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4.03 04:20
김소월 : 진달래꽃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집필 의도 및 감상 우리 문학사를 살펴보면 우리 민족이 고난과 시련의 상황에 놓일 때, 찾아 헤매던 동경과 이상의 대상으로 ‘님’을 노래한 작품이 집중적으로 나타남을 발견할 수 있다. 고려 때는 고려 가요인 <가시리>, <서경별곡>, <동동>, <정과정>, <정석가> 등을 통해, 조선 중기엔 정철의 가사 <사미인곡>, <속미인곡> 및 여류 시인들의 시조를 통해, 주권을 상실한 일제 치하에선 김소월, 한용운, 변영로 등의 시를 통해 ‘님’의 문학을 찾아볼 수 있다. 따라서 김소월의 <진달래꽃>은 단순히 사랑하던 연인과의 이별을 개인적인 감정으로 노래한 시가 아니라, 이때의 임은 차원 높은 임으로 일제 치하의 식민 상황에서 우리 민족이 동경하고 찾아 헤매던 상실된 주권을 노래한 작품이라 하겠다. 金素月(본명 廷湜,1902~1934) 참고 1 : 김소월(金素月) 시의 일반적 특징 1) 민요적 운율 ㅡ 3음보의 율격. 2) 민족적 정서 ㅡ 한(恨)과 슬픔. 3) 향토적 요소 ㅡ 주로 지명으로 나타남. [예 : 정주 곽산, 삭주 구성, 삼수 갑산, 영변 약산, 왕십리, 진두강(작위적 지명) 등.] 4) 상실의 미학 ㅡ 김소월 시의 표층 구조는 임과의 이별과 고향 상실이지만, 심층 구조는 조국과 주권의 상실이다. 따라서 그의 시의 시적 자아는 고향과 집을 잃고 임과 이별한 채 떠돌아 다니는 나그네 신세로 나타난다. 참고 2 : 민요적 구조 ㅡ aaba의 구조 우리 민요나 민요시는 대부분 aaba의 구조로 되었다. 작품이 4행이나 4연으로 구성되었을 때, 첫째·둘째·넷째의 구조는 동일하고, 셋째 구조만 다른 형태로 된 것을 말한다. 이와 같은 구조의 대표적 작품으로 고려 가요 <청산별곡>을 들 수 있다. <진달래꽃>의 네 연은 ‘aaba’의 민요적 구조로 되었다. 즉 제1·2·4연은 ‘드리오리다··뿌리오리다·흘리오리다’로 끝나면서 행위의 주체는 시적 자아인 ‘나’로 되었으나, 제3연은 행위의 주체가 ‘님’으로 나타나 임에 대한 시적 자아의 간절한 소망을 담고 있다. 출전 : <개벽> 25호 (1922. 7.) 시어 및 구절 풀이 나 보기가 역겨워 ㅡ 이 시의 이별은 ‘일방적 이별’을 뜻한다. 시적 자아는 여전히 임을 사랑하고 있는데, 임은 시적 자아가 싫다고 떠나 버리는 것이다. 고대 가요에 나타난 이별은 거의 일방적 이별로 나타나 있는데, 이와 같은 일방적 이별은 비극의 상황을 만들고 한과 슬픔의 정서를 조성한다. 가실 때에는 ㅡ 제2연의 “가실 길에”와 함께 가정법의 표현이다. 따라서 이 시의 임은 차원 높은 임으로, 이 시는 우리 문학사에서 다루고 있는 ‘님의 문학’의 하나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ㅡ 역설적 표현으로, 이 구절의 표면상 의미는 임에 대한 헌신적 애정이지만, 속에 들어 있는 진실은 임을 보내고 싶지 않은 심정이다. ‘말’은 임에 대한 원망의 말이다. 즉 임에게 할 말이 많음에도 모든 것을 참고 말하지 않았다는 데에서 이 구절이 역설적 표현임을 알 수 있다. 영변에 약산 ㅡ 향토적 요소로, ‘약산’은 경기도 개성 근처에 있는 ‘진봉산’과 함께 진달래꽃으로 가장 유명한 산이다. 진달래꽃 ㅡ 1) 이 시의 비밀의 열쇠가 되는 핵심어. 2) 진달래꽃을 한자어로 ‘두견화(杜鵑花)’라고 한다. 두견새가 애절하게 울 때 목구멍으로 피를 토한다고 하는데, 그 핏자국에서 피어난 꽃이 진달래라는 전설이 있다. 우리 시에서 두견새가 등장하는 작품은 거의 대부분 부정적 이미지를 나타낸다. 따라서 시인이 <진달래꽃>을 노래한 것은 ‘한·이별·슬픔’ 등의 부정적 정서를 나타내고자 하는 의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3) 이 시의 구조에서 ‘진달래꽃’은 시적 자아의 임에 대한 심정을 투영한 대상으로, 임에 대한 사랑과 증오의 감정을 나타낸다. 사랑과 증오는 별개의 감정이 아니라 동전의 양면처럼 같은 감정의 변형이다. 즉 사랑에 배반당하거나 좌절했을 때 ‘사랑’은 ‘증오’의 감정으로 바뀌게 마련이다. 아름 ㅡ 시적 자아가 임을 생각하는 정감의 양(量)을 나타낸다.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ㅡ 임에 대한 사랑과 증오의 감정이 함께 착잡하게 얽힌 상태를 나타낸다. 이 구절을 불교에서 말하는 산화공덕(散華功德;부처에 대한 공양으로 부처 앞에 꽃을 뿌리는 행사)의 아름다움으로 해석하는 것은 임에 대한 사랑의 감정만 보는 너무 일방적인 해석이라 하겠다. 이런 해석으로 이 시가 향가인 월명사의 <도솔가>와 연관된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가시는 걸음 걸음 ㅡ 1) ‘ㄱ’ 두운이 나타나 있다. 2) 공간의 이동, 즉 임이 점점 멀어져 가는 모습을 나타낸다. 그 꽃 ㅡ ‘진달래꽃’은 시적 자아와 동일한 존재가 된다. 사뿐히 즈려 밟고 ㅡ ‘사뿐히’와 ‘짓이기다, 으깨다’ 뜻의 ‘즈려’가 연결되어 모순처럼 보이지만, 이 구절은 모순 형용으로 된 역설법이다.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ㅡ 1) 여성 특유의 매저키즘(masochism)적 반응이 나타나 있다. ‘매저키즘’이란 남에게 짓눌리고 파괴당함으로 쾌감을 느끼는 심리 현상을 말한다. 그 임이 사랑하는 임이건 미워하는 임이건 점점 멀어져 가는 임을 보았을 때, 시적 자아는 차라리 꽃이 되어 임의 발 밑에 으깨어지고 싶은 심리적 충동을 느끼게 된다. 이런 점에서 이 구절은 이별의 슬픔이 육체적 아픔으로까지 느껴지게 됨을 뜻하며, 이 시의 시적 자아는 여성의 입장이라는 근거를 제공한다. 2) 이양하 교수는 이 구절을 아일랜드의 시인 예이츠(W. B. Yeats)의 시 <하늘의 옷감>의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시는 김소월의 스승인 김억(金億)의 번역 시집 <오뇌(懊惱)의 무도(舞蹈)>(1921)에 <꿈길>이란 제목으로 소개되었는데, 해당 구절은 다음과 같다. “은실 금실로 짜 내린 하늘의 옷감이 있다면 님의 발 밑에 깔아 드리오리다. / 님이여 그 옷감을 사뿐히 밟고 가시옵소서.”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ㅡ 극한 상황의 제시로 된 역설적 표현으로 고려 가요 <가시리>의 끝 구절인 "셜온 님 보내압노니 가시는 듯 도셔 오쇼셔"에 비해 타협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겉으로는 이별의 슬픔을 극복하려는 강인한 의지와 한국 여성의 전통적 인고(忍苦) 정신을 나타내는 유교적 휴머니즘의 표현이면서, 내면적으로는 무한한 슬픔을 나타내고 있다. 즉 애이불비(哀而不悲 ; 슬프기는 하나 그 슬픔을 겉으로 나타내지 않음.)의 심정이 잘 표현되었다. |
2005.04.03 06:46
2005.04.03 09:02
2005.04.03 09:45
2005.04.03 23:52
No. | Subject | Date | Author | Last Update | Views |
---|---|---|---|---|---|
Notice | How to write your comments onto a webpage [2] | 2016.07.06 | 운영자 | 2016.11.20 | 18946 |
Notice | How to Upload Pictures in webpages | 2016.07.06 | 운영자 | 2018.10.19 | 33451 |
Notice | How to use Rich Text Editor [3] | 2016.06.28 | 운영자 | 2018.10.19 | 7117 |
Notice | How to Write a Webpage | 2016.06.28 | 운영자 | 2020.12.23 | 44724 |
26 | 하나님을 헷갈리게 하지마! [6] | 2005.04.22 | 이 한중 | 2005.04.22 | 6521 |
25 | 남자들은 그런다 ..... [퍼옴] [4] | 2005.04.21 | 물안개 | 2016.06.17 | 7770 |
24 | 남편의 소원 [4] | 2005.04.21 | 이한중 | 2005.04.21 | 7114 |
23 | A Way of Life [4] | 2005.04.20 | 이한중 | 2005.04.20 | 7133 |
22 | 깨달음 [11] | 2005.04.19 | 석주 | 2005.04.19 | 7823 |
21 | 하늘에서 본 한국 풍경 [1] | 2005.04.17 | 윤충 | 2005.04.17 | 8454 |
20 | 그립다 말을 할까 [6] | 2005.04.17 | 오세윤 | 2005.04.17 | 6970 |
19 | [re] 어머니 만나고 온 날 [3] | 2005.04.16 | 물안개 | 2005.04.16 | 7007 |
18 | 어머니 (법정스님의 글) [2] | 2005.04.16 | 一水去士 | 2016.06.17 | 7016 |
17 | 좋은 친구는 인생에서 가장 큰 보배 [5] | 2005.04.16 | 물안개 | 2005.04.16 | 6385 |
16 | [시 감상] 행복 - 유치환 [5] | 2005.04.13 | kyu hwang | 2005.04.13 | 8154 |
15 | 징 검 다리 - 오세윤 [3] | 2005.04.10 | 오세윤 | 2016.06.17 | 7351 |
14 | L'amour, c'est pour rien! [5] | 2005.04.05 | 通信兵 | 2005.04.05 | 7674 |
13 | [re] 조금씩 아름다워 지는 사람 [5] | 2005.04.05 | jinsoo | 2005.04.05 | 7062 |
12 | 조금씩 아름다워 지는 사람(퍼옴) [1] | 2005.04.05 | 석주 | 2005.04.05 | 7898 |
11 | [re] Golfing with Friends [4] | 2005.04.04 | jinsoo | 2005.04.04 | 6940 |
10 | Golfing with Friends [9] | 2005.04.03 | 이 한 중 | 2005.04.03 | 7327 |
» | [시해설] 김소월 : 진달래꽃 [4] | 2005.04.03 | 김 원호 | 2005.04.03 | 9371 |
8 | 진달래 꽃 (素月의 詩와 인생) [3] | 2005.04.02 | Steven Kim | 2005.04.02 | 7609 |
7 | 복 수 초 [7] | 2005.03.29 | 오세윤 | 2005.03.29 | 7355 |
-hypothesis on why he wrote it and
-why we feel in a certain way while reading it!
"대학국어" class로 복귀?
Why n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