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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김희중 Essay] 광고 모델

2015.03.20 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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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고] 카메라로 바라본 세상 59.

광고 모델

[중앙일보]입력 2006.11.23

사진학도에게 희망 주려고 출연, 스포츠지 조사 인기순위 4위에

1993년 안동 병산서원 앞 낙동강 백사장에서 필자가 출연한 CF를 촬영하고 있다.
1992년 말 광고제작사인 제일기획에서 연락을 해 왔다. 동서식품 '맥심' 커피의 방송광고 모델로 나를 등장시키고 싶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거절했다. 모델도 아니고 탤런트도 아닌데 광고에 나갈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제일기획과 동서식품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제일기획에서는 '명사 시리즈'인 만큼 전문 모델들만 나가는 것이 아니라고 설득했고, 동서식품도 여러 인맥을 통해 부탁해 왔다. 동서식품 부사장 부인이 내 누이의 친구라는 인연이 동원될 정도였다. 고민하다 결국 승낙했는데 그것은 젊은 사진학도들을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요즘은 우리나라 사진가들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구본창씨는 유럽.미국.일본 등을 무대로 전시회와 강연 활동을 펼쳐왔으며 외국에서 한국 현대사진에 대한 특강을 하기도 했다. 신진 작가 김아타씨는 세계 최고의 사진미술관인 뉴욕국제사진센터에서 개인전을 열면서 세계적인 사진가의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10여 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 사진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성공의 모델로 삼을 만한 선배가 없었다. 학생들은 어떤 사진가처럼 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자기들이 잘 알지도 못하는 로버트 카파나 까르띠에 브레송을 주워 섬겼다. 그들에게 사진도 제대로 하면 '명사'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광고는 여름용과 겨울용 두 가지를 촬영했다. 여름용은 경북 안동 병산(屛山)서원 앞 낙동강 백사장에서 찍었는데 처음 보는 병산서원은 건축이 자연과 어떻게 어우러져야 한다는 걸 보여주는 걸작이었다. 입교당(入敎堂) 마루에 앉아 만대루(晩對樓)를 보니 누각 기둥들 사이로 낙동강과 그 뒤를 둘러친 병산이 일곱 폭 병풍으로 펼쳐졌다.

평생 사진만 찍다 카메라 앞에 서니 마음처럼 쉽게 연기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곧 익숙해져 즐기면서 촬영할 수 있었다. 나중에 편집하는 걸 지켜보면서는 '저 장면에서는 좀 더 잘 할 수 있었는데…'하는 생각도 했다.

온종일 찍었지만 구성은 극히 간단했다. '사진가가 강변에 텐트를 치고 사진을 촬영하고 있는데 뱃사공이 배를 저어 강을 건너온다. 사진가와 사공은 오랜 지기처럼 마주앉아 여유롭게 커피 한 잔을 나눈다'. 뱃사공은 연극배우 윤문식씨였다.

광고는 93년 5월부터 1년간 방송을 탔다. 광고 촬영 전에도 여러 차례 방송에 나간 적은 있었지만 1년 동안 반복돼 노출되는 광고의 경우 효과가 달랐다.

고교 시절 개인전을 열며 스타가 된 뒤 수십년 만에 다시 전국적인 유명인사 반열에 오르게 됐다. 당시 한 스포츠 신문이 모델 인기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1위가 김희애, 2위가 최진실, 3위가 유인촌, 그리고 나와 윤석화가 4위 그룹을 형성했다.

유명해지니까 취재 섭외가 쉬워졌다. 사람을 만나 부탁을 할 때 상대가 날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큰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가는 곳마다 알아보니 말과 행동은 조심해야 했다. '스타'는 사생활이 없다는 말이 실감났다.


김희중 (상명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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