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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나기 / 채희문


        언제나  가을은
        한없이  쓸쓸해지라 하네
        혼자서 시간을 가지라 하네
         
        조용히 자신을 가다듬으며
        아름다운 마지막 성숙의 고통을
        차분히 받아 들이라 하네
         
        가을은 그처럼
        아쉬움도 미련도 다 접어놓고
        맑게 비운 저 하늘처럼
        높고 깊어지라 하네

        다시금 그렇게
        멀리 떠나는 길에 서라 하네.

        -------

        소슬비 / 채희문


        가을비엔
        우산도 소용없네
        가슴부터 젖으니까

        우수수 지는 나무잎엔
        빗자루도 별수 없네
        가슴속 낙엽들은
        그대로 있으니까

        이처럼 속절없이 가을은 가지만
        타오르는 단풍잎처럼 그리움은 남아
        아득한 하늘 자락까지 사무치다가
        시나브로 빗물되어
        소슬비로 내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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