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04 07:05
3천원이 가져다 준 행복
그날 따라 대형할인 매점에는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었습니다.
모두 카터에 물건들을 가득 싣고 분주하게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적어도 이 할인점 안에서 불행한 사람은 없어 보였습니다.
나 역시 바쁘게 할인점을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일주일치 식품을 사는 김에 남편 선물로 튼튼해 보이는 새 등산화를 샀고 아들 녀석을 위해서는 특별히 큰 맘 먹고 녀석이 그토록 목매어 사달라고 조르던 '인라인 스케이트'를 샀습니다.
주말이라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계산대 역시 북적거렸습니다.
어림잡아 한 20분을 기다려야 할 것 같았습니다.
지루하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바로 앞에 서 있는 여섯 살 쯤 된 여자아이가 눈에 띄었습니다.
옷은 초라하게 입고 있었지만 눈매가 총명했으며 착하고 똘똘해 보였습니다.
내 눈길을 한 번 더 잡아끈 것은 그아이가 들고 있는 작은 꽃병이었습니다.
'저 꽃병 하나 사려고 이렇게 오래 줄을 서 있다니. 아이 엄마는 어디 갔지?'
그 아이는 입을 꼭 다문 채 가만히 기다리고 서 있다가 자기 차례가 오자 깨질세라 꽃병을 자기 키 높이만한 계산대에 조심스럽게 올려 놓았습니다.
계산원은 기계적으로 바코드에 식별기를 갖다댔고 가격을 말해줬습니다. "6천 8백원이다."
아이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습니다.
"6천8백 원이라구요?
이상하다 4천원이라고 써 있었는데."
"네가 선반에 붙은 가격표를 잘못 봤나 보구나. 위쪽에 붙어 있는 가격표를 봐야 하는데 밑에 있는 가격표를 봤구나."
"4천 원밖에 없는데······,"
아이가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보기가 딱했지만 그렇다고 당장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그냥 지켜봤습니다.
순간 나는 계산대에 눈길을 고정시키고 가만히 있는 아이의 눈에 눈물이 맺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이 때문에 시간이 지체되자 내 뒤에 줄을 서 있던 사람들의 불평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빨리 빨리 합시다. 뭐 이렇게 오래 걸려요."
계산원도 거들었습니다.
"어떻게 할 거니?
다른 걸 골라 오든지, 아니면 집에 가서 돈을 더 가지고 와라."
아이는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때 보다 못한 내가 얼른 천 원짜리 세 장을 계산원에게 내밀었습니다.
"이걸로 일단 계산해 주세요."
"아 아이를 아세요?"
"아니요. 그냥 해 주세요."
계산이 끝나자 아이는 계산대 옆에서 내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내가 계산을 한 후 카트를 밀고 나오자 아이가 내 앞으로 와서 고개를 숙였습니다.
"아주머니, 고맙습니다."
아이는 조그만 손으로 거스름돈 2백원을 내밀었습니다.
"그건 놔둬라. 그런데 엄마는 어디 가셨니?"
물어볼까 말까 망설이다가 도저히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엄마는 지난 여름에 돌아가셨어요."
아이가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습니다.
나는 순간 당황했지만 계속 말을 이어갔습니다.
"그럼 너 혼자 이 꽃병을 사러 왔니?"
"지난번에 엄마 산소에 갔는데 엄마 산소 앞에만 꽃병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그럼, 아빠하고 같이 오지 그랬니?"
"아빠는 병원에 계세요. 집에는 할머니밖에 안 계세요."
무슨 보물이나 되는 것처럼 꽃병을 가슴에 안고 걸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면서 나는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날 밤 집으로 돌아와 늦은 시간까지 십자가 앞에서 기도를 했습니다.
제발 그 아이가 더 이상 큰 아픔 없이 잘 자랄 수 있게 도와 주시라고...
난 그날 단돈 3천 원으로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하나 샀습니다.
I share this story!!!!!
BB Lee
2021.05.04 07:06
2021.05.04 08:20
What a heart-warming story it is!
This young girl will never forget the kind woman for a long, long time.
Kwan Ho
2021.05.04 10:02
Yes, it certainly is a heart-warming story, Kwan-Ho. Indeed, it touches my heart more than 미나리 to me!
Plainly a simple part of our lives but we tend to overlook it. Too tired?
BB
2021.05.04 14:54
윗 이야기가 몇달전에 한국 식품점에서 경험한 일을 연상하게 한다.
우리 부부는 매주 월요일이면 75일 떨어져 있는 한국 식품점에 장보러 간다.
매일 가는 골프장이 닫기 때문이다. 이발한지가 두달이 넘어 백발이 길은
데다 수염도 다듬지 않아서 아인쉬타인을 방불하게 하는 몰골이었다.
우리집 사람은 원래 화장을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 좀 초라한 모습
이었을 것이다.
우리 부부는 많이 사지 않기 때문에 대형 마켓에 가지 않고 저렴하고 들고
나기가 편리한 작은 식품점을 애용 한다. 바스켓에 몇가지 담아서 계산대 앞에
섰다. 앞에 어떤 아줌마가 카트에 물건을 가득 싫고 뒤를 돌아 보더니 먼저 하라고
양보 한다. 괜찮다고 하고 기다렸다. 뒤를 돌아보니 40대 중반 쯤 되어보이는
아저씨가 손에 한두개 물건을 들고 서있다. 좀 서두르는 표정이어서 먼저 하시라고
권했다. 한 두번 괜찮다고 하더니 얼른 앞으로 나가면서 앞쪽에 있는 김 한박스를
잽싸게 집어들 었다. 그리고 불이 낳게 계산을 마치고 나갔다. 우리가 캐시어 앞에
가니, "이거 저분이 들이라고 했어요."하며 김박스를 우리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아는 분이세요?" 하지 않는 가?. 우리는 어안이 벙벙해서 "아니요" 하고 대답했다.
우리는 돌아오는 차안에서 흐뭇한 마음으로 박장대소를 했다. 다음날 아내는 내머리
와 수염을 깍아 주었다.
2021.05.04 17:22
It certainly is the same kind of heartwarming story, Dr. Ohn.
Indeed, it perfectly fits our old saying '가는정이 있어야 오는 정이 있다' in regard to the human relationship!
I like that.
BB
2021.05.06 06:45
The above story of Dr. Ohn seems to show that the old, poor, miserable,
and underdeveloped Korea and Korean people seems to have disappeared.
I can say that Korea and Koreans have turned into a good modern country.
Together with the similar nice stories by the visiting foreigners about Korea,
I am really glad and proud of Korea.
Dr. Ohn, I will buy you a pack of "Gim" next time I meet you in a grocery in California
regardless of whether you are shaven or unshaven,
even if California and America may not be as good as Korea.
2021.05.06 07:22
Kind of curiosity, Dr.Ohn, but 70 mile driving to get to Korean grocery store in California? I know you guys living in the West/California do have different concept/feeling on the distance but wow driving 70 miles every week for the grocery? I thought California was taken over by so many Korean retirees from all over the country and also Korean grocery stores are ubiquitous! How about that! Anyhow, I am quite impressed, doc. So you could afford yummy Korean food every day with no problem to control the weight??? Lucky you, buddy.
Indeed whenever my wife cooks Korean dishes, especially soupy stuffs like 육게장, 곰탕, etc, I never fail to gain a good two pounds next morning, to drive me crazy. So you must have a secret formula!
BB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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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got this story through my classmate who kindly shared with me as well!
BB Lee