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18 02:29
“소록도”와 “당신들의 천국”, 그리고 군의관 조창원 대령
조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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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미국에 도착 레지덴트를 시작할 무렵부터 인터넷이 활발해지고, 2003 년 분당 서울대 병원 개원시 잠시 귀국할 때까지 30여 년 간 나는 한국에서 부터 구독하던 월간 잡지 “신동아"를 매월 정기 구독하였다.
물론 미국에서 발행하는 한국 신문들이 있었지만 매일 한국신문 읽을 시간도 없었고 우편 배달이니 늦는 일도 많았고,--당시의 월간지 신동아는 지금 보다 덜 선정적이었고, 언론 탄압에도 불구하고 심층 분석 기사, 당시 명사들의 수필, 또는 나중에 한국 문단의 큰 수확으로 남게 된 소설들을 연재하고 있었다.
70 년대 미국에서 잡지 신동아를 통하여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이문열 등단작; 새하곡(塞下曲) , 최명희의 대하 소설 “魂불”, 한수산의 역작 “유민(流民)”등을 읽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내 젊은날의 아련한 기억이 있다.(참조: 얼마전에 개고기 먹는 풍속에 대해서 선배님들이 쓴 글이 있지만, 한수산의 “유민”에는 옛날 강원도 시골에서 온 마을 젊은이들이 한 여름 냇가에서 개 잡아 먹는 모습이 한폭의 풍경화처럼 아름답게 그려져 있었다—인생 만사가 어느 각도에서 보느냐에 딸려 있는 듯---)
지금도 시카고 내 집의 지하실에는 30 여년간의 신동아가 먼지를 쓰고 책꽂이에 꽃혀있다. 요음도 미국 오면 시차로 고생, 잠 안올때면 혼자 지하실에 내려가 70 년대 신동아 한권 꺼내서 한밤중에 낡은 종이 냄새 맡으며 모택동 사후 “화국봉” “강청” 같은사람들의 당시 투쟁의 모습을 읽어 보는 재미가 있다.
74년 경 약 1-2 년에?? 걸쳐연재 되었던 소설중 한국 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긴 소설이 문리대 독문과 출신(광주 서중-일고) 미백(眉白) 이청준이 당시 5.16 후 소록도 병원장을 지낸 서울의대 출신 군의관 대령 “조창원” (소설 주인공:조백헌)을 모델로한 “당신들의 천국(天國)”이다. 자세한 내용은 많이 잊어버렸지만 이 소설이 연재되던 때가 내가 미국에서 일반외과 레지덴트 시작하던 정신없던 시절 이었으나, 이 소설 나오는 신동아 다음호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던 추억이 있다.
“남을 위하여 선의로 한다는 일들이 과연 남을 위해서 하는 일인가?”에 대하여 우리들에게 근원적 질문을 던지는 소설, 평론가 김윤식이 후에 이 소설은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의 철학적 차이,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관계, 토스토에프스키의 주제에 과감히 접근한 최초의 한국 소설로 극찬하였다. 정치적으로는 군복의 원장이 소록도에 취임하는 것이 5.16 혁명의 상징으로 해석되기도 하였다.
그 외에도 영화화되어 흥행적으로 성공을 거둔 서편제, 밀양(벌레 이야기)등이있고 중고교생 교과서에 나오는 꼭 읽어야되는 소설 “눈길” “병신과 머저리” “별을 보여드립니다” 등--
그 세대, 우리 학생때 필명을날리던 문리대 출신 문인들이 잡일에(??) 한 눈을 팔 때에도 오직 소설 창작에만 전념- 선비적 삶을 살고 갔다. 페암으로 비교적 젊은 나이에 돌아 갔고, 그의 독문과 동기 김광규 교수의 “편안히 눈감은 자네 앞에서 통곡하는 대신, 시를 읽게 될 줄은 몰랐네” 로 시작되는 조시(弔詩)는 두 사람의 우정의 깊이를 짐작케한다. 사후에 정부는 예술인의 최고 문화 예술인 최고의 영예인금관 문화훈장을 수여하였다.
작년인가 이 소설의 모델이었고, 서울의대 1956년 선배로 5.16후 현역 대령으로 소록도 병원장을 지낸 조창원 선생도 돌아가셨다.
소록도 이야기를 읽다 보니 옛날 생각이나서 이야기가 좀 샛길로 들어섰지만 “당신들의 천국”은 한번 읽어 볼만한 소설이고, 나도 이번 겨울 다시 한번 정신들여 읽어보고 새 봄에는 이청준 “눈길”의 고향 장흥을 거쳐 그렇게 경치 좋다는 소록도를 친구들과 꼭 한번 찾아가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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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pared by J H Choh(Class of 196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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