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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eral 돌아가는 배 (김성우 作)

2006.12.19 17:32

一水去士 Views:5595

년말 년시에 우리의 온길과 가는길 보며 Inspiration이 될만한
글중의 하나를 올림니다. 좀 긴 글이니, 읽으실 만큼만 보십시요.

 

는돌아가리라.내떠나온곳으로돌아가리라.출항의항로를따라귀항하리라.젊은시절수천개의돛대를세우고배를띄운그항구에늙어구명보트에구조되어남몰래닿더라도나는귀향하리라.어릴때황홀하게바라보던그만선(滿船)의귀선,색색의깃발을날리며꽹과리를두들겨대던칭칭이소리없이라도고향으로돌아가리라.나는빈배에내생애의그림자를달빛처럼싣고돌아가리라.섬의선창가에서소꿉놀이하며띄워보낸오동나무종이돛배의남실남실한걸음으로도사해(四海)를좋이한바퀴돌았을것이다.나는그종이돛배처럼그선창에가닿을것이다.

 

 

섬을떠나올때,선창과떠나는배에서서로맞잡은오색테이프가한가닥씩끊기는아픔이었다.그러나나는얼마든지늘어지는고무줄처럼평생끊기지않는테이프의끝을선창에매어둔채세상을주유했다.선창에닻을내린채닻줄을풀며풀며방랑했다.이제그테이프에끌려소환되듯,닻줄을당기듯,작별의선창으로도로돌아갈때가된것이다.

 

세상이아무리넓어도온세상은내가중심이다.바다가아무리넓어도내가태어난섬이바다의중심이다.나는섬을빙둘러싼수평선의원주를일탈해왔고이제그중심으로복귀할것이다.세상을돌아다녀보니나의중심은내고향에있었다.그중심이중력처럼나를끈다.내귀향의바다는이향(離鄕)의그바다일것이다.불변의바다,불멸의바다,바다만큼만고청청한것이있는가.산천의구(山川依舊)란말은옛시인의허사(虛辭)일수있어도바다는변색하지않는다.그리고불로(不老)의바다,불후(不朽)의바다.늙지않고썩지않고항상젊다.

 

내게는세상에서가장오래되고가장변하지않은친구가있다.그것이바다다.그신의(信義)의바다가나의죽마고우(竹馬故友)다.나는태어나면서부터파도의유희와더불어자랐다.어느즐거운음악이바다의단조로운해조음(海潮音)보다더오래귀를귀울이게할것인가.어느화려한그림이바다의푸른단색(單色)보다더오래눈을머물게할것인가.바다는위대한단조(單調)의세계다.이단조가바다를불변,불멸의것이되게한다.그영원한고전(古典)의세계로내가간다.

 

섬에살때머리맡에서밤새도록철썩이는바다의물결소리는나의자장가였다.섬을처음떠나왔을때그물결소리를잃어버린소년은얼마나많은밤을불면으로뒤척였는지모른다.이제거기나의안면(安眠)이있을것이다.고향을두고도실향했던한낭자(浪子)의귀향길에바다는,어릴적나의강보(襁褓)이던바다는그갯내가젖내음처럼향기로울것이다.그정결하고도상긋한바다의향훈(香薰)이내젊은날의기식(氣息)이었다.

진망(塵網)속의진애(塵埃)에찌든눈에는해풍의청량이눈물겹도록시릴것이다.가서바닷물을한움큼떠서마시면눈물이나리라.왈칵눈물이나리라.물이짜서가아니라어릴때헤엄치며마시던그물맛이므로.소금기가있는것에는신비가있다던가.

 

 

눈물에도바다에도.바다는신비뿐아니라내게무한과영원을가르쳐준가정교사다.해명(海鳴)속에신(神)의윤음(淪音)이있었다.그목소리를들으러간다.나의바다는나의공화국.그황량한광대(廣大)가나의영토다.그풍요한자유가나의주권(主權)이다.그공화국에서나는자유의깃발을공화국의국기처럼나부끼며자유를심호흡할것이다.바다는자유의공원이다.씨름판의라인처럼섬을빙둘러싸서나를가두고있던수평선,그수평선은젊은날내부자유의울타리더니이제그안이내자유의놀이터다.

 

 

나의부자유는오히려섬을떠나면서시작되었다.수평선에홀려탈출한섬에귀환하면서해조(海鳥)의자유를탈환할것이다.수평선의테를벗어난내인생은반칙이었다.섬은바다의집이다.대해에지친파도가밀려밀려안식하는귀환의종점이다.섬이없다면파도는그무한한표류를언제까지계속할것인가.희뜩희뜩한파도의날개는광막한황해의어느기슭에서쉴것인가.섬은파도의고향이다.나는파도였다.나의일생은파도의일생이었다.

바다는인간의무력함을느끼게하는허무의광야,파도는허무의바다를건너고건너서섬에와잠든다.나의인생도파도처럼섬의선창에돌아와쉴것이다.

 

나는모든바다를다다녔다.태양계의혹성(惑星)가운데바다가있는것은지구뿐이라더갈바다가없었다.육대양을회유한나는섬에서태어난영광과행복을찾아돌아가야한다.모든생명의어머니인바다의모태속으로.바닷물은증발하여승천했다가비가되고강물이되어도로바다로내려온다.나의귀향은이런환원이다.바다는모든강물을다받아들이면서도스스로더럽혀지지않는다.고향은세진(世塵)에더럽혀진나를정화시켜줄것이다.

바다는연륜(年輪)이없다.산중무역일(山中無曆日)이라듯바다에도달력은없어내오랜부재(不在)의나이를고향바다는헤아리지못할것이다.그리고섬은이탕아(蕩兒)의귀환을기다려주소하나바꾸지않고그자리에있을것이다.고향은집이다.아침에나갔다가저녁에돌아오는집이다.쉬지않기위해집을나서고쉬기위해찾아온다.나는꼭만18세의성년이되던해고향의섬을떠나왔다.내인생의아침이었다.이제저녁이된다.

모든입항의신호는뱃고동소리다.내출항때도뱃고동은울었다.인생이란때때로뱃고동처럼목이메이는것.나는그런목메인선적(船笛)을데리고귀향할것이다.돌아가면외로운섬에두고온내고독의원형을만날것이다.섬을떠나면서부터섬처럼고독하게세상을떠다닌나의평생은섬에돌아가면옛애인같은그원판의고독과더불어이제외롭지않을것이다.

 

 

고향은앨범이다.고향에는성장을멈춘자신의어린시절이빚바랜사진속처럼있다.모래성을쌓던바닷가에서,수평선너머에무엇이있다는것을알아버리고돌아온옛소년은,잃어버린동화대신세상에서주워온우화들을조가비처럼진열할것이다.아침녘의넓은바다는꿈을키우고저녁녘의넓은바다는욕심을지운다.어린시절의내몽상을키운바다는이제만욕(滿慾)을버린내노년의무엇을키울것인가.
사람은무엇이키우는가.고향의산이키우고시냇물이키운다.그나머지를가정이키우고학교가키운다.그러고도모자라는것을우유가키우고밥이키운다.사람들은부모에게효도하고나라에는충성하면서고향에대해서는보답하는덕목을모른다.내게귀향은귀의(歸衣)다.나의뼈를기른것은8할이멸치다.나는지금도내고향바다의멸치없이는밥을못먹는다.내가태어나면서부터먹은주식은고구마다.내고향욕지도는고구마의명산지다.내가자랄때가장맛있던것은밀감이다.당시우리나라에서는나지않아값비싸고귀하던것이지금은이섬이주산지가되어있다.나는어릴때먹던멸치와고구마와밀감을먹으러돌아간다.내소시(少時)를양육한자양이내노년을보양할것이다.

 

영국작가조지무어의소설<케리드천(川)>을읽으라.사람은필요한것을찾아세계를돌아다니다가고향에와서그것을발견한다’는구절이나온다.내가찾아헤맨파랑새는고향에있을것이다.세상은어디로가나결국은외국.귀향은귀국이다.모국어의땅으로돌아오는것이다.내고향섬을다녀온한지인의말이,섬사람들의말투가어디서듣던것이다싶어생각해보니내억양이더라고한다.떠난지50년이되도록향어(鄕語)의어투를버리지못하고있는나는영원한향인(鄕人)이다.

 

돌아가무엇을할것이냐고묻는가.그림을그리리라.고향의미화(美化)보다더아름다운일이있겠는가.나는알프스산맥의몽블랑도그려봤고융프라우도그려왔다.어릴적물갓집의벽에걸렸던`시용성’그림의배경이알프스산맥이었다.이눈쌓인고봉들을물가에갖다놓고이제바다를그리리라.섬을떠난나의외유는등고(登高)의계단이었다.나는해발0m로하강한다.어느화가가내서투른그림의과욕이걱정되는지바다를잘못그리면풀밭이된다고했다.그런들어떠랴,바다는나의대지(大地)인것을.인생은0이다.사람의일생은토막난선분이아니라원이라야한다.`자기인생의맨마지막을처음과맺을수있는사람은행복하다’고말한괴테는나를예견하고있었다.고향에돌아와자신이태어난방에서입적한석가의제자사리불처럼.그것은원점으로회귀하는일이다.

 

나는하나의라스트신을상상한다.한사나이가빈배에혼자몸을싣고노를저어섬의선창을떠난다.배는돛도없고발동기도없고정처도없다.먹을것도마실것도아무것도싣지않았다.한바다로나간뒤에는망망대해뿐섬도육지도보이지않는다.이배의최후를아는사람은아무도없다.그런빈배라도띄울선창을나는찾아간다.물결은정지하기위해출렁인다.배는귀항하기위해출항한다.나의연대기(年代記)는항해일지(航海日誌)였다.

 

-김성우/‘돌아가는배’의일부

돌아가는 배

                         김성우 作
 
  • 나는 돌아가리라. 내 떠나온 곳으로 돌아가리라.
    출항의 항로를 따라 귀항하리라.
    젊은 시절 수천 개의 돛대를 세우고 배를 띄운 그 항구에
    늙어 구명보트에 구조되어 남몰래 닿더라도 귀향하리라.
    어릴 때 황홀하게 바라보던 滿船(만선)의 귀선, 색색의 깃발을 날리며
    꽹과리를 두들겨대던 그 칭칭이소리 없이라도 고향으로 돌아가리라.
    빈 배에 내 생애의 그림자를 달빛처럼 싣고 돌아가리라.
      
    섬의 선창가에서 소꿉놀이하며 띄워보낸 오동나무 종이 돛배의 남실남실한 걸음으로도
    四海(사해)를 좋이 한 바퀴 돌았을 세월이다.
    나는 그 종이 돛배처럼 그 선창에 가 닿을 것이다.
      
    섬을 떠나올 때, 선창과 떠나는 배에서 서로 맞잡은
    오색 테이프가 한 가닥씩 끊기는 아픔이었다.
    그러나 나는 얼마든지 늘어지는 고무줄처럼 평생 끊기지 않는 테이프의 끝을
    선창에 매어둔 채 세상을 주유했다.
    선창에 닻을 내린 채 닻줄을 풀며풀며 방랑했다.
    이제 그 테이프에 끌려 소환되듯, 닻줄을 당기듯,
    작별의 선창으로 도로 돌아갈 때가 된 것이다.
      
    세상이 아무리 넓어도 온 세상은 내가 중심이다.
    바다가 아무리 넓어도 내가 태어난 섬이 바다의 중심이다.
    나는 섬을 빙 둘러싼 수평선의 원주를 일탈해왔고 이제 그 중심으로 복귀할 것이다.
    세상을 돌아다녀보니 나의 중심은 내 고향에 있었다. 그 중심이 중력처럼 나를 끈다.
      
    내 귀향의 바다는 離鄕(이향)의 그 바다일 것이다.
    불변의 바다, 불멸의 바다. 바다만큼 만고청청한 것이 있는가.
    山川依舊(산천의구)란 말은 옛 시인의 虛辭(허사)일수있어도 바다는 변색하지 않는다.
    그리고 不老(불로)의 바다, 不朽(불후)의 바다. 늙지 않고 썩지 않고 항상 젊다.
    내게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 되고 가장 변하지 않은 친구가 있다.
    그것이 바다다. 그 信義(신의)의 바다가 나의 竹馬故友(죽마고우)다.
    나는 태어나면서부터 파도의 유희와 더불어 자랐다.
      
    어느 즐거운 음악이 바다의 단조로운 海潮音(해조음)보다
    더 오래 귀를 기울이게 할 것인가?
    어느 화려한 그림이 바다의 푸른 單色(단색)보다 더 오래 눈을 머물게 할 것인가?
    바다는 위대한 單調(단조)의 세계다. 이 단조가 바다를 불변, 불멸의 것이 되게 한다.
    그 영원한 古典(고전)의 세계로 내가 간다.
      
    섬에 살 때 머리맡에서 밤새도록 철썩이는 바다의 물결소리는 나의 자장가였다.
    섬을 처음 떠나왔을 때 그 물결소리를 잃어버린 소년은
    얼마나 많은 밤을 不眠(불면)으로 뒤척였는지 모른다.
    이제 거기 나의 安眠(안면)이 있을 것이다.
    고향을 두고도 실향했던 한 浪子(낭자)의 귀향길에 바다는,
    어릴 적 나의 襁褓(강보)이던 바다는 그 갯내가 젖내음처럼 향기로울 것이다.
    그 정결하고도 상긋한 바다의 香薰(향훈)이 내 젊은 날의 氣息(기식)이었다.
    塵網(진망) 속의 塵埃(진애)에 찌든 눈에는 해풍의 청량이 눈물겹도록 시릴 것이다.
      
    가서 바닷물을 한 움큼 떠서 마시면 눈물이 나리라.
    왈칵 눈물이 나리라.
    물이 짜서가 아니라 어릴 때 헤엄치며 마시던 그 물맛이므로.
    소금기가 있는 것에는 신비가 있다던가.
    눈물에도 바다에도 바다는 신비뿐 아니라 내게 무한과 영원을 가르쳐준 가정교사다.
    海鳴(해명)속에 神(신)의 綸音(윤음)이 있었다. 그 목소리를 들으러 간다.
      
    나의 바다는 나의 공화국. 그 황량한 廣大(광대)가 나의 영토다.
    그 풍요한 자유가 나의 主權(주권)이다.
    그 공화국에서 나는 자유의 깃발을 공화국의 국기처럼 나부끼며 자유를 심호흡할 것이다.
    바다는 자유의 공원이다.
    씨름판의 라인처럼 섬을 빙 둘러싸서 나를 가두고 있던 수평선.
    그 수평선은 젊은 날 내 부자유의 울타리더니 이제 그 안이 내 자유의 놀이터다.
    나의 부자유는 오히려 섬을 떠나면서 시작되었다.
    수평선에 홀려 탈출한 섬에 귀환하면서 海鳥(해조)의 자유를 탈환할 것이다.
    수평선의 테를 벗어난 내 인생은 반칙이었다.
      
    섬은 바다의 집이다. 大海(대해)에 지친 파도가 밀려밀려 안식하는 귀환의 종점이다.
    섬이 없다면 파도는 그 무한한 표류를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
    희뜩희뜩한 파도의 날개는 광막한 황해의 어느 기슭에서 쉴 것인가?
    섬은 파도의 고향이다. 나는 파도였다. 나의 일생은 파도의 일생이었다.
      
    바다는 인간의 무력함을 느끼게 하는 허무의 광야,
    파도는 이 허무의 바다를 건너고 건너서 섬에 와 잠든다.
    나의 인생도 파도처럼 섬의 선창에 돌아와 쉴 것이다.
      
    나는 모든 바다를 다 다녔다.
    태양계의 惑星(혹성) 가운데 바다가 있는 것은 지구뿐이라 더 갈 바다가 없었다.
    육대양을 회유한 나는 섬에서 태어난 영광과 행복을 찾아 돌아가야 한다.
    모든 생명의 어머니인 바다의 모태 속으로.
      
    바닷물은 증발하여 승천했다가 비가 되고 강물이 되어 도로 바다로 내려온다.
    나의 귀향은 이런 환원이다.
    바다는 모든 강물을 받아들이면서도 스스로 더렵혀지지 않는다.
    고향은 世塵(세진)에 더렵혀진 나를 정화시켜 줄 것이다.
      
    바다는 年輪(연륜)이 없다.
    山中無歷日(산중무역일)이라듯 바다에도 달력은 없어
    내 오랜 不在(부재)의 나이를 고향 바다는 헤아리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섬은 이 蕩兒(탕아)의 귀환을 기다려
    주소 하나 바꾸지 않고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고향은 집이다. 아침에 나갔다가 저녁에 돌아오는 집이다.
    쉬지 않기 위해 집을 나서고 쉬기 위해 찾아온다.
    나는 꼭 만 18세의 성년이 되던 해 고향의 섬을 떠나왔다.
    내 인생의 아침이었다. 이제 저녁이 된다.
      
    모든 입항의 신호는 뱃고동소리다. 내 출항 때도 뱃고동은 울었다. 인생이란 때
    때로 뱃고동처럼 목이 메이는 것.
    나는 그런 목메인 船笛(선적)을 데리고 귀항할 것이다.
    돌아가면 외로운 섬에 두고 온 내 고독의 원형을 만날 것이다.
    섬을 떠나면서부터 섬처럼 고독하게 세상을 떠다닌 나의 평생은
    섬에 돌아가면 옛애인 같은 그 원판의 고독과 더불어 이제 외롭지 않을 것이다.
      
    고향은 앨범이다.
    고향에는 성장을 멈춘 자신의 어린 시절이 빛바랜 사진 속처럼 있다.
    모래성을 쌓던 바닷가에서,
    수평선 너머에 무엇이 있다는 것을 알아 버리고 돌아온 옛 소년은,
    잃어버린 童話(동화) 대신 세상에서 주워온 寓話(우화)들을 조가비처럼 진열할 것이다.
      
    아침녘의 넓은 바다는 꿈을 키우고 저녁녘의 넓은 바다는 욕심을 지운다.
    어린 시절의 내 몽상을 키운 바다는 이제 萬慾(만욕)을 버린
    내 노년의 무엇을 키울 것인가.
      
    사람은 무엇이 키우는가. 고향의 산이 키우고 시냇물이 키운다.
    그 나머지를 가정이 키우고 학교가 키운다.
    그러고도 모자라는 것을 우유가 키우고 밥이 키운다.
    사람들은 부모에게 효도하고 나라에는 충성하면서
    고향에 대해서는 보답하는 덕목을 모른다.
    내게 귀향은 歸依(귀의)다. 나의 뼈를 기른 것은 8할이 멸치다.
    나는 지금도 내 고향 바다의 멸치 없이는 밥을 못 먹는다.
      
    내가 태어나면서부터 먹은 주식은 내 고향 욕지도의 명산인 고구마다.
    그 때는 그토록 실미나더니 최근 맛을 보니 꿀맛이었다.
    내가 자랄 때 가장 맛있던 것은 밀감이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나지 않아 값비 싸고 귀하던 것이
    지금은 이 섬이 주산지가 되어 있다.
    나는 어릴 때 먹던 멸치와 고구마와 밀감을 먹으러 돌아간다.
    내 少時(소시)를 양육한 滋養(자양)이 내 노년을 保養(보양)할 것이다.
      
    영국 작가 조지 무어의 소설 ‘케리드 川(천)’을 읽으라.
    ‘사람은 필요한 것을 찾아 세계를 돌아다니다가 고향에 와서
    그것을 발견한다.’는 구절이 나온다.
    내가 찾아 헤맨 파랑새는 고향에 있을 것이다.
    세상은 어디로 가나 결국은 외국. 귀향은 귀국이다.
    모국어의 땅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내 고향 섬을 다녀온 한 지인의 말이, 섬 사람들의 말투가 어디서 듣던 것이다
    싶어 생각해 보니 내 억양이더라고 한다.
    떠난 지 50년이 되도록 鄕語(향어)의 어투를 버리지 못하고 있는
    나는 영원한 鄕人(향인)이다.
    물은 위대한 조각가다. 나는 파도의 조각품이다.
    파도가 바닷가의 바위를 새기듯 어릴 때의 물결소리가 내 표정을 새겼다.
    이것이 내 인생의 표정이 되었다.
    한 친구가 나에게 ‘海巖(해암)’이란 雅號(아호)를 권한 적이 있다.
    나는 섬의 바닷바위 위에 石像(석상)처럼 설 것이다.
      
    돌아가 무엇을 할 것이냐고 묻는가.
    그림을 그리리라. 고향의 美化(미화)보다 더 아름다운 일이 있겠는가.
    나는 알프스 산맥의 몽블랑도 그려왔고 융프라우도 그려왔다.
    어릴 적 물갓집의 벽에 걸렸던 ‘시용성’ 그림의 배경이 알프스 산맥이었다.
    이 눈 쌓인 고봉들을 물가에 갖다놓고 이제 바다를 그리리라.
    섬을 떠난 나의 出游(출유)는 위로 위로의 길이었다.
    나는 표고 4000여 m까지 상승한 증표를 가지고 도로 바다로 하강한다.
    어느 화가가 내 서툰 그림의 과욕이 걱정되는지
    바다를 잘못 그리면 풀밭이 된다고 했다.
    그런들 어떠랴, 바다는 나의 大地(대지)인 것을.
      
    해면을 떠나면서부터의 나의 登高(등고)는 이륙이었고 이제 착륙한다.
    인생은 공중의 곡예다.
    해발 0m에서 출발한 나는 해발 0m로 귀환한다.
    無에서 시발이었고 無로의 귀결이다. 인생은 0이다.
    사람의 일생은 토막난 線分(선분)이 아니라 圓(원)이라야 한다.
    “자기 인생의 맨 마지막을 맨 처음과 맺을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고 말한 괴테는
    나를 예견하고 있었다.
    고향에 돌아와 자신이 태어난 방에서 입적한 석가의 제자 舍利弗(사리불)처럼,
    그것은 원점으로 회귀하는 일이다.
    나는 하나의 라스트 신을 상상한다.
      
    한 사나이가 빈 배에 혼자 몸을 싣고 노를 저어 섬의 선창을 떠난다.
    배는 돛도 없고 발동기도 없고 정처도 없다.
    먹을 것도 마실 것도 아무것도 싣지 않았다.
    한바다로 나간 뒤에는 망망대해뿐 섬도 육지도 보이지 않는다.
    이 배의 최후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 빈 배라도 띄울 선창을 나는 찾아간다.
    물결은 정지하기 위해 출렁인다.
    배는 귀항하기 위해 출항한다.
    나의 年代記(연대기)는 航海日誌(항해일지)였다.
 
Source from "naver.com, Re-edit by S. Steven Kim - December 19,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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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5월의 시 두편 [1] file 2008.05.20 이건일*68 2008.05.20 8348
137 Happy New Year !! [7] 2006.12.31 석주 2006.12.31 7399
136 Christmas in New York [4] 2006.12.30 황규정 2016.06.17 8108
135 2006 를 보내며 - Member List [7] 2006.12.30 一水去士 2006.12.30 6119
134 안경식 동문 가족 Orange County 방문 [5] 2006.12.30 한원민 2016.06.17 7682
133 송년의 시 /이해인 [10] 2006.12.30 초미 2016.06.17 6782
132 A Christmas Video [6] 2006.12.29 김성수 2006.12.29 6953
131 Tricks in Words and Sounds (2) [1] 2006.12.28 김성수 2016.06.17 8763
130 하! 하! 호! 호! [4] 2006.12.27 석주 2006.12.27 8283
129 Greetings from 윤원길 [4] 2006.12.26 一水去士 2016.06.17 8371
128 Merry Christmas [3] 2006.12.24 一水去士 2006.12.24 8741
127 Photo News [1] 2006.12.22 석주 2006.12.22 7169
126 Merry Christmas ! [4] 2006.12.21 물안개 2006.12.21 7775
125 Christmas Lights in Seoul, Korea [1] 2006.12.20 서울나그네 2006.12.20 8785
124 Blizzard in Colorado [6] 2006.12.20 一水去士 2016.06.17 6530
123 陶淵明과 그의 인생 [2] 2006.12.20 김성수 2016.06.18 6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