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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은퇴

2022.12.27 16:26

노영일*68 Views:371

 
은 퇴
 
은퇴를 앞두고 많은 망설임이 있었다. 내가 평생을 몸 바쳐 온 의업을 훌적 떠날수 있을까. 일을 그만두면 무엇으로 시간을 보낼까. 여생을 지지할 경제적인 여유는 있는가. 그저 죽을 날까지 목숨만 연장하는 것인가.

나는 평생을 누구 보다도 열심히 일했다고 생각한다. 성격 탓이기도 하겠지만, 잠자는 시간과 최소한의 개인적인 시간을 빼고는 하루 24시간 불침번을 서고 일년 365일을 그렇게 일했다.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같이 뛰던 동료들은 대부분 사라지고 어느덧 내가 병원 의사들 중에서 최고령자가 되었다. 어떤때는 젊은 의사들 가운데서 눈치가 보이기도 하였다. 선배의사가 존경을 받는 시대는 지났고 고령이 오히려 약점이 되기 십상이었다. 특히 Analog 시대에 살아온 우리 세대는 Digital 시대에 자라난 젊은 세대 보다 뒤지는 경우가 많았다. 선배로서 후배를 가르쳐야 할텐데 오히려 후배들 에게서 배워야 할 형편이었다. 발빠른 전산화는 우리 세대를 비능룰적으로 만들어 놓았다. 같은 일을 해도 전보다 힘들었고 시간도 더 많이 들었다. 최근 몇년간은 업무량을 줄였지만 일단 일을 하다보면 부담감은 마찬가지 였다. 체력의 한계도 느꼈다. 직장 동료들은 언제 은퇴 할거냐고 자주 물어 왔다. 어떤 친구들은 할수 있을때 까지 하다가 정 못하겠으면 그만 두라 했다.

적절한 은퇴 시기를 가늠하던 도중 코로나 사태가 벌어져 또 3년을 어영부영 지냈다. 그러다가 6개월전 은퇴를 단행했다.

갑자기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 있자니 허탈감 마져 들었다. 몸과 마음이 편할줄 알았는데 오히려 거북했다. 일할 시간에 집에 있자니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어 안절부절 불안감 까지 들었다. 이것이 workaholic 증세인가? 무슨 계획을 세웠다가도 발동이 안 걸려 포기 해 버린다. 무위도식의 혼돈 상태가 얼마간 지속됐다. 여기 저기 여행도 다니고, 골프도 치고 하였으나 별 차도가 없었다. 먼저 은퇴한 친구들 중에는 은퇴하니까 아주 좋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어떤 친구는 한 일년 지나야 새 생활에 적응이 된다고 하기도 했다. 아내는 하루 세끼 밥해 먹여야 하는 삼식이가 집에 있으니 자유시간이 없다고 도리혀 불평하는 눈치이다. 아내 따라 샤핑도 가고 식료품점에 가기도 한다. 아내 심부름도 종종한다. 위엄이 있던 가장이 하루 아침에 하잘것 없는 신세로 전락한 기분이다. 꽂감 빼먹듯 돈 쓰는데도 신경이 쓰인다.


내 심리 상태를 눈치 챘는지 큰딸이 책을 한권 보내주고 읽어 보라고 하였다. Arthur Brooks 가 쓴 From Strength to Strength 라는 책이었다.

종의 기원을 쓴 세기의 과학자 Charles Darwin 도 만년에는 자기 연구에 더 진전이 없자 자기의 업적에 불만을 느끼고 자기 인생 자체가 실패작 이라고 생각했다. 노벨상 수상자들이 노년에 지능의 감퇴를 경험하고 이렇게 사는니 차라리 죽는 편이 낫다고 말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 밖에도 많은 천재들이 말년에 자기 능력의 감퇴를 느끼고 실망하고 불행속에 살았다.

인간은 누구나 인생의 곡선을 따라간다. 지능이나 능력이 발달하고, 정점에 이르고, 그리고는 필연적으로 하향 곡선을 따라 간다. 일반적으로 30대가 지나면 벌써 하향 곡선에 들어선다. 운동선수나 예술가등은 좀더 일찍 정점에 도달하고, 과학자들이나 교육자 등은 조금 늦게 정점에 이른다. 한 통계에 의하면 의사는 40대에 정점에 이르고, 65세가 넘으면 의료과실을 저지를 확율이 50% 증가 한다.

그러면 인간의 평균 수명이 늘어나서 늙어 가며 점점 추하게 시들어져가는 모습으로 여생을 좌절과 불행속에 살아야 하나? 아니면 빨리 살고, 훌륭한 업적을 이루고, 젊어서 죽고, 아름다운 모습을 남기는 소위 James Dean 공식을 따라 가는것이 이상적일까?

저자는 누구나 경험하는 첫번째 곡선이 내라막 길을 갈때 두번째 곡선을 만들어 도약 하여야 한다고 한다. 첫번째 곡선 (First curve)은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유동성지능 (fluid intelligence)을 이용 한다면 두번째 곡선 (Second curve)은 축적된 지혜와 경험을 바탕으로 한 세련되고 정제된 결정성(結晶性) 지능 (crystallized intelligence)을 이용 하는 것이다.

Johann Sebastian Bach (J.S.) 는 바로크 음악의 개척자다. 그는 한때 최고의 연주자였으며 작곡가 였다. 그러나 그의 명성과 영예는 오래 가지 못했다. 나이를 먹어가며 점점 젊은 사람들 한테 밀려 났다. J.S.는 연주와 작곡을 그만 두고 Art of Fugue 라는 일종의 음악 교과서를 만들었다. 이는 불후의 명작으로 그는 후세에 큰 이름을 남겼다. 그의 아들 Carl Philipp Emanuel Bach (C.P.E.)는 아버지를 뒤이어 Bach 음악을 완성시켰다. C.P.E. 는 최고의 연주자이자 작곡가가 되어 아버지 J.S.의 명예를 능가했다. 그러나 그도 아버지 J.S.의 Art of Fugue를 성서 처럼 신봉했다.

이 책의 저자 Arthur Brooks 자신도 젊었을 때에 훌륭한 French horn 연주자 였으나 나이가 듦에 따라 자기의 연주 능력이 떨어짐을 실감하고 Social Science를 공부하여 대학교수가 되고 많은 저작물을 내어 성공적인 여생을 보내고 있다.

또 저자는 행복한 여생을 보내려 하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첫째, 성공에 집착하지 말아라. 한가지 성공을 하면 다음 성공에 매달리게 되고 계속 더 큰 성공을 이루지 못하면 좌절과 실망에 빠진다. 이는 마치 중독현상과 비슷하다.

둘째, 자존심, 두려움, 사회적인 비교 와 고립을 극복해야 한다. 남들과 비교하여 남보다 더 잘되기를 바라고 우월해 지기를 바라면 결코 행복감을 느낄수 없다.

셋째,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워라. 어떤 종교에서는 무소유가 마음의 행복을 준다고 한다. 만족감 = 내가 가진것 ÷ 내가 원하는것. 내가 원하는것이 많으면 내가 아무리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만족감은 떨어진다. 원하는 것들의 목록을 만들어 놓고 무엇을 내가 원하는가 보다 왜 내가 그것을 원하는가를 따져 보고 목록을 줄여 나가야 한다.

넷째, 죽음에 대하여 숙고 하라. 자기 직업을 숙명이라 생각하고 죽는날 까지 최선을 다하여 후세에 이름을 남기겠다고 하면 필연적으로 능력이 감퇴할때 좌절감을 느찌고 일찍 죽음을 경험하기 쉽다.

넷째, 행복해 지기 위하여는 친한 친구가 있어야 한다. 이해 관계로 사귀는 친구보다는 마음을 털어 놓을수 있는 친구가 있어야 한다.

다섯째, 종교적 신앙심을 가지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리스인들의 개념으로 사랑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philia (친구간의 사랑), eros (이성간의 사랑), storge (부모와 자녀들간의 사랑), philautia (자기 사랑), xenia (친절, 모르는 사람에 대한 사랑), 등등. 그러나 이들을 초월한 사랑은 agape (신성한 사랑) 이다. 하나님과 가까와 짐으로써 마음의 평화와 행복감을 느낄수 있다.

바다 낚시를 하는 사람들은 밀물때 보다 썰물때 고기가 잘 잡힌다는 것을 안다. 젊었을때의 첫번째 곡선이 하향선을 그릴때 두번째의 곡선으로 뛰어 넘어 “힘” 에서 “힘”으로 도약하면 성공적이고 행복한 여생을 살수 있다고 작가는 결론을 맺는다.


죽는날 까지 환자 치료를 하다가 쓰러지는 의사가 인술의 모범으로 존경받던 시대는 지났다. 그것은 의사 자신의 욕심이지 환자들에게는 오히려 해가 되는 경우가 많다.

팔십종수 (八十種樹)라는 말이 있다. 어떤 사람이 80세에 마당에 과일나무를 심었다. 이웃들은 그가 과일이 열리기도 전에 죽을텐데 나무를 심는다고 모두 비웃었다. 그러나 그는 오래 살아 맛있는 과일을 따먹으며 즐거운 여생을 보냈다.

쟝 지오노의 “나무를 심는 사람”이란 단편이 생각 난다. 사람들이 다 떠난 외딸고 황폐한 산골에 홀로 살던 양치기 목자인 엘제아르 부피에는 아무도 모르게 묵묵히 매일 나무를 심었다. 몇십년이 지난후 이 황폐했던 산간마을이 나무가 무성한 낙원이 되었다. 떠나갔던 사람들이 다시 모여 들었다. 그들은 누가 나무를 심었다는 것은 전혀 모르고 나무가 저절로 자란것으로 생각했다. 부피에는 양로원에서 조용히 생을 마감했다.

나는 어떤 두번째 곡선으로 도약을 하여야 하나?

 
2022년 12월  시카고에서  노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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