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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전국노래자랑의 '영원한 MC'로 사랑받았던 송해씨. [중앙포토]
95세 평생 ‘딴따라’를 자처했다. 장수 프로 ‘전국노래자랑’을 34년간 진행하며 방방곡곡 서민들의 웃음과 눈물을 함께 했다. 악극단 시절부터 한류 열풍까지 한국 대중문화의 변천사를 온몸으로 통과한 ‘영원한 현역 MC’ 송해가 8일 별세했다.
2022.06.08 06:09
2022.06.08 07:56
송해는 마음이 짤린 사람이다. 나라가 산채로 짤렸기 때문이다. 강이
중간에서 짤리고 산이 중턱에서 짤리고 다리가 반은 북이고 반은 남이
되고 도로가 막히고 철도가 가다가 말았다.
송해는 일제강점기에 황해도에서 태어나서 소련과 미국 점령기를 거쳐
인공과 대한민국, 육이오를 겪은 사람이다. 어머니를 북에 두고 남에
와서 살면서 한국 최고의 MC로 세상을 떠났다.
인생은 동전의 양면을 가지기 마련이다. 어머니를 그리워 하며 만나지
못하는 것을 서러워 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송해가 북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았더라면 그의 인생은 그리 평탄하지 못했을 것이다.
해방전에 태어난 사람들이 점점하늘나라로 가고 있다. 북에 고향을
두고 있는 분들의 영혼을 위로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하루빨리
그들의 고향을 대한민국의 품안에 끌어 안는 것이다. 송해 선생의
명복을 빈다.
2022.06.09 17:11
Such a sad story for my father's generation.
We had our troubles but we were in a much luckier generation.
We are the only generation who can understand and feel the same emotion for them.
By the time we are gone, there will be only a dry history without any emotions.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77606
아, 우리 시대의 거대한 기둥이 쓰러졌다. 30여 년 동안 일요일이면 예외 없이 전국에 울려 퍼지던 그 우렁찬 목소리가 사라졌다. 그와 함께 울고 웃던 애환과 위로와 눈물의 시대도 끝이 났다. 1927년에 태어나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 개발 도상국 시대를 거쳐 한류 열풍에 이르기까지, 그의 몸에는 형극 같은 한국 현대사의 고통과 희망이 각인되어 있고, 유랑극단에서 K-문화의 거대한 흐름에 이르기까지 한국 대중문화사의 파란만장한 주름이 새겨져 있다. 내가 근 7년여 전에 송해 선생님의 평전 『나는 딴따라다』를 쓰기 위해 그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그에게서 희대의 대중 스타가 아니라, 현대사의 가시밭길을 홀몸으로 헤쳐온 고단한 한 사람을 느꼈다. 여러 면에서 나와 비교할 수 없이 큰 존재였던 그가 나는 자꾸 불쌍했다.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도 번번이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내가 울지 않으면, 그가 울었고, 그가 울지 않으면 내가 울어서, 그의 살아온 날들을 묻는 인터뷰는 자꾸 중단되었다. 어떤 때는 질질 짜다가 그 꼴을 마주 보고 서로 박장대소를 한 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