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06 21:19
https://www.hani.co.kr/arti/culture/religion/879044.html
1945년 11월19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 백범 김구가 귀국하기 직전에 중국 주둔 미군 사령관 웨더마이어 중장에게 편지 한 통을 썼다.
“나와 최근까지 충칭에 주재했던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원들이 항공편으로 입국하는 것과 관련하여 나와 동료들이 공인 자격이 아니라 엄격하게 개인 자격으로 입국이 허락되었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것을 확인하는 바입니다. 나아가 우리가 입국하여 집단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행정적, 정치적 권력을 행사하는 정부로서 기능하지 않을 것을 선언합니다. 우리의 목적은 미군정이 한국인들을 위해 질서를 수립하는 데 협조하는 것입니다.”
일본 도쿄에 살던 변무련이라는 이름의 조선인 어린이가 1945년 12월 (일본 점령 연합국 최고사령관인) 맥아더 장군에게 일본어로 쓴 편지 한 통을 보냈다.
양면 괘지에 연필로 꾹꾹 눌러쓴 이 편지는 ‘원수님께 부탁합니다’로 시작한다. ‘하루라도 빨리 조선에 돌아가고 싶고, 또 돌아갈 때 돈과 가진 것을 모두 가지고 갈 수 있게 해줄 것’을 두번 세번 부탁하는 내용이다. 초등학교 1, 2학년 정도의 어투와 필체에다 철자와 단어도 정확하지 않다. 하지만 부모를 대신하여 쓴 것으로 보이는 이 편지 내용을 식구들 가운데 그나마 일본어로 쓸 수 있는 사람은 이 어린이가 유일하지 않았나 싶다. 그만큼 귀국 시 점령당국이 금전과 동산을 얼마만큼이나 소지하게 해줄 것인가는 이 가족에게 절박한 문제였다.
일본 거주 귀환 동포들의 간절한 사정은 가와사키시에 거주하던 이창규가 역시 맥아더 장군에게 보낸 1946년 5월17일자 투서에도 잘 나와 있다.
“귀국할 때 1인당 1천엔 이상은 갖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으나, 조선의 물가고에 비추어 이 돈으로는 귀국하여 집도 구입하지 못하고, 직장을 구할 때까지 생계를 유지할 수 없음에 따라 처자는 노숙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해외에서 귀환하는 일본인은 기십만엔의 예금통장으로 언제든지 돈을 인출하여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귀하가 똑같이 관리하고 있는 나라의 민족인 우리 조선 민족도 일본인과 마찬가지로 귀국 후 예금에서 돈을 인출할 수 있게 하여주심을 원합니다.” 이창규의 편지는 조선인의 경우 귀국 시 지참금을 제한하지 말고, 고국에 돌아가서도 자신이 일본에서 저축했던 예금을 인출할 수 있게 해줄 것을 요청한 외에 38도선을 폐지하여 남과 북이 동일민족의 국가로 건설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청원하고 있다.
임정 2진이 마주친 동포들의 참상
조소앙, 김성숙, 신익희, 장건상 등 임정 2진이 1945년 12월1일 역시 미군 수송기 편으로 귀국했다. 그 비행기는 쏟아지는 눈으로 서울의 관문인 여의도 또는 김포 비행장에 착륙할 수 없었고, 눈이 쌓이지 않은 곳을 찾아 남진하다 오후 3시가 되어서야 옥구 비행장에 착륙했다. 그날로 상경을 시도했으나 방한도 되지 않는 미군 트럭을 타고 엄동설한에 마구 흔들리며 시골길을 달리는 것은 노혁명가들이 감내할 수 없는 고역이었다. 그들이 차를 멈추게 한 뒤 내려서 동동거리며 얼어서 얼얼한 손발과 뺨을 녹이고, 눈썹과 머리에 뽀얗게 앉은 흙먼지를 털고 있는데 옆으로 마을 사람들이 모였다. 그들 가운데 집으로 돌아가던 학동들도 있었는데 한결같이 맨발에다 새빨간 발목이 새다리처럼 얼어 있었다. 일행 중 한 분이 왜 신발을 벗었는지 묻자 아이는 대답이 없었고, 모인 사람들이 오히려 그 질문에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마을 사람 중 하나가 거들었다. “요즈음 신 신고 학교 다니는 아이가 어디 있어요. 신 사 신고 다닐 수가 있어야죠. 사 신을 신발도 없구요.” 일행은 아무 말도 못하고 도로 트럭에 올랐다.
*이상은 본문의 일부입니다.
2024.02.07 14:20
2024.02.07 17:19
권선징악은 인지상정입니다. 이렇게 악보다 선을, 불의보다 정의를
사랑하는 인간도 무리를 이루고 집단이 되면 집단의 이익이 앞서고
인간 됨을 망각합니다. 따라서 나라와 나라간의 관계는 '국익'이외에
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우리가 역사에서 얻는 교훈은 '좋은 나라'와 '나쁜나라'가 따로 없다는
것입니다. 다만 어떤나라가 상대적으로 나빴을 때가 있고 좋았을 때
가 있었을 뿐입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상대 나라를 선과 악의 관점
에서 항상 봅니다.
잘 요리된 한반도를 먹으려고 마지막에 다툰 나라는 일본과 러시아였
습니다. 만약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지고 러시아가 이겼더라면 지금
우리는 통일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시 말하면 일제가 한반도를 강점했기 때문에 그나마
남한을 미국이 점령하여 오늘날에 대한민국이 있게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사람들은 미국을 대단히 고맙게 생각하고 일본을 대단히 나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인지 미국의 실책이나 비도덕적 행위는 밝히지
않고 일본의 잘못은 낮낮히 따집니다. 그러나 미국이나 일본 모두 한국
에게는 자국의 '국익'을 앞세우는 외세입니다. 이들을 인지상정으로 대하
다가는 한국의 국익을 놓지는 오류를 범할 것입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은 근대 제국주의 즉 식민지 시대의 종말이었
습니다. 1945년 8월15일은 아마 냉전시대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종래의 제국주의는 끝났지만 강대국이 약소국을 지배하는 구조는 계속
되었습니다. 식민지 시대와 냉전시대의 다른점은 전자가 인지상정에 반
하는 노골적인 착취였다면 후자는 후진국의 자발적인 협조로 위장하여
강대국 자국은 물론, 상대 약소국, 전세계 국민에게 '좋은 나라'는 인상을
주면서 좀더 합리적으로 자국의 이득을 취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1945년-1948년의 역사를 볼때 우리는 "미국이 우리나라를 위해서"라는
선입견을 버리고 "미국은 왜 미국을 위해서 그렇게 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알아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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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이 투쟁하여 해방을 쟁취한 게 아니고, 우리나라를 잘 알지도 못하던 미국이
전승함으로써 자동적으로 해방이 우리나라를 찾아왔다. 그래서 우선 군정을 시행하게
되었고, 점차 독립을 가져오게 되었다.
우리 국민과 해외의 독립투사는 미국과 미군으로부터 대접을 전혀 못받았고, 많은 고난과
불행을 겪어야하게 되었다. 결국 우리나라는 그후 오랜 세월에 걸쳐 많은 노력으로 이제는
선진국 대열에 참가하게 되었다. 그것만이라도 나는 많이 감사한다.
태평양전쟁으로 일본이 패망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끝없이 길고 긴 세월에 일본의
속국일것이고, 일본의 노예와 다름없는 인생을 가졌을 것이다. 진실로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