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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artheid 인종차별 화합 이룬 축구와 로벤 섬


자, 이제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해 2006년 독일 월드컵으로 시점을 옮겨보자.

결승전에서 우승의 향방보다 더 큰 이슈가 된 사건이 있었지. 바로 세기의 축구 스타 지단과 이탈리아의 수비수 마테라치의 박치기 사건 말이다.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 출신의 지단은 경기 중 마테라치의 인종 차별 발언을 참지 못해 그에게 박치기를 했고, 지단이 퇴장당한 프랑스 팀은 수적 열세를 이기지 못하고 이탈리아에게 우승컵을 내줘야 했다.

당시 이 사건은 경기장 폭력, 인종 차별, 지단의 은퇴 등 숱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며 전 세계적인 이슈로 발전하였다. 그런데 사건에 관한 수많은 언급들 가운데 유난히 눈에 띄는 내용이 있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조직위원이었던 토쿄 섹스월레라는 사람과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이 이런 제안을 한 것이다.

남아공의 로벤 섬에 두 사람을 불러 화해를 주선하겠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남아공 로벤섬이 도대체 어떤 곳이기에, 축구와는 무슨 관계가 있기에 이런 제안이 나왔을까? 그 궁금증을 풀어주는 이야기는 한참 뒤에 한 권의 책으로 나와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알려졌다.

이런 이야기가 숨어 있었다.

남아공 케이프타운 근처에 있는 로벤 섬은 정치범 수용소로 사용된 섬이었다. 정치범 수용소라는 게 주로 그 아파르트헤이트라는 흑백차별정책 때문에 생겨난 범죄자들을 수용한 곳이었다. 남아공의 극단적인 인종분리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는 잔혹하고 엄격했다. 흑인들은 자유롭게 거주할 수도, 일할 수도, 심지어 통행증이 없이는 거리를 돌아다닐 수도 없었다. 이 아파르트헤이트에 저항하며, 흑백차별정책의 철폐를 위해 싸우던 흑인들이 로벤 섬에 수용되어 슬프게 썩어가고 있었다.

수용소에서 그들은 구타와 고된 노동으로 힘겨운 수감 생활을 이어가야 했다. 그러나 수감자들에게도 하나의 숨 쉴 틈이 생겼다. 그것은 간수들 몰래 셔츠를 둥글게 뭉쳐서 시작한 축구게임이었다. 축구를 통해서 수감자들은 작은 희망을 만들었다.

남아공월드컵이 싹트다

그들은 같은 흑인들이었으나 어떻게 보면 정치 노선에 따라 서로 갈라져 있었다. 그것은 더욱 슬픈 일이었다. 하지만 축구를 하며 하나가 되어가던 수감자들이 이번에는 함께 연대하여 교도소 당국에 당시 남아공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인 축구를 수용소에서도 공식적으로 할 수 있는 권리를 달라고 주장하였다. 때마침 남아공의 가혹한 인종차별정책에 반대하던 국제사회와 적십자사의 압력까지 더하여 당국은 이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고 결구 허락하게 된다.

이를 계기로 마침내 수감자들의 축구 리그인 마카나축구협회가 1966년 만들어졌다. ‘마카나’라는 이름은 로벤 섬에 전설로 전해지는 흑인 영웅의 이름이었다. 1400여 명에 이르는 수감자들은 그들 중에서 선수는 물론 매니저, 심판, 코치 등을 체계적으로 구성하였고, 세 개의 리그로 나누어 수십 개의 팀들이 매주 축구경기를 치렀다. 경기는 FIFA의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였으며, 이 리그는 1991년 감옥이 폐쇄될 때까지 계속되었다.

답답하고 억눌린 그 칠흑 같은 어둠의 시간을 견뎌오던 그들에게 축구를 하는 것, 또는 이 리그의 일원으로 참여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졌을까? 먼 바닷가로 갈매기가 날 때 그들에겐 얼마나 가슴 끓는 열망이 있었을까? 그들의 축구는 바로 그 열망을 담은 몸부림이었을 게다.

그러니 로벤 섬은 자유와 억압, 그리고 인간정신의 승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소인 셈이다. 바로 이 로벤 섬 수용소에 수용된 그들, 절망 속에서 자신의 몸을 곧추세우기도 벅찼을 그들이 축구를 통해 희망과 평화를 일궈냈고, 나중에 차별정책이 사라지고 평등한 세상을 만들었을 때, 그들은 누구보다 아름다운 남아공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영역에서 지도자가 되었다.

그들에게 축구는 즐거움이었고, 운동이었으며, 싸움의 힘을 결집시키는 큰 힘이기도 하였다. 그들은 축구를 통해 하나가 되고 희망을 발견했으며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되찾았다. 그래서 마카나축구협회의 역사는 세계를 하나로 만들어준다는 축구 정신을 무엇보다 잘 상징하였고, 결국 남아공이 2010년 월드컵 개최지로 선정되는 데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했다.

그래서 제프 블레터 FIFA 회장은 자주 “축구는 로벤 섬의 축구인들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로벤 섬은 이처럼 축구라는 스포츠의 이상을 담은 ‘성지’ 같은 곳이 되었다.

거기서 수용되어 이 축구협회의 일원이었다가 나중에 남아공의 대통령이 된 만델라는 이렇게 증언한다.

축구를 통해 우리는 하나가 되었다.”

축구는 그저 재미있는 게임만은 아니다. 때로 축구는 위대한 역사의 중심에서 새롭고도 당당한 존재로서의 역할을 부여받기도 한다. 축구가 인류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까닭은 이처럼 숱한 인류의 역사와 함께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구인이 함께 축구를 하는 한, 우리는 그 축구를 통해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고, 평등한 세상을 노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방해하고 억압하는 어떠한 세력과도 맞서 싸울 용기를 불어넣어줄 상징적인 힘을 우린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축구이다.

The text of this article was copied from another website.
Original Source: 박명철, "아름다운 동행" 편집장
국민일보 - 미션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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