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對北)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정부는 화폐개혁 이후 막다른 골목에 내몰린 북한을 압박해 중국식 개혁개방을 주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라선시를 그 모델로 만들려 하고 있다. 중국이 장지투(長吉圖)개발에 필수적인 라선항을 이용하기 위한 목적도 함께 맞물려 중국인들의 라선시 투자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중국은 라선시에 대한 전기공급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한 탈북자는 "현재 라선시 내에서 중국 전기를 받기 위한 변압기 교체가 한창이며 4월부터는 중국 전기가 라선시에 공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전례없는 의욕을 가지고 장지투 개발에 나선 것은 북한의 변화를 자신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 북한의 김수열 나선시장(왼쪽)이 작년 9월 2일 중국 창춘(長春)에서 훈춘(琿春)의 중롄(中聯)해상운송공사와 합작 협약을 체결하고 나서 활짝 웃고 있다. / 연합뉴스
중국 정부는 이미 라선시에 대사관 형태의 경제대표부를 설치하고 북한당국과 마찰이 생긴 자국인에 대해서 북한과의 협상을 통해 해결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라선시에 대한 3통 문제(통행·통신·통관) 해결을 위해 북한당국에 강한 압력을 넣었고 북한당국은 중국정부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었다고 한다.
최근 라선시를 방문한 한 중국인은 "세관을 통과하는 데 5분도 채 안 걸렸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3시간 이상씩 걸렸고 뇌물을 주지 않으면 온갖 트집을 걸던 때와는 사뭇 달라졌다는 것이다.
아직 중국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는 없지만, 유선을 통해 외부와 연락이 가능하고 곧 중국과의 휴대전화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그동안은 중국인이라도 외부 영상물을 볼 수 없었고 발언이나 행동이 전혀 자유롭지 못했지만 올해부터는 라선시 안에서 중국인들의 활동은 거의 자유로워졌다. 최근 국가보위부 소속 기동타격대 요원 한명이 중국인 숙소에 와서 술에 취해 뇌물을 요구하다가 중국인들의 항의를 받고 출동한 중국 대표부 직원과 북한 요원들에게 끌려가 처벌받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라선시에 상주하던 보위부 요원도 대폭 축소돼 가급적 중국인들의 기업활동에 개입할 수 없도록 강력한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과거에는 장사꾼 반에 보위부 사람 반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라선시에는 중국인들을 감시하는 보위부 요원들로 우글거렸고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끌려가 취조받는 일들이 비일비재했었다. 분위기가 싹 바뀐 것이다.
최근 북한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라선시 땅을 중국인들에게 팔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선시 중심부는 평당 50달러, 주변지역은 30달러에 팔기 시작했는데 아직 북한 정권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중국인들이 라선시 땅 매입은 꺼리고 있지만 개인에게 토지를 분양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획기적인 변화다.
북한은 라선시에 개성공단 형태의 대규모 공단을 건설할 계획을 세우고 중국 측과 협의하고 있지만, 중국은 인력관리를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개성공단 형태가 아닌 중국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이 보장되는 조건으로 북한과 협상을 추진 중에 있다고 한다.
최근 입국한 한 고위급 탈북자는 "북한이 핵실험과 화폐개혁 이후 고립이 가속화되면서 라선시 개방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난이 극에 달한 북한은 달러 한 푼이 아쉬운 상황에서 중국의 변화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고 사실상 강제적 변화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 북한은 체제변화 없는 외화벌이에만 매달렸지만 이번 라선시의 변화는 지금까지 없었던 것으로 중국 정부가 라선시를 넘어 북한의 변화에 어떤 역할을 할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