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9.02 11:28
옌따이(煙臺)를 다녀와서
다산 정약용(丁若鏞)은 <불역쾌재행(不亦快哉行)>이란 글에서 다음과 같이 읊었다. <기나긴 여름날 무더위에 시달려서 등골에 땀이 흘러 베적삼 축축할 때, 상쾌한 바람 불어 소나기 쏟아지니, 단번에 얼음발이 벼랑에 걸려 있네. 이 어찌 통쾌한 일 아니겠는가. 지팡이 지쳤어라 높은 산에 올랐더니 구름 안개 겹겹이 눈 아래 막고 있네 .이윽고 서풍 불어 맑은 햇볕 내려쬐니, 만 골짜기 천 봉우리 일시에 드러나네 .이 어찌 통쾌한 일 아니겠는가. 낙엽이 소리 없이 강 언덕에 떨어지고, 황혼녘 하늘빛이 흰 파도를 걷어찰 때, 옷자락 휘날리며 바람 속에 섰노라니, 내가 마치 선학(仙鶴) 되어 흰 날개 씻겨진 듯 ,이 어찌 통쾌한 일 아니겠는가.> 그러나 인생에 통쾌한 일이 어디 이것뿐이겠는가. <나이 들어 친구들과 어디 국내여행 한번 가려해도 이제는 안방 사람 눈치를 살펴야 되는 오그라든 신세다. 그런데 어느날 외국에 공장을 가진 한 친구가 전화를 걸어온다. 자네가 중국술과 골동품과 한시를 좋아하지 않는가. 이번에 같이 가서 몇일 있다 오자. 그리고 불시에 비행기 상석에 태워서 데려가 밤에 산해진미 대접하니, 이 어이 통쾌한 일 아니겠는가> 옛날 두보는 하장군의 별장에 초대되어 대접을 잘 받았던 모양이다. 그래서 향그러운 미나리에 붕어회가 싱싱하더라느니, 버들이 우거진 물가에서 배를 저으며 연잎 술잔으로 인사불성이 되었다느니,무려 10편이나 시를 썼다. 연타이는 서울서 생각하기보담 큰 도시였다. 인구 3백만이라 한다. 경치는 속초 같았다. 속초와 다른 점은 해변에 잔디가 깔린 고급 주택가와 아파트와 고층 호텔 많은 점이다. 이상하게도 바다는 우리나라 동해같이 맑아,도로 밑에 바로 해수욕장이 있다. 대륙을 연결하는 큼직한 항구도 있고, 신흥도시라 거리는 깨끗하다. 서울 회장님 오셨다고, 현지사장이 예약한 호텔식당 식탁 위엔 빨간 포장의 두강주 네 병이 얹혀있었다. 해삼요리 술은 독하면서도 향기롭고 부드러웠다. 옛날 고사들이 서로 두 손 모우고 잔 건빠이(乾杯) 하고, 시 한 수 읊기 딱 좋았겠네 싶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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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읽어도 감탄을 합니다.
술한잔 걸치고 거나하게 구름에 뜬듯
백팔번뇌를 발아래 내려다 보며 조소하든
그런시절은 지나간것 같습니다.
요즘은 술한잔 마시면 두세시간 기분좋고
이삼일간 고생을 하니 마실 염두가 나질 않습니다.
천하명주를 즐길수 있는 그 건강과 마음의 여유를 부러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