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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과 천안함 사건으로 본 중국의 대한반도 전략

한반도 주변의 군사와 안보상황


이​춘​근​

연세대학교 정외과 , 미 텍사스 주립대 정치학 박사, 미 오하이오 주립대 역사학 박사과정 수료.

1. 들어가는 말

북한 핵은 대한민국을 지난 20년 간 지극히 괴롭혀 왔던 문제다. 그리고 금년 3월 26일 발발 한 천안 함 격침 사건 역시 대한민국을 슬프게 하고 분노하게 만드는 사건이다. 우리는 이 두 가지 사건을 속 시원히 해결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다.

그러지 못해서 대단히 답답한데 북한 핵과 천안함 사건이 우리가 원하는 바대로 신속하게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원인의 배후에는 중국이라는 세력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된다.

중국 때문에 우리가 원하는 일이 제대로 진행 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천안함 격침 사건으로 인해 더욱 노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저명한 평론가 복거일 선생은 한국 과 중국의 관계에 대한 탁월한 저서를 간행 했는데 「한반도에 드리운 중국의 그림자 」라는 책 제목이 말해주듯 한국과 중국의 미래는 우리에게는 참으로 우울한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중국과 수교를 이룬 지난 17년 여 동안 중국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가지고 있지 못했을 뿐 만 아니라 오히려 한중 관계에 대해 낙관적인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1993년 중국과 수교한 이후, 특히 중국이 개혁 개방을 통해 급속한 경제 발전을 이룩하는 모습을 본 한국 사람들은 앞으로 중국과 대단히 우호적인 관계를 발전 시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두 번에 걸친 좌파 정권 기간 동안 대한민국 정부는 동맹국인 미국이 중국과 갈등 관계에 빠져 들어갈 경우 우리는 “균형자” 가 되겠다는 황당한 언급을 하기도 했고, 중국은 미국을 대체할 수 있는 우리의 동맹국이 될 수 있다고 착각하기도 했다.

‘균형자론’ 이 황당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우리가 미국과 중국의 갈등에서 균형자 노릇을 제대로 담당하기 위한 필수적 전제 조건이 한미동맹을 종료 시켜야 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이 한미동맹을 유지한 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자가 되겠다는 것은 애초에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럴 정도로 지난 10년 동안의 좌파 정권들은 중국에 대해서 우호적인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는 말이다.  순수이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본다면 한중 관계는 우호적일 수 있다. 잘 사는 중국이 이웃에 있다는 사실은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략적 차원에서 볼 때 중국이 점차 막강한 나라로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심각한 도전 요인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이 한반도에서 원하는 국가이익과 우리가 원하는 국가 이익은 궁극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기 때문이다.

한국과 중국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나라이며 국제정치의 본질상 국경을 접하고 있는 두 나라가 전쟁과 긴장에 빠져 들어갈 확률은 먼 곳에 있는 나라들이 그럴 확률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전쟁이론의 대가인 바스케즈 (John Vasquez) 교수는 ‘전쟁의 수수께끼’ 라는 책에서 전쟁은 본질적으로 영토와 관련 되는 것이며 결국 이웃나라들이 벌리는 일임을 분명히 밝혔다.

한국과 중국이 갈등과 긴장으로 빠져들어 갈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말하기 위해 현대국제정치학 이론을 동원할 필요도 없다. 이미 우리가 수 천 년 이상 알고 지내온 국제정치의 진리 중에 “원교근공(遠交近攻)” 이라는 것이 있다. ‘가까운 나라와 싸우고 먼 곳의 나라와 동맹을 맺는다.’ 는 것은 지정학적인 진리다.

이웃끼리 가장 빈번하게 싸우기 때문에 국가들은 이웃나라와의 전쟁을 대비하기 위해 먼 곳에 있는 나라와 동맹을 맺는 것이다. 지정학적 진리는 우리와 갈등의 가능성이 가장 높은 순서가 북한, 중국, 일본 이라는 사실을 웅변적으로 말해준다.

우리는 칠레 , 멕시코는 물론 비교적 가까이 있는 필리핀과도 전략적으로 다툴 일이 거의 없는 것이다. 중국이 한반도에 대해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을지에 대한 분석을 위해 지난 1,000년의 한중 관계사와 중국인의 국제정치 인식에 관한 이해가 필요하다.

2. 한중 관계의 역사와 중국의 한반도 인식

지금부터 거의 2000년 전인 한나라 당시의 중국은 그 정치, 경제, 군사 문화적 차원에서 가히 로마제국에 버금가는 대 제국 이었다. 이처럼 막강한 중국 제국은 수(隨), 당(唐), 송(宋), 원(元), 명(明), 청(淸)으로 이어 지면서 그 국력의 부침(浮沈)이 있었지만 대체로 한반도에 대해서는 압도적인 권위와 영향력을 행사하는 종주국의 역할을 해 온 나라다.

중국의 힘이 넘쳐 날 때마다 우리는 중국의 침략의 대상이었다. 고구려와 중국의 수, 당 제국이 벌인 대 전쟁 , 신라와 동맹을 맺어 고구려를 붕괴시킨 당, 그리고 당을 몰아내기 위한 신라의 힘겨운 전쟁, 중원을 차지한 원나라의 고려 침략과 점령통치 등은 한중관계사의 폭력적 측면이다.

한중 관계가 비교적 평화적인 관계로 바뀐 것은 한국이 중국의 속국으로 스스로 무릎을 꿇은 후 부터였다. 중국은 자신의 지도자를 황제(皇帝)라고 칭했지만 우리나라는 왕(王)이 다스리는 중국과는 급(級)이 다른 나라였다. 조선은 매년 사절을 파견, 국가의 사절이 중국의 조정에 나아가 바닥에 코를 갖다 대는 큰절로서 중국 황제에게 머리 조아리고, 귀한 공물을 바침(朝貢)으로써 왕의 정당성을 인정받는 그런 불평등 관계였다.

중국은 우리가 조공을 잘 바치고 중국이 정한 국제질서에 순응 하는 한도 내에서 조선에게 자치권을 보장 했던 것이다.

우리나라 젊은이들 중에는 그 의미를 아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지만 서대문구에 있는 독립문은 19세기 끝 무렵 바로 중국(당시 淸나라)으로부터 “독립” 하기 위해 세운 문이다. 1842년 중국이 영국과의 아편전쟁에서 패배하고 결국 1895년 일본과의 싸움에서도 패배 당함으로서 중국의 허상이 들어나고, 중국의 한국에 대한 종주권이 대폭 약화 되었을 때 비로소 조선은 독립국임을 선포했고(대한제국), 고종과 순종 두 임금은 중국이 막강하던 시절이라면 감히 엄두도 내지 못했을 황제의 칭호를 사용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중국인들은 자신들을 세상의 중심에서 빛나는 나라(中華)라고 인식하고 주변에 있는 나라들이 중국의 황제와 중국의 영화(榮華)를 흠모하여 중국 아래에 자발적으로 들어와 있는 상황을 가장 바람직한 국제정치 상황으로 가정한다.

중국인들은 때로 강압적인 수단을 써서 주변국들을 중국 아래 복속시키기도 했다. 중국 사람들은 인간사회의 위계질서를 강조하고 각자가 자신에게 해당되는 위치를 잘 알고 그에 맞게 행동할 때 질서와 평화가 유지 된다고 본다.

아들이 아버지에게 아우가 형에게, 아내가 남편에게 맞먹으면 안 된다. 중국인들은 이 같은 유교적 인간관계의 관점을 국제관계에도 적용 시켰다. 중국은 아버지의 나라이고 주변의 작은 나라들은 아들과 같은 존재다.

중국의 전통 사상은 국가들이 수평적 평등관계가 아니라 수직적 상하 관계로 배열되어 있을 때 비로소 평화가 가능하다고 인식한다. 이런 인식은 아직도 중국인들의 마음속에 잠재하고 있다.

3. 중국의 대 한반도 전략과 우리나라의 대전략

중국 사람들은 지난 1세기 동안 서구 열강 및 일본에게 당한 모욕을 백년국치(百年國恥)라는 말로 표현한다. 급속히 국력이 증강 되고 있는 중국은 백년국치에서 회복, 강대국으로서 누렸던 영광을 되찾으려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 중국은 주변 국가들이 안정적이어야 하며 중국에게 위협이 되면 결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미국이라는 중국보다 훨씬 막강한 세력이 중국의 주변에 둥지를 틀고 있다는 사실에 극도로 유념한다.

중국은 명나라, 청나라 시대 동안 중국의 종속국으로 중국에 조공을 바쳤던, 마치 조선과 같은 나라가 한반도에 들어선다는 보장이 되는 한도에서만 한반도의 통일을 적극 지원할 것이다. 그러나 한반도가 통일 되었을 때, 한반도에 존재할 나라가 중국이 다루기에 버거울 만큼 힘이 있는 나라라고 생각 된다면 한반도 통일이 이룩되는 것을 무슨 수를 쓰더라도 반대할 것이다.

중국이 가장 반대하는 것은 한반도에 미국 및 일본과 연계된 경제적으로 풍요하고 정치적으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가졌고 국제정치적으로 해양국가인 통일 대한민국이 출현하는 일이다. 중국 사람들은 한반도가 해양세력의 영향권에 들어갈 때, 한반도는 중국의 뒤통수를 가격할 수 있는 망치와 같다고 생각한다.

중국은 대한민국이 통일하는 것 보다는 낫겠지만, 북한이 통일의 주역이 되는 경우도 반대 할 것이다. 통일을 이룩한 북한은 당연히 지금보다 막강해 진 나라가 될 것이며, 중국이 하자는 대로 호락호락할 가능성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것이 한반도의 안정이다. 중국이 말하는 한반도의 안정이란 현재와 같은 분단 상황이 지속 되는 것이다. 국가의 생존 그 자체를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북한이 그대로 존재하는 것, 한국과는 정치와 전략문제는 제외하고 경제 관계에만 집중함으로서 경제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중국의 대 한반도 전략이다.

그래서 중국은 한반도의 현상을 깨트릴 수 있는 일체의 일에 반대하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은 북한이 아무리 망나니짓을 해도 북한이 결코 붕괴되면 안 된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북한이 핵을 만드는 것은 싫지만 핵을 제거당한 북한이 붕괴 되는 것 보다는 낫다. 천안함 격침 사건을 도발한 북한이 짜증스럽기는 하지만 , 한국과 미국의 응징으로 인해 북한의 존재가 타격을 입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이 중국의 인식이다. 그래서 중국은 북한 핵문제에 대해서도 그리고 천안함 격침 사건이후 국제사회의 응징에 대해서도 미적거리며 북한을 두둔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중국의 대 한반도 전략이 우리나라의 대 전략과 배치된다는 데 있다. 우리는 궁극적으로 통일을 이룩함을 목표로 삼고 있다. 통일을 이룩해야 대한민국 국가안보의 결정적 위협이 해소 될 수 있으며, 통일을 이룩해야 우리 민족의 국가 건설이 완성되는 것이며, 통일을 이룩해야 북한에 거주하는 2300만 우리 민족의 고통을 해소 시킬 수 있으며,통일을 이룩해야 우리는 동북아시아 강대국의 틈 속에서 그나마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통일을 이룩해야 한다는 것은 논리적인 해석이 필요 없는 당위의 문제이기도 하다.

중국이 반대 한 다고 우리가 우리의 대 전략을 포기할 수 는 없다. 국제정치는 어차피 모든 나라가 똑같은 이익과 손해를 보는 영역이 아니다. 주변에서의 안정유지라는 중국의 국가이익이 분단 해소라는 우리나라의 국가 이익과 그 중요성, 절박성에서 비교 될 수 없다.

우리는 물론 중국을 설득해야 하지만 설득이 되지 않을 경우도 각오해야 한다. 모든 정치가 다 마찬가지 이지만 국제정치는 특히 힘의 정치(power politics) 의 영역이다. 우리는 우리의 최대 국가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있는 모든 힘과 모든 전략을 동원해야 한다. 설득으로 안 될 경우 힘으로 밀어 부쳐야 한다. (힘으로 밀어부친다는 말을 전쟁을 한다는 것으로 착각하면 않된다.)

우리가 중국보다 힘이 약한데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물을 것이다. 이때 사용하는 것이 국제적인 힘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우리의 통일을 지지하는 미국이라는 막강한 세력과 동맹관계에 있다. 독일은 주변국 모두가 반대 했지만 미국의 막강한 힘을 빌려 통일을 이룩했다.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있다.

강력한 의지와 정교한 전략이 있으면 가능한 일이다.

이춘근

2010년 6월 12일.

이글은 한국발전연구원이 매월 간행하는 시사잡지 [월간 리뷰] 2010년 7월호에 개재될 논문으로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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