 소녀가                
하얀 꽃 맑던 칠암동 탱자나무처럼
쓸쓸한 나그네 심사 아프게 찔러오네


<청나비>

검푸른 날개 달린 청나비처럼
오르락 내리락 살랑살랑 날아
훈풍 나부끼는 청보리밭 너머
도라지꽃 곱게 핀 돌담을 넘어
검푸른 날개 자유롭게 퍼득이며
까만 반점 키다리 나리꽃이 핀
소녀네 우물가에 앉을 수 없을까
찬란한 황금빛 아침 햇살에
세수한 수선화를 볼 수 없을까
밤마다 소녀네 탱자울 밖에서
한없이 세레나데 부르던 소년은
너울너울 자유롭게 담을 넘어가는
청나비가
항상 부러웠다.


<푸른 신호등>

버스는 젖은 유리창을
와이퍼로 닦아내며
당신 곁으로 달려갑니다.
라이트 불빛에
비치는 봄비는
평생 지워지지않는 기억들처럼
마구 쏟아집니다.
심야에 깜박이는
푸른 신호등이 빗
속의 당신 모습 같아 
버스는 바리톤 쉰 목소리로
크락션 한번 울리고
부르르 몸을 떱니다.


<돌 장승>

달이 없으면 별 아래 서있으리 
흰이슬 내리면 이슬 맞고 서있으리
누구를 기다리다 당신은 돌이 되었는가
풀벌레가 그에게 묻고있다.

 

<코스모스>

너는 떠나간 그 누구를 위해서
영원의 평행선
 철로변에서 그 여윈 손을 흔들고 있는가.
너는 떠나간 그 누구를 위해서
가을 수채화같이 
하얗고
붉은 손수건을
그렇게 흔들고 있는가
 


*기타  

<당신이 그리웠다>

'당신이 그리웠다'는
가슴 설레는
전화를
받은 적 있다.

 마음 떨리고 가슴 설레는 이 말을
먼저 전화 걸어 말 못한 것을 후회 한 적 있다. 

눈물의 바다 죽음의 사막 걸어온 캐라반이
나였기에
 


<그 사람>

오래된 푸른 사파이어처럼
그는 아름다웠다.
달빛 속 경인미술관 뜰처럼
그는 비어 있었다.
백자항아리에 담긴 술처럼
그는 향기로웠다.
안국역에서 만나 인사동 순례하다
<귀천>에서 차 한잔 마시고 헤어진
그의 푸른 스카프가
깃발처럼 맘 속에 나부끼고 있다.


<별이 별한테 물어봅니다>

별을 볼려면 어둠이 필요하듯이
당신을 보는 데 어둠이 필요한가요
별을 보는데 공간이 필요하듯이
당신을 보는 데 은하가 필요한가요
옷깃 한번 스치는 것도 인연인데
어둠 속 멀리서 당신만 쳐다보다가
하나의 불덩이별 가스가 되어
수천광년 저 멀리 유성이 되어
흔적없이 소멸한
별이 있읍니다
그 별을 아십니까
별이 별한테 물어봅니다


<돌아보면 눈물겹지 않은 사랑 어디 있으랴>

돌아보면 눈물겹지 않은 사랑 어디 있으랴.
사람들은 그 모두가 언
젠가 그 어딘가서
누군가의 가슴 속 향기로운 꽃이었을 것이다.
기억 속 장미
이기도 하고
기억 속 수선화이기도 했을 것이다.
혹은 매화였고,혹은 난초였을 것이다
저마다 청초하고 향기로운 꽃이었을 것이다.
우리가 지금 가난하거나 부자이거나
젊었거나 노인이거나를 막론하고
우리는 언젠가 어딘가서
누군가의 가슴 속에
사모의 불길을 점화한 
꽃이었을 것이다.
돌아보면 눈물겹지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멀리 밤하늘에 사라지는 유성처럼
우리 모두는 안타깝게 그리운 별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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