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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고] 카메라로 바라본 세상 64.

나를 뛰어넘어라

[중앙일보]입력 2006.11.30

"세계적인 사진교육 요람 만들겠다" 이준방 상명대 이사장 포부에 감동


1980년대 말까지만 해도 자랑스러운 산업역군이던 광원들이 90년대 들어 잊혀지기 시작했다. 95년 강원도 고한 동원보건소에 입원 중인 진폐증 광원의병실에 촛불이 밝혀져 있다. [김희중 갤러리]
귀국 후 지금까지 많은 일을 했지만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것은 역시 '한국화보' 편집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일이다. 강의는 1992년부터 했다. 7년 동안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에서 포토저널리즘을 강의했고, 2000년부터는 이화여대 교육공학과에서 역시 포토저널리즘과 '시각적인 사고' 등을 가르쳤다.

이화여대에 근무하던 어느 날 이준방 상명대 이사장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는 사진에 관심이 많았고 사진학과를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사진 교육의 요람으로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었다. 사진가인 내가 매력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교육자로서의 자세도 나를 감동시켰다. 학생들을 위해서라면 당신의 입 안에 든 것도 내줄 분이었다. 이 이사장과의 만남을 인연으로 2003년부터 상명대 석좌교수로 일하며 사진을 전공하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학생들과 생활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아무나 누릴 수 없는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매년 새 학기가 되면 어떤 학생들이 내 강의를 들으러 올까 생각하며 가슴 설렌다. 학기 말에는 정든 그들과 헤어지는 것이 너무 서운하다. 푸르른 나무같이 젊은 학생들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들의 앞길을 밝혀줘야 하는 나는 크나큰 책임감을 느끼고 가끔은 두렵기도 하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젊은이는 성공을 꿈꾼다. 나처럼 되고 싶다는 학생들도 많다. 그들에게 "나를 뛰어넘어라"고 말해준다. 내가 한 일을 그들이 못할 리가 없지 않은가. 성공이란 무엇일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소신껏 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가는 것'.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성공이다. 돈이나 지위는 그 다음 문제다.

그러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자신의 소질을 알고 시야를 넓혀 세상을 보면 그것을 찾을 수 있다. 그런데 많은 학생들이 멀어 보이는 그 꿈을 너무 쉽게 포기하고 현실과 타협한다. 더 편하고 빠른 길을 찾는 것이다. 특히 젊은이가 돈의 유혹에 빠져드는 모습은 안타깝다.

큰 목표가 정해졌으면 단계별로 작은 목표를 세워 차근차근 실천해야 한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기자가 되고 싶다면 우선 영어부터 잘 하고 봐야 되지 않겠는가? 첫 단계 목표가 이루어지면 다음 목표는 더 쉽게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있다. 세상사람 누구에게나 평등한 것. 하루가 24시간이라는 사실이다. 똑같이 주어진 24시간을 두세 시간으로 밖에 못 쓰는 사람도 있고, 이삼일처럼 늘여 쓰는 사람도 있다. 고무줄 같은 시간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적극적인 자세도 필요하다. '제비 Baby'가 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떠먹여 달라며 내 얼굴만 쳐다보는 학생을 보면 힘이 빠진다. 배가 고프면 숟가락을 들고 밥을 퍼 먹어야 한다.

하지만 사진을 공부하는 모든 학생들에게 세계적인 사진가가 되라고 하지는 않는다. 그럴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꿈꾸는 인생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대학을 마치고 시골 고향에 내려가 조그만 사진관을 운영하며 이웃 사람들 사진을 찍어도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수 있다.

김희중 (상명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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