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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저녁노을을 보며 - 서 찬주

2009.12.05 04:51

Sukjoo#65 Views:7522





저녁노을을 보며 - 서(김) 찬주



교회를 다니는 우리 가족은 일요일이면 더욱 바쁘다.
한국문화학교로 성가대로 각자 바쁘게 일하다 집에오면 무슨 큰일이라도 치룬듯 지치게된다.
오늘도 집에 오니 아이들이 가느라 치우지 못한 집안은 여기저기 어수선하니 이런때 나의 심기는 오르락 내리락한다.

오늘은 나의 육신이 좀 쉬자고 조르는데도 못본체하고 싶었으나 어지러운 집안이 자꾸만 신경줄에 와 닿아
우선 청소를 하기로 하였다.이방 저방을 돌아다니며 정리하고는 부엌으로와 쌓여있는 설것이를 시작하니 다소 기분이 나아지는 것 같았다.얼마나 하였을까... 밖이 어두우면서도 이상한 색으로 빛나는 것같아 무심히 눈을 들어 창밖을보니 어느사이 태양은숲속 멀리 온통 붉은 빛으로 떨어지려하고 있었다. 그 아름다운 하늘이라니... 나도 모르는 사이 일손을 멈춘채 숨을 죽이고 석양이 물들고 있는 하늘을 응시한체 서 있었다.

점차로 어두워지는 하늘은 쪽빛 푸른 빛으로 빛나고 멀리 회색구름은 돌아앉은 섬들인 듯 끝없이 퍼져나가고 있는 가운데 붉은 태양은 검은 회색구름사이로 용암이라도 내리 붓는 듯 붉었다. 어는 성급한 별하나는 겁도 없이 벌써나와 불타는 석양위에 걸려 있었다.

이렇게 타는 노을앞에 빈 나무들은 두려운 듯 어두움속에서 스스로 몸을 감추이고 그림자와 같이 서 있더니 점차로 노을이 붉은 빛으로 온 하늘을 덮자 마침내 빛과 대결이라도 하려는 듯이 더욱 더 검고도 뚜렷한 몇개의 굵은 가지로 당당하게 버티고 있었다. 그러다 조금 더 어두워지니 석양은 사위는 불이 아주 짧은 순간 잠시 마지막 빛을 발하듯 황금빛으로 찬란하더니 이내 숲은 칠흙과같은 어두움으로 휩싸이고 말았다.

곧이어 뒷집의 창문에는 전등불이 환히 들어오고 숲속너머 멀리로 차들의 불빛은 먹이를 물고 집으로 돌아가는 개미들과도 같이 순하게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이제 하루의 끝인 밤, 끝이 안난  미움도 사랑도 슬픔도 그리고 갈등도 모두 막을 내리고 이제는 쉬어야 하는때,우리도 작은 새와 같은 피조물의 하나로 돌아가는 시간, 이 크나큰 대자연의 조그마한 한 귀퉁이를 차지한 작은 인생임을 다시 아는 소중한 시간임에 하루를 족하게 지낸 감사가 있을 뿐인 충만한 시간이다.

나는 잠시 아주 귀한 것을 바로 눈앞에서 잃은 듯 아득하였고 막막한 기분이 들었으나
내 가슴 속으로 기울던 많은 석양을 떠 올릴 수 있었다.

꽃밭에서 엎드려 어우지는 줄 모르고 일하다가 문득 아픈 허리를 펴면 분홍빛으로 파고들던 그 봄의 여린 노을... 흙묻은 두손을 맞잡으며 만종을 그린 밀레의 그 감사한 마음을 진심으로 느껴보던 저녁... 여름이면 푸른초장 깊숙히 금빛햇살로 들어차고, 흩어졌던 식구들이 다시모여 가슴을 뫃아 기도하는 식탁까지 축복인 듯 어루만져주던 금빛노을의 그 감동... 떨어진 낙엽들을 긁어 모으다 어두워져서 눈을들면 빈나무가지위로 조용히 물둘고 있던 그 외롭던 가을 노을...

이제는 할일이 없어진 초 겨울의 저녁나절, 뒷뜰에 나가앉아 모닥불을 지피며, 타는 불꽃과 매캐하고도 향기로운 연기속에서 한잔의 차를 음미하다가 맞이하던 그 따스한 겨울 노을... 그외에도 형용할 수 없는 찬란한 빛으로 내 가슴속깊이 내려 앉던 헤일수도 없는 노을들...

이렇게 매일 보는 노을이지만 어느 날도 같은 빛갈인 노을은 없었다. 언제나 오늘의 노을이 가장 아름다운것 같이 가슴을 벅차 오르게 했다. 매일 매일의 삶이 다른 과도 같이... 동이 트는 아침에는 소망을 가지고 또는 새로운 계획을가지고 기다리는 이는 많지만 쓸쓸한 석양을 기다리는 이는 없다. 그저 눈을 들면 거기에 침묵으로 잠시 머무를 뿐...

남향을 선호하는 한국인의 관념으로 우리집은 서향이라 밝고 따스한 남쪽볕이 없어 처음에는 남향집을 부러워하며 살았으나 지금 이 순간에 돌이켜보니 집이 서향인 덕분에 이렇게 뜻하지 않게도 많은 아름다운 석양과 만날 수 있었음을 깨달으며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이 세상의 모든 추함, 아름다움, 괴로움 또 모순됨을 지켜보고도 침묵으로서 살아있는 모든것은 아름다웠노라고 보여주던 노을들을 생각하노라니 나의 인생도 어느덧 석양이 내리려 하고 있음을 절절히 느낀다. 더 늦기전에 나의 사랑하던 사람들의 손을 잡고 용서를 빌고 싶은 이 부끄러운 마음, 이제는 많은 것을 버리고  아주 간단한 마음으로 서 있고 싶다. 그 뿐만아니라 석양에 서서 나를 잊어 버리는 홀가분함도 알게 되기를 간구한다. 그저 빈나무와 같이...

나는 이 간구함을 지닌채 계속 이 서향집에서 살기를 원한다. 내일의 또 하나의 아름다운 노을을 기다리면서...


1989년 서울의대 미시간지부 잡지에 실린 고 서 찬주님의 수필을 여기에 올립니다.오늘아침 책상서랍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발견하고 우리동문 가족들과 나누고 싶었읍니다.


The essay by ChanJu Seo, Webpage by Sukjoo, December 5,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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