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English
                 

Life 속터진 만두

2021.01.01 19:07

운영자 Views:99

모바일글 - 속터진 만두 - 세상살이 / 우리 사회 상   


2020. 12. 13.
복사 - http://js1440.blog.me/222172187991
 

속 터진 만두

 

성밖 인왕산 자락엔 세칸 초가들이 다닥다닥 붙어 가난에 찌든 사람들이 목숨을 이어간다.

이 빈촌 어귀에는 길갓집 툇마루 앞에 찜솥을 걸어놓고 만두를 쪄서 파는 조그만 가게가 있다.

쪄낸 만두는 솥뚜껑 위에 얹어둔다.

만두소를 만들고 만두피를 빚고 손님에게 만두를 파는 일을 혼자서 다 하는

만두가게 주인은 순덕 아지매다.

입동이 지나자 날씨가 제법 싸늘해졌다.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어린 남매가 보따리를 들고 만두가게 앞을 지나다

추위에 곱은 손을 솥뚜껑에 붙여 녹이고 가곤 한다.

 

속터진 만두400.jpg

어느날 순덕 아지매가

부엌에서 만두소와 피를

장만해 나왔더니
어린 남매는 떠나고 없고,

얼핏 기억에 솥뚜껑 위에

만두 하나가 없어진 것 같아

남매가 가는 골목길을 따라 올라갔다.

꼬부랑 골목길을 오르는데,

아이들 울음소리가 났다.
그 남매였다.

흐느끼며 울던 누나가

목이 멘 소리로 말했다.

"나는 도둑놈 동생을 둔적없다.

이제부터 나를 누나라고 부르지도 말아라."

예닐곱 살쯤 되는 남동생이 답했다.

"누나야,내가 잘못 했다. 

다시는 안 그럴게."

 

담 옆에 몸을 숨긴 순덕 아지매가

남매를 달랠까 하다가

더 무안해 할 것 같아

가게로 내려와 버렸다.

 

이튿날도 보따리를 든 남매가 골목을 내려와 만두가게 앞에서 걸음을 멈추더니,

누나가 동전 한닢을 툇마루에 놓으며 중얼거렸다.

"어제 아주머니가 안 계셔서 외상으로 만두 한 개를 가지고 갔구먼요."

 

어느날 저녁 나절 보따리를 들고 올라가던 남매가 손을
안 녹이고 지나치길래 순덕 아지매가 남매를 불렀다.

"얘들아, 속이 터진 만두는 팔 수가 없으니 우리 셋이서 먹자꾸나."

누나가 살짝 미소를 지어 보이며 "고맙습니다만 집에가서 저녁을 먹을래요."

하고는 남동생 손을 끌고 올라가더니 "얻어먹는 버릇들면 진짜 거지가 되는 거야"한다.

어린 동생을 달래는 나지막한 목소리가 찬바람에 실려 내려와 순덕 아지매 귀에 닿았다.

 

어느날 보따리를 들고 내려가는 남매에게 물었다.

"그 보따리는 무엇이며 어디로 가는 거냐?"

누나 되는 여자 아이는 땅만 보고 걸으며
"할머니 심부름 가는 거예요"
메마른 한마디 뿐이다.

 

궁금해진 순덕 아지매는 이리저리 물어봐서 그 남매의 집사정을 알아냈다.

얼마 전에 서촌에서 거의 봉사에 가까운 할머니와 어린 남매 세 식구가 이리로 이사와

궁핍속에 산다는 것, 그래도 할머니 바느질 솜씨가 워낙 좋아 종로통 포목점에서

바느질 꺼리를 맡기면, 어린 남매가 타박 타박 걸어서  자하문을 지나 종로통까지 바느질

보따리를 들고 오간다는 것,

남매의 아버지가 죽고 나서 바로 이듬해 어머니도 유복자인 동생을 낳다가 이승을

하직했다는 것이다.

 

응달진 인왕산 자락 빈촌에 매서운 겨울이 찾아왔다.

남동생이 만두 하나를 훔친 그날 이후로 남매는 여전히 만두가게 앞을 오가지만,
솥뚜껑에 손을 녹이기는 고사하고 고개를 돌리고 외면하고 지나간다.

"너희 엄마 이름이 봉임이지?  신봉임 맞지?"

어느 날 순덕 아지매가 가게앞을 지나가는 남매에게 묻자

깜짝 놀란 남매가 발걸음을 멈추고 쳐다본다.

 

"아이고, 봉임이 아들 딸을  이렇게 만나다니,  천지신명님 고맙습니다."

남매를 껴안은 아지매 눈에 눈물이 고였다.

"너희 엄마와 나는 어릴 때  둘도 없는 친구였단다.

우리 집은 찢어지게 가난했고 너희 집은 잘 살아 인정 많은 너희 엄마는 우리 집에 쌀도

퍼담아 주고 콩도 한자루씩 갖다 주었었다."

 

그날 이후 남매는 저녁 나절 올라갈 때는

꼭 만두가게에 들려서 속 터진 만두를 먹고,

순덕 아지매가 싸주는 만두를 들고 할머니께 가져다 드렸다.

순덕 아지매는 관청에 가서 호적부를 뒤져 남매의 죽은 어머니 이름이 신봉임이라는 것을

알아냈고, 그 이후로 만두를 빚을 때는
꼭 몇개는 아얘 만두피를 찢어 놓았던 것이다.

 

이 이야기를 하다보니 얘기속에서
사람의 정과, 인간미,배려,나눔 또한 도덕과, 예절의 아름다움을 느낄수 있으며

또한 추위로 움츠러드는 날씨에 몸과 마음마저도
따뜻해져 옴이 느껴집니다

요즘 코로나를 비롯한 여러가지 일들이
세상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있지만
우리 서로가 마음을 나누며 좀더 훈훈하고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No. Subject Date Author Last Update Views
Notice How to write your comments onto a webpage [2] 2016.07.06 운영자 2016.11.20 18193
Notice How to Upload Pictures in webpages 2016.07.06 운영자 2018.10.19 32343
Notice How to use Rich Text Editor [3] 2016.06.28 운영자 2018.10.19 5920
Notice How to Write a Webpage 2016.06.28 운영자 2020.12.23 43838
440 The modern-day Life - Never leave your house ?? [2] 2011.09.22 운영자 2011.09.22 55435
439 Finch's Nest at the door #4 (Final) [10] 2012.08.08 운영자 2012.08.08 23484
438 Art , Democracy, Freedom of Speech [16] 2020.02.15 조중행*69 2020.02.18 21398
437 "제 장례식에 초대합니다" - 이재락*54 [17] 2012.08.12 운영자 2012.08.12 17794
436 희한한 참새와 시인 [2] 2010.02.05 계기식*72 2010.02.05 12504
435 The Human Planet - BBC One [1] 2011.02.27 Rover 2011.02.27 10982
434 하얀 눈 내림을 바라보며 [1] 2011.02.20 Rover 2011.02.20 10847
433 人生無常 - 조지 칼린 Slideshow [3] 2011.01.22 Rover 2011.01.22 10840
432 KBS1 글로벌 성공시대 - 백승욱 요리사 [2] 2011.08.17 운영자 2011.08.17 10423
431 [Video] A birth scene of an elephant baby [2] 2011.03.12 Rover 2011.03.12 10418
430 From the archives of NY Times Obituaries [2] 2011.04.21 운영자 2011.04.21 10093
429 모리 스시와 릴리 마를렌이란 글을 올렸더니 [4] 2009.12.11 유석희*72 2009.12.11 10058
428 Life with Orchids [2] 2010.09.27 Rover 2010.09.27 10037
427 What Happened To ... [1] 2010.10.26 Rover 2010.10.26 9708
426 [re] 꿈속의 고향 (from a Naver website) [2] 2012.03.20 Rover 2012.03.20 9550
425 Cliff Young Story [2] 2011.08.09 Rover 2011.08.09 9532
424 [re] 유석희 동문과의 만남 [5] 2009.11.11 황규정*65 2009.11.11 9521
423 [re] 계 기식 선생님 Stereo 에 관하여 [1] 2009.12.11 계기식*72 2009.12.11 9503
422 이스터린의 역설 (옴김) [2] 2010.05.31 한원민*65 2010.05.31 9413
421 [re] Public Gardens of Halifax,Nova Scotia [5] 2010.11.10 황규정*65 2010.11.10 93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