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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마지막 성묘

2013.10.31 06:55

조승자 Views:3472



호암 미술관 정원의 연못에 핀 연꽃


마지막 성묘



“아주머니, 길 좀 묻겠읍니다.”

“예, 어딜 찾으시는데유?”

“우리가 성묘가는 길인데요, 오랫만에 오니까 길이 너무 달라 져서

통 길을 찾을 수가 없읍니다. 저 고속도로가  나기전에 강건너편에서

배타고 건너 오면 강따라 가는 길이 있었던 걸 기억하는데요.

어떻게 하면 그 길을 찾아 갈 수 있을가요?”

“글쎄요, 그 큰 길 난지는 한참되었걸랑요. 어찌 갈쳐 드려야 할랑가?

주소가 어떻게 되지유?”

“주소는 모르고요, 늘 배 타고 강을 건느면 바로 보이는데 였어요.”

“아이구, 아자씨, 주소없이 어찌 뭘 찾으실랑가?”


만구 강산에 맞는 말이다. 옛날 서울에 상경한 촌 할아버지, 역앞에서

김 서방 찾아 달라 했다고 농거리되어 웃었었는데, 미국서 오랫만에

찾아 온 손자가 꼭 그 격이 되었다.  난감하다. 오기전에 캘리포니아에 사시는

삼촌께서 어림잡아  조카에게 그려 주신 약도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고속도로를 타고 오다보니 어느새 강을 건너 와 있고, 나룻배에서 내렸던

강변은 어디로 사라져 버렸는지 눈을 부비고 찾아도 비스름한 흔적도 없다.

손자는 애꿎은 음식점 아주머니를 잡고 매달린다.


“아주머니, 혹시 조 진구라는 사람 아시거나 들어 본 적 있으십니까?

그 댁을 찾아가면 알 수 있거던요.”

“모르겠는데유, 쯧쯧.”


남 바쁜시간에 주소도 없이 집을 어찌 찾겠느냐고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으로 혀를차며 돌아 선다. 그때 마침 이른 점심을 들고

있던 양복차림의 젊은청년이 국밥을 한가뜩 입에 문채 손 짓하며 설명한다.

“저 큰길로 한참 가시다가 오른 쪽으로 길이 갈라 지는데요, 그리로

주욱 가시면 강을 따라 가는  길이 나오걸랑요. 그 길로

내려가셔서 굴다리 밑을 지나서  쬐끔  가시면 왼편쪽으로  

마을 건강진단소간판이 있는 이층집이 보일겁니다. 그쯤

근처가 아닌가 싶은데요. 가시면 찾을 수 있으실겁니다.”


알듯싶게 들리는 설명이 반가워서 땀흘리며 식사하는 그 손님앞으로

바짝다가 가서 놓칠새라 매달린다.

“실례합시다. 다시 한번 설명해 주시겠읍니까? 통 길이 낯설어서요.”

“우리가 밥 다 먹고 그쪽으로 가니까 우릴 따라 오세요. 길 갈라서는

곳까지 따라오시다가 우리는 곧장 갈테니까 아랫길로 가십시요”.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나는 구멍이 있다는게 이런 때 쓰는 말인가보다.

화장실을 들릴 심산이었으나 그 젊은이가 후닥닥 일어서는 바람에

놓칠새라 우리 셋(남편과 나, 그리고 차를 갖고 우리와  함께 동행하시는

남편의 절친한 중학교 친구 이상운대령과)은 다급히 차에 올라

젊은이 차 뒤를 바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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