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활짝 핀 시월 서늘한 날
머리 허연 친구 셋이 여행을 떠났다.
금년 봄 풍맞고 쓸어졌던 친구를 위해
옛날 그 옛날 우리 같이 떠났던 무전 여행의 길을 따라
그 길을 따라
한달 전 백내장 수술 받은 해방동이
10년 된 차 깨끗이 닦아 핸들을 잡고
두달 전 전립선 수술 받은 해방동이의 마누라가
꾸실대며 떡을 싸 주었다.
영동 고속도로 휴계소에 나란히 서서
세 줄기 가느다란 물줄기로 세월을 씻어 버리고
길을 달린다
자네가 제도기 놓고 B-2 연필로 주욱 그렸던 그 길을 따라
언젠가 자네 유학 떠나던 겨울밤
무교동 그 빈대떡집 앞 전봇대에
별 빛 쳐다보며 뿌렸던
세줄기 우리의 청춘
오늘밤 계면조* 노래되어
단양 호수가에 흘려 퍼진다
가느다란 떨림 되어 흘려 퍼진다.
계면조(界面調): “눈물 자욱으로 얼룩, 경계진 얼굴 같이 슬픈 국악/노래(唱)의 한 형식
예과 1 학년 때 공대 친구들과 단양팔경으로 세칭 무전여행을 갔었는데 세월이 많이
흘렀다. 병든 친구도 있고 이미 고인이 된 친구도 있다.
prepared by Joong H Choh.MD(class of 1969)
|
흔히 단양 호수라 불리지만, 호수는 아니고 남한강이 S 모양으로 굽이치는 곳에 조그만 세 돌 섬과
정자가 있어, 이것이 단양 팔경의 하나인 도담 삼봉(島潭三峰)이다. 지금 쯤 가을 정취가 한창일 것이다.
조선의 개국공신 정도전이 이곳의 경치를 사랑하여 호를 삼봉이라 지었다고 한다.
가을의 정취를 읊은 한시에 삼봉 정도전의 시 "방김거사 야거"(訪金居士 野居)란 멎쟁이 한시가'
전해진다.
秋陰 漠漠 四山空(추음막막 사산공)--가을 구름 빈산에 가득히 떠있네
落葉 無聲 滿地紅(낙엽무성 만지홍)--낙엽은 소리없이 온천지를 붉게 물들였네
立馬 溪橋 問歸路(입마 계교 문귀로)--시냇가 다리위에 말을세우고 나 돌아갈 길을 묻나니
不知 身在 畵圖中(부지 신재 화도중)-- 나도 모르는사이 내몸이 그림 속에 있구나'
겸재 정선의 도담 삼봉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